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 ‘외국대리인등록법’은 계류…엇갈린 안보 입법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 연합뉴스 간첩법은 형법·사후 처벌 중심, 외국대리인등록법은 행정관리·사전 예방 성격
민주당 주도한 간첩법은 여야 협조에 입법 순풍…외국대리인등록법 아직 소위 심사
간첩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했다. 국회에 따르면 법사위는 지난 3일 전체회의를 열고 형법 98조(간첩죄) 개정안을 합의 처리했다. 본회의 통과와 대통령 공포를 거치면 법안은 효력을 갖게 된다.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민주당 의원 17명이 참여했다. 기존 형법 98조에서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고, 외국을 위해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하거나 이를 방조한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다만 지난해 7월 발의 당시 ‘한국판 외국대리인등록법’으로 알려진 것과는 법적 성격에 차이가 있다. 개정안에는 외국 대리인의 활동을 등록·공개하도록 하는 조항이나 행정기관 설치 규정은 포함돼 있지 않다.
법안 전문을 보면, 추가 조항(3항)에서 “적국을 위해 국내·외 정책 또는 외교 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공무원에게 법적 의무 없는 행위를 하도록 하거나 의무 이행을 방해한 자”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때 ‘영향력 행사’의 목적 주체는 ‘외국’이 아닌 ‘적국’으로 한정돼 있다. 판례상 형법에서의 ‘적국’은 대한민국과 교전 중이거나 사실상 전쟁 상태에 있는 국가로, 현재로서는 북한에 해당한다.
이번 개정으로 신설된 제98조의2는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해 국가기밀을 수집·누설·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즉 개정안은 적국을 위한 영향력 행사나, 외국을 위한 국가기밀 범죄에 한해 처벌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외국을 위해 정책·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 자체는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같은 구조는 미국·영국·호주 등의 외국대리인등록법(FARA)과는 다르다. 해당 국가들은 형벌 중심의 간첩죄와 별도로, 외국 대리인의 활동을 사전에 등록·공개하도록 하는 행정법 체계를 두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호주 해당 법률에서는 외국 대리인의 당사자에 모든 외국을 포함했다.
간첩법 개정안이 ‘외국대리인등록법을 포함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배경에는 지난해 박 의원의 국회 브리핑이 있다. 박 의원은 2024년 7월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보고 이후 언론에 “국정원이 외국인대리인등록법(FARA) 제정과 간첩죄 적용 대상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후 일부 언론이 이를 간첩법 개정안에 FARA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했다.
국정원의 방침이 형법 체계 안에서 외국 대리인의 행위를 규율하려는 취지였다면, 이를 ‘한국판 외국대리인등록법’으로 전한 보도는 형벌법과 행정등록제의 법적 성격을 구분하지 않은 해석일 수 있다. 이와 관련, 에포크타임스는 국정원과 박 의원 측에 확인하지 못했다. 박 의원실은 기사 발행 전까지 응답을 보내지 않았다.
실제 ‘FARA’에 가장 가까운 법안은 지난해 민주당의 간첩법 개정안 발의 약 일주일 뒤인 2024년 7월 30일,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 등 12명이 발의한 ‘외국대리인 등록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 법안은 외국대리인의 등록, 활동 보고, 신분 고지 의무 등을 총 15개 조항으로 규정했다.
법안에 따르면 외국대리인은 외국 당사자와의 계약 관계, 수령한 금품 및 경제적 이익을 법무부장관에게 등록하고, 6개월마다 활동 내역과 경비를 보고해야 한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 자료·이메일 등을 전달할 경우에도 일정 기간 내 사본 제출을 의무화했다. 법안에는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조항도 포함됐다.
간첩법 개정안이 국가기밀 유출 등 이미 발생한 안보 침해를 처벌하는 형벌법이라면, 외국대리인등록법은 외국의 영향력 행사 자체를 사전에 드러내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예방적·행정적 입법에 가깝다.
두 법안은 대체 관계라기보다, 정보 유출과 정책·여론 공작을 각각 다른 단계에서 차단하기 위한 상호 보완적 장치로 볼 수 있다. 현재 간첩법 개정안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반면, 외국대리인등록법은 상임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 이 기사는 지난 9일 작성됐으나 관계자 응답을 기다리다가 늦게 발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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