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유엔, 에포크타임스 출입 거부…“中공산당 검열 압력에 굴복한 것”

2025년 09월 24일 오후 6:41
2025년 9월 9일 미국 뉴욕시 맨해튼 자치구에 위치한 유엔 본부. ⎜ Spencer Platt/Getty Images 2025년 9월 9일 미국 뉴욕시 맨해튼 자치구에 위치한 유엔 본부. ⎜ Spencer Platt/Getty Images

유엔이 미국 언론사인 에포크타임스와 자매 매체 NTD 소속 기자들의 출입증 발급을 또다시 거부했다. 20여 년간 이어진 이 같은 관행을 두고 유엔 내부에 중국 공산당(CCP)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에포크타임스 백악관 선임 담당 기자 에멜 아칸은 9월 22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취재를 위해 미 국무부 기자단과 함께 뉴욕에 도착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참석하는 행사 취재를 계획했다.

아칸 기자는 국무부를 통해 유엔 출입증을 신청했고 “뉴욕에서 기자증을 수령하라”는 안내 메일까지 받았다. 그러나 정작 22일 현장에 도착했을 때 국무부 관계자로부터 “유엔이 신청을 거부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에포크타임스를 언론사가 아닌 비정부기구(NGO)로 본다”는 것이었다.

야스퍼 파커트 에포크타임스 편집국장은 23일 성명을 내고 “에포크타임스는 미국에서 발행 부수 기준 4위 신문”이라며 “유엔이 중국 공산당의 검열 압력에 굴복해 미국 땅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유엔은 독자에게 사실에 근거한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언론의 역할을 존중하고 에포크타임스 기자들에게 필요한 출입증을 발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매 매체 NTD 워싱턴 지국의 마리 오쓰 백악관 담당 기자와 첸 레이 비디오그래퍼도 같은 문제에 부닥쳤다. 두 사람은 사전 신청 후 아무런 확인을 받지 못했으며 오쓰 기자가 전화로 문의하자 유엔 측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만 답하고 구체적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 내 고조되는 압박

에포크타임스는 지난 2000년 중국 내 언론 검열과 인권 탄압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중국계 이민자들이 창간한 독립 언론이다. 현재 33개국에서 다양한 언어(22개 어종)로 발행되고 있다. 창간 초기 중국 내 기자들은 체포돼 고문을 당했고 상당수는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에도 중국 공산당과 그 대리인들은 신문을 폐쇄하려는 시도를 지속해 왔다. 홍콩에서는 기자와 인쇄 시설이 공격을 당했고 사이버 사보타주도 빈번했다.

유엔이 반복적으로 에포크타임스 기자단의 출입을 막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이번 사건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 내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에 더욱 무게를 싣는다.

2024년 1월 23일 미국 뉴저지의 인쇄 공장에서 인쇄되고 있는 에포크타임스 신문.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2022년 중국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이 에포크타임스와 NTD를 겨냥한 대규모 해외 탄압 작전을 강화하라고 중국 공안기관에 직접 지시했다고 2024년 내부 고발자들이 폭로했다.

미국 당국은 2024년 3월 에포크타임스를 포함한 여러 표적을 대상으로 수년간 해킹을 벌인 혐의로 중국의 계약 해커와 공안 관계자 12명을 기소했다.

최근에는 중국 사이버 행위자들이 에포크타임스를 사칭해 미국 연방 기관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수년간 중국 당국은 유엔에 압력을 넣어 에포크타임스의 취재 활동을 방해해 왔다.

2019년에도 유엔은 아무런 설명 없이 에포크타임스 기자 에멜 아칸의 유엔 고위급 회의 취재 신청을 거부했다. 아칸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 추가 설명을 요청했지만 유엔은 2주간 답변하지 않았다. 이후 유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부서는 이름조차 없는 일반 이메일 계정에서 “귀하가 신청한 매체는 언론사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짤막한 답신만 보냈다. 구체적 사유를 묻자 추가 설명을 거부하고 결정에 대한 이의 제기 요청도 “신청은 건별로 판단한다”는 말만 남기고 묵살했다.

2003년에는 제네바 인권위원회 회의 취재를 위한 NTD의 신청이 며칠간 답변 없이 지연된 뒤 뉴욕 유엔 언론 담당자가 “중국 측의 압력 때문에 신청에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2004년 6월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으며 유엔 관계자는 중국 관료들로부터 해당 방송사의 출입증 발급과 관련해 전화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결국 유엔은 처음에는 거부했던 NTD의 취재증을 뒤늦게 발급했다.

미국 뉴욕시에 위치한 에포크타임스 본사 뉴스룸. ⎢ The Epoch Times

유엔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송사가 보도 인력을 늘리려는 여러 차례의 시도에 대해 승인 절차를 지연하거나 거부해 왔다. 유엔에 상주하는 두 명의 기자는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유엔 언론 담당자들은 중국 대표단의 불만을 이유로 중국 대표가 참석하는 행사에서의 취재를 제한했다.

중국 정권의 유엔 내 영향력은 다른 분야에서도 드러난다. 수년간 유엔은 미국 등 여러 국가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유엔 총회 및 세계보건기구(WHO) 포럼 참가를 차단해 왔다. 또한 대만 언론인들에게도 취재 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공화당의 크리스 스미스 미국 하원의원(뉴저지)은 2024년 4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권이 유엔 체계를 조종하며 사실상 ‘살인을 저지르고도 빠져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디를 봐도 상황은 나쁘고 점점 악화하고 있으며 유엔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포크타임스가 아칸 기자의 취재증 발급 거부 결정에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이 있었는지 유엔 측에 수차례 문의했지만 유엔은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한 유엔 대변인은 언론사 측을 유엔 미디어 승인 사무국으로 안내했으나 마감 시한까지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파커트 에포크타임스 편집국장은 “에포크타임스는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수십 년간 기자, 광고주, 인쇄 시설을 겨냥한 끊임없는 탄압 캠페인을 받아왔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