에포크타임스

‘주머니 배웅’ 외교 논란 속…中, 일본 기업엔 유화 메시지

2025년 12월 02일 오전 6:10
2025년 11월 18일,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국장 가나이 마사아키(왼쪽)와 중국 외교부 아시아사 사장 류진쑹(가운데)이 베이징 외교부에서 회담을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 Pedro PARDO/AFP/연합2025년 11월 18일,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국장 가나이 마사아키(왼쪽)와 중국 외교부 아시아사 사장 류진쑹(가운데)이 베이징 외교부에서 회담을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 Pedro PARDO/AFP/연합

중·일 관계가 긴장 국면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공 외교부 아시아사 사장 류진쑹의 최근 행보가 외교적 논란과 함께 경제적 현실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류진쑹은 지난달 일본 관료와의 공식 면담 직후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상대를 배웅하는 모습으로 외교 결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 직후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에 위치한 일본 대기업 사업장을 잇따라 방문하며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서 안심하고 사업을 펼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분석가들은 중국 경제 부진으로 인해 중공이 실질적 자신감이 부족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1월 30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류진쑹이 11월 18일 베이징을 방문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국장 가나이 마사아키와 회담을 가진 직후, 다롄시에 있는 일본계 대기업 사무소를 시찰했으며, 일정이 끝난 뒤 양측이 서로 포옹까지 나눴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최근 중·일 관계가 뚜렷하게 악화되고 있지만, 중공 측은 정치적 대립이 중국 내 생산·판매 활동으로까지 확산되는 것은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회장 쓰쓰이 요시노부는 11월 28일 도쿄에서 주일 중국대사 우장하오와 회동하고, 중·일 경제 및 상무 교류의 중요성을 재확인했으며,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이 회동은 중국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중국 경제는 내수 침체로 어려움에 빠져 있으며, 외국계 기업의 투자도 감소하는 추세다. 중공 총리 리창은 앞서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11월 초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가 이른바 ‘대만 유사시’에 대한 일본의 대응을 언급하자,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 쉐젠은 소셜미디어 X에 ‘참수론’을 거론하는 글을 올려 중·일 관계가 다시 급속도로 경색됐다.

이런 가운데 중공 외교부 아시아사 사장 류진쑹은 11월 18일 베이징을 방문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국장 가나이 마사아키와 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회담 종료 후 류진쑹은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가나이 국장과 대화를 나누며 배웅하는 모습을 연출했고, 이 장면은 마치 일본 측 인사가 고개를 숙인 채 훈계를 듣는 것처럼 연출돼 중국 관영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외부에서는 가나이 국장의 ‘고개 숙인 모습’이 일본 외교관 특유의 예의와 절제, 상대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는 행위로 받아들여진 반면, 류진쑹의 태도에서는 중공 당 관료 특유의 무례함과 권위주의적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일 관계 악화 속에서 중국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일본으로 향하던 다수의 항공편 운항을 취소했다. 문화 교류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 주제가로 유명한 가수 오쓰키 마키는 지난 28일 상하이 공연 도중 강제 정전과 함께 마이크를 빼앗기고 무대에서 끌려 내려갔다. 일본 가수 하마사키 아유미의 상하이 콘서트와 아이돌 그룹 ‘모모이로 클로버 Z’의 현지 행사, 재즈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의 공연,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뮤지컬 등도 모두 ‘불가항력’을 이유로 줄줄이 취소됐다.

류진쑹이 일본 관료에게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배웅’하는 강경한 제스처를 보인 뒤, 곧바로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유화 메시지를 내놓은 데 대해 해외 네티즌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행동은 지지층을 의식한 정치적 연출일 뿐 전형적인 정치 쇼”라고 비판했다.

시사평론가 리린이는 “류진쑹의 상반된 태도는 중공이 상습적으로 구사해 온 ‘한 손으로 끌어당기고 한 손으로 때리는’ 양면 전술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겉으로는 강경해 보이지만 실상은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 자본 이탈과 경제 침체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 정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중국 공산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