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李 대통령 “연대만이 해답”…시진핑 “다자무역 지키자”

2025년 10월 31일 오후 12:14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 연합뉴스

李-習, APEC 경주 정상회의서 첫 대면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면했다. 이번 회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무역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연대와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로 주목받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제1세션 개회식에서 “우리 모두는 국제질서가 격변하는 중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며 “협력과 연대만이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확실한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무역 질서가 거센 변화를 맞이하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다”며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기술 혁명은 전례 없는 위기이자 동시에 전례 없는 가능성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행사장 명칭인 ‘화백컨벤션센터’를 언급하며 “고대 신라 왕국은 나라의 중대사를 논의할 때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이견을 조율하는 화백회의를 열었다”며 “화백 정신은 일치된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조화의 심포니를 추구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조화와 화합으로 번영을 일궈낸 천년고도 경주에서 함께 미래로 도약할 영감과 용기를 얻어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중 간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이 ‘조화와 연대’라는 화두를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본회의 연설에서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체제를 함께 지켜내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이행하자”고 제안했다. 시 주석은 “세계가 100년 만의 대변혁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불확실 요인이 커지고 있다”며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을수록 우리는 한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주의와 탈세계화 조류에 맞서 개방과 협력의 길을 지켜야 한다”며 “각국이 상생의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대면은 양국 관계 개선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양 정상은 본회의 전후로 짧은 환담을 나누며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만남에서는 한중 경제협력, 공급망 안정, 기후변화 대응 등 실질적 협력 방안이 폭넓게 논의됐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3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미국은 공정한 무역과 상호호혜적 협력을 추진할 것이며, 한국·일본·동남아 국가들과 함께 새로운 아시아 공급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본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귀국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APEC이 다시금 다자협력의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이 ‘협력의 중재자’로서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국제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