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커크 추모식, 수만 명 운집…‘믿음과 용기의 상징’으로 기억되다

미국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 (TPUSA)’를 창립하고 대표로 활동한 보수 논평가 찰리 커크가 신앙과 용기의 상징으로 추모됐다.
9월 21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규모 추모식에는 수만 명이 몰려 고인의 삶과 뜻을 기렸다.
피닉스 외곽에 위치한 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하루 종일 이어진 추모식에서는 라이브 음악과 함께, 고인의 부인 에리카 커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계 동료, 행정부 관계자, 친구 등이 차례로 연단에 올라 고인을 추모했다.
수용 인원을 7만3천 석으로 늘린 스타디움은 예상대로 참석자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해, 주최 측은 사전에 야외 대형 스크린을 통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다.
이번 추모식은 커크가 9월 10일 유타 밸리 대학교에서 피살된 사건 이후 열렸다. 사건 직후 시작된 33시간에 걸친 대대적 수색 끝에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이 체포됐다.
추모식에는 총 25명이 연단에 올랐으며, 참석자 대부분은 커크의 흔들림 없는 신앙과 용기를 강조하며 그의 삶을 기렸다.
커크 부인, 용의자 용서
찰리 커크의 부인 에리카 커크는 추도사에서 남편의 살해 용의자를 용서한다고 밝혔다.
에리카는 눈물을 겨우 참으며 “십자가 위에서 우리 구세주께서 ‘아버지여, 그들을 용서하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라고 하셨다”며 “그 젊은이를 나는 용서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이 ‘서구의 잃어버린 소년들(the lost boys of the West)’을 구하려는 마음으로 일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피터팬에 나오는 결코 성장하지 못하는 소년들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방향도 목적도 신앙도 없이 방황하며 분노에 사로잡혀 삶을 낭비하는 젊은 남성들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찰리는 그런 이들을 돕고 싶어 했다”면서 “그들이 터닝포인트 USA에서 안식처를 찾기를 바랐고, 캠퍼스에 갔을 때는 더 나은 길을 보여주려 했다. 내 남편 찰리는 자신의 목숨을 앗아간 바로 그런 젊은이들까지도 구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에리카는 또 남편이 “너무 이르게 세상을 떠났지만, 동시에 죽음을 맞을 준비가 돼 있었다”고 전했다.
“그가 하기에는 너무 어렵거나 견딜 수 없는 일은 없었다. 그는 매일 할 수 있는 것을 100% 다했다. 후회 없이 이 세상을 떠났다.”

찰리 커크의 부인 에리카 커크가 2025년 9월 21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소중한 유산: 찰리 커크를 기리며’ 추모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 Madalina Kilroy/The Epoch Times
“커크는 순교자”…신앙과 용기 강조
생전 기독교 신앙을 굳게 지켜온 보수 논평가 찰리 커크가 추모식에서 ‘순교자’로 기려졌다.
커크는 목회자와 신앙 지도자들이 정치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단체 ‘터닝포인트 페이스’(Turning Point Faith)를 창립하고 종교와 자유를 연결하는 활동에 힘써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커크가 암살로 세상을 떠난 9월 10일을 회고하며, “그날은 미국 자유의 가장 위대한 전도자가 불멸의 존재가 된 날”이라며 “찰리는 이제 미국의 자유를 위한 순교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누구도 그를 잊지 않을 것이며, 이제 역사가 그의 이름을 영원히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의 영향력이 오히려 죽음 이후 더 커졌다며 “찰리는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도 크고, 영원한 존재가 됐다”고 덧붙였다.
