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유엔에 이어…한국서도 에포크타임스 취재 제한
7월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 중국공산당 외압 있었나…韓 대통령실, 에포크타임스 출입 불허
시진핑 “에포크타임스·NTD 신뢰 떨어뜨리고 탄압 강화하라” 직접 지시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언론 매체 에포크타임스와 자매 방송사 NTD가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취재에서 잇따라 배제됐다. 이어 유엔(UN)에서도 출입증 발급이 거부된 사실이 알려지며, 중국 공산당(CCP)이 국제 기구와 외국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비판적 언론을 조직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대통령실 기자 출입증 발급을 거부하면서 같은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APEC·ASEAN 정상회의 취재 잇따라 불허
에포크타임스와 NTD 취재진은 10월 말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ASEAN 정상회의, 이어 같은 주 한국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취재를 위해 사전에 언론 등록을 마치고 승인 안내까지 받았다. 그러나 회의 직전과 행사장 도착 이후 갑작스런 취재증 발급 보류와 번복 통보가 이어지며, 두 매체만 출입이 제한됐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ASEAN 회의에서는 에포크타임스 백악관 출입 기자 트래비스 길모어가 언론 자격 승인(media credentials)을 받고 취재증을 수령하러 갔으나 현장에서 QR 코드 삭제, 발급 연기, 부처 간 책임 전가 등 납득하기 어려운 절차적 혼선이 반복됐다. 이에 기자가 항의하며 중국공산당 외압 의혹을 제기하자, 현장 담당자는 “이 문제는 ‘위에서(top-down)’ 압력을 넣어야 해결될 사안”이라고 답했다. 끝내 취재증은 발급되지 않았다.
경주 APEC 회의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일어났다. NTD 기자단은 호텔 내 취재 지원센터에서 NTD 로고가 부착된 미디어 구역을 직접 확인했음에도, 주최 측으로부터 “취재증이 등록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언론 담당팀은 “혼선 때문”이라고 해명했다가, 다시 “승인되지 않았다”고 말을 바꾸었다. APEC과 아세안 조직위원회 모두 공식 질의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경없는기자회(RSF) 아시아·태평양 담당 매니저 알렉산드라 비엘라코프스카는 최근 논평에서 “독립 언론과 기자 개인을 겨냥한 괴롭힘이 점점 조직적이고 심각해지고 있다”며 “유엔과 국제기구가 언론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사례들은 중국 정권이 국제 언론 환경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전형적인 방식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UN서도 출입 거부 반복
이보다 앞서 유엔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올해 9월 유엔 총회 취재를 위해 뉴욕을 찾은 에포크타임스 백악관 담당 기자 에멜 아칸은 미국 국무부를 통해 출입을 신청하고, “현장에서 기자증을 수령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유엔 측은 현장에서 “해당 매체는 언론사가 아니라 NGO로 분류한다”며 신청을 거부했다. 구체적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유엔은 2003년, 2004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에포크타임스·NTD 기자의 출입을 막았다. 당시 유엔 관계자들은 출입증 발급과 관련해 “중국 측의 압력이 있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에포크타임스는 2000년 5월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설립돼 뉴욕으로 이전했다. 현재 전 세계 36개 지사를 둔 글로벌 언론사로 성장해 23개 언어로 발행된다. 구독자 수는 100만 명을 훌쩍 넘었고, 발행 부수 기준 미국 내 4위 신문으로 집계되고 있다.
에포크타임스의 야스퍼 파커트 편집장은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은 언론 자유의 적(敵)”이라며 “이 정권이 유엔(UN)과 아세안 같은 국제기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해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신문사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설립 당시부터 공산주의에 반대하며 중국공산당의 폭정, 인권 탄압, 전 세계를 향한 통일전선전술을 폭로해 왔다. ‘진실과 전통, 희망’을 사시(社是)로 26년째 공산주의 중국의 폐쇄성으로 보도되지 않는 중국의 인권탄압과 정치·경제 실상황을 지속해서 보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창간 초기부터 중국 공산당의 견제 대상이 돼 왔다. 중국 내 초기 취재진 다수가 체포·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이후로도 중국 당국은 홍콩 지사 인쇄시설 공격, 해킹 시도, 광고주 협박, 사이버 공격, 위장 이메일 협박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탄압을 시도해 왔다.
에포크타임스 본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2022년 10월,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정치·정보·선전 분야 최고위 관리들을 소집해 직접 비밀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서 시진핑은 에포크타임스와 NTD를 겨냥한 대규모 해외 탄압 작전을 강화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고 2024년 내부 고발자들이 폭로했다.
호주에 체류하는 중국 망명 학자 위안훙빙(袁紅冰)이 내부 관계자로부터 정보를 입수해 폭로한 바에 따르면, 시진핑은 에포크타임스와 NTD TV를 가리켜 중국 공산당의 주요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수년간 막대한 인력과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산당이 이러한 미디어를 억압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나 미디어 업계에서 중국 공산당의 주요 반대 세력으로 성장하도록 내버려두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 공산당과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언론과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등을 이용해 이들 미디어를 공격하고 내부 요원들을 통해 신뢰성을 떨어뜨리라고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한국서도 에포크타임스 기자 출입 거부
이러한 흐름 속 한국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배제가 나타났다. 에포크타임스 한국지사는 지난 6월, 대통령실 출입기자증을 신청했으나 1주일 만에 ‘거부’ 통보를 받았다.
그 이유에 대해 대통령실 해당 부서 행정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NTD TV가 고든 창 박사와 김민아 빌드업코리아 대표 관련 영상을 반복적으로 올린 점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고든 창은 중국 공산당의 선거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는 인물인데, 그런 내용을 그대로 보도한 매체를 대통령실 출입 언론으로 승인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NTD TV에는 계엄령 옹호나 중국 공산당 개입설 같은 음모론적 영상도 다수 존재한다“며 “현재로서는 출입 승인 보류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고든 창 박사는 미국 내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중국 전문가로, 그의 견해는 미국 의회 청문회, 국방 전문 포럼, 주요 싱크탱크에서 참고 자료로 적용되고 있다. 김민아는 청년 리더십 플랫폼 ‘빌드업 코리아’의 대표다. 그간 선거는 국민 주권의 핵심이기 때문에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이들의 발언 내용에 대한 찬반은 있을 수 있으나, 특정 인물의 분석 영상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취재 접근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언론 자유 원칙과 충돌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상황이 단순한 개별 사례가 아니라, 한국·유엔·APEC 등 서로 다른 국가와 제도 공간에서 동일한 유형의 언론 배제가 연속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즉, 중국 공산당이 해외에서 체제 비판 성격의 보도를 제한하려는 구조적 전략과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보도 내용에 대한 비판과 논쟁은 가능하다. 그러나 취재 접근권 자체를 제한하는 조치는 언론 자유, 표현 자유, 민주적 감시 기능에 직결된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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