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손 내민 김정은…비핵화 입장 불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비핵화’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삼는 태도를 버린다면 대화를 재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여전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고 언급해 공개적인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북한이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KCNA)은 9월 22일(월) 보도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주말 열린 제14기 최고인민회의에서 한 발언을 인용했다. 김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미국이 ‘터무니없는 비핵화 집착’을 버리고 북한과 평화적으로 공존하기를 원한다면, 북한은 미국과의 만남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분석가들 “김정은, 트럼프에 유화 제스처… 대화 신호 보내”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발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화 재개의 신호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스팀슨센터(Stimson Center)의 북한 전문가인 레이첼 민영 리(Rachel Minyoung Lee)는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한 이후 김정은이 처음으로 직접 그를 언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일종의 유화 제스처다.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비핵화 정책 포기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미국이 비핵화를 포기한다면 김정은은 트럼프와 마주 앉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김정은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그는 핵무기를 국가 생존의 보장으로 규정하며 “우리는 결코 핵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 핵 계획 포기와 무장 해제를 강요한 뒤 어떻게 행동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對韓 강경 기조…김정은 “통일 불필요” 선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에 대한 다소 온화한 태도와 대조적으로 한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며 양국의 ‘통일은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측의 제안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제시한 ‘비핵화 3단계 해법’을 “이전 정부의 제안을 베낀 것”이라고 비판하며 “우리는 한국과 마주 앉아 협상하지 않을 것이며, 함께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정치와 방위를 외세에 의존하는 국가와 우리는 통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나아가 김 위원장은 핵 억지력을 통해 전쟁을 종결시키지 못할 경우 한국에 대한 핵타격을 감행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이 같은 공격을 통해 “한국의 군사 조직과 기반 시설을 순식간에 붕괴시킬 것”이라며 이는 곧 ‘파괴적 전쟁’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김정은과 다시 만날 용의”…APEC 계기 회동 주목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추가 회담 의사를 밝히면서, 양국 간 대화 재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올해 안에 다시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며 “양측 관계는 매우 좋다”고 언급했다. 다만 실제로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내달 트럼프가 한국을 방문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때 판문점에서 김정은과 회동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첫 임기 중 세 차례 김정은과 직접 만났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같은 해 6월 판문점 회담이 그것이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 협상은 이후에도 교착 상태에 빠졌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북한은 오히려 러시아의 핵심 군사 동맹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학습 경험’으로 규정하며 “제재는 북한을 오히려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한 연합 군사훈련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이미 핵전쟁 연습으로 변질됐다”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올해 국방 성과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신형 해군 구축함 건조와 함께 이른바 “비밀 무기”를 언급했으나, 해당 무기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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