JD 밴스 부통령은 커크를 “기독교 신앙을 위한 순교자”라고 칭하며 개인적 우정을 회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커크를 “나에게 동생 같은 존재”라고 표현하며, 함께했던 여러 위기 상황에서의 용기를 떠올렸다. 그는 미시간주립대 행사 직전 주 경찰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을 때, 커크가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무대에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2024년 대선 유세 기간 애리조나주립대 행사에서 위협 전화가 걸려왔을 때도 두 사람은 “두려움 없이 무대에 섰다”며 “찰리가 앞장섰고, 그의 메시지는 당시에도 지금도 분명하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는다. 우리는 위협에 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5년 9월 21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소중한 유산: 찰리 커크를 기리며’ 추모 행사에 참석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 Madalina Kilroy/The Epoch Times
차고에서 시작된 터닝포인트 USA
추모식에서는 찰리 커크가 2012년 ‘터닝포인트 USA’를 창립한 이후 조직을 어떻게 일궈왔는지에 대한 회상도 이어졌다.
TPUSA 최고운영책임자 타일러 보이어는 초창기를 떠올리며, 커크가 밀레니얼 세대에서 확산되는 진보적 성향에 맞서기 위해 단체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4년 커크를 처음 만난 뒤 “보수 운동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같은 비전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보이어는 당시 21세였던 커크가 “이미 성숙한 청년”이었다며, 부모 집 차고 옆에 있는 별도 건물을 사무실 주소로 사용해 후원자들에게 ‘부모 집에 얹혀사는 아이가 아니다’라는 인상을 주려 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단체 주소는 ‘일리노이 스트리트 217 번지’였다.
그는 또 “우리는 24시간, 7일 내내 일했다. 찰리는 모든 후원자에게 늘 그렇게 말했다”며 “둘은 항상 함께 움직였고, 시계가 멈추지 않는 팀이었다”고 회상했다. 새벽 2시가 넘도록 일하던 때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보이어는 “젊은 세대를 위한 보수 운동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찰리는 미친 듯이 전국을 돌며 모든 잠재적 후원자를 만나러 다녔다”고 말했다. “우리가 가진 생각과 해결책을 반드시 젊은이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일념이었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플로리다주 하원의원 안나 파울리나 루나가 2025년 9월 21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소중한 유산: 찰리 커크를 기리며’ 추모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 Madalina Kilroy/The Epoch Times
정치 지도자들의 추도
찰리 커크의 장례식에는 여러 정치 지도자들이 참석해 그의 삶과 영향력을 기렸다.
공화당 소속 안나 파울리나 루나는 터닝포인트 USA에서 히스패닉계 소통 담당관으로 일한 경험을 언급하며 “찰리 커크가 없었다면 오늘의 ‘루나 의원’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헌사를 바쳤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커크가 조직 활동을 통해 벌인 싸움을 “영적 전쟁”으로 규정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모두가 깨닫듯 찰리도 이것이 단순한 정치 전쟁이 아님을 알았다. 문화 전쟁조차 아닌, 바로 신앙과 가정이 우선인 영적 전쟁이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은 커크가 “나라를 치유하는 유일한 길은 열린 대화”라 믿었다며, 그가 끝까지 이 원칙을 지켰다고 평가했다.
또한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은 커크를 두고 “진실과 자유를 위해 매일 싸운 전사”라고 기리며, 그의 헌신이 세대를 넘어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국장 털시 개버드가 2025년 9월 21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소중한 유산: 찰리 커크를 기리며’ 추모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 Madalina Kilroy/The Epoch Times
신앙의 부흥
추모식에서는 기독교 예배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찰리 커크의 피살 사건이 “신앙의 부흥(revival of our faith)”을 불러일으켰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NFL 스타디움에 모인 수만 명의 군중은 미국 전역에서 모여들었다. 플로리다, 콜로라도, 펜실베이니아에서 온 참석자들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집회가 “통합과 부흥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펜실베이니아 출신 크리스 존슨은 “내가 살아온 세대에서 본 것 중 가장 큰 신앙·가정·국가의 부흥”이라며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무대에 오른 연사들도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에리카 커크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인사들은 모두 신앙과 결속의 의미를 거듭 강조했다.
플로리다 주민 셜리 로스는 “분위기가 전율 그 자체다. 전기가 흐르는 듯하다. 사랑과 하나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콜로라도에서 온 리사 클라크는 “나는 손주들을 위해, 치유를 위해, 그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고 왔다”고 전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저작권자 © 에포크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