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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창립 80주년, 위기 속 개막…트럼프 “유엔은 공허한 말만”

2025년 09월 24일 오전 9:20
유엔총회 연설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유엔총회 연설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李 대통령 “한반도 평화의 문 열겠다”
유엔 사무총장 “한반도 비핵화 국제사회 과제”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이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 총회는 강대국 간 갈등 심화와 미국의 지원 축소로 위기론이 고조된 가운데 열려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됐다.

취임 후 첫 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나는 여러 전쟁을 멈췄지만 유엔은 거기에 없었다. 그들의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유엔의 존재 가치를 강하게 문제 삼았다.

이어 “유엔은 무능하고 부패한 조직”이라고 규정하고, “편지만 보내고 공허한 말만 반복한다. 전쟁을 끝내는 것은 행동이지 말이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기후변화를 “세계 최대의 사기극”이라며 탄소 감축 정책을 맹렬히 비판했다.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해서도 “감옥에 간다”는 강경 메시지를 던지며 국내외 정치 현안을 유엔 무대에서 직접 거론했다. 그의 발언은 유엔의 역할과 국제 규범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주도하는 ‘이니셔티브 END(Ending North Korea’s Dictatorship)’에 대해서는 공개 지지를 표명했다.

‘엔드’는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줄인 말이다. 남북·북-미 대화 재개와 대북제재 완화 등을 통한 관계 정상화로 신뢰를 구축한 뒤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과 핵 개발을 비판하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독재 종식을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안보 차원을 넘어 북한 문제를 인권 의제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며 “평화의 문을 여는 데 있어 국민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비핵화는 단순히 한국의 목표가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와 직결된 문제”라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당부했다.

유엔 사무총장 역시 한국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국제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과 인도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각국이 긴밀히 협력해 지속 가능한 평화 정착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유엔총회는 미국, 한국, 유엔이 각자의 입장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과 국제 질서의 향방을 두고 메시지를 발신한 자리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유엔의 정체성과 한계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한국이 제시한 ‘이니셔티브 END’가 국제 사회에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북한의 강한 반발과 중국·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