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영화인 추천, 중국 관련 인권 영화 TOP 5

최근 중국 영화들 가운데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삼아, 체제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 적지 않다. 한국 영화계 인사들은 이러한 작품들이 단순한 예술적 가치에 그치지 않고, 소중한 인권의 기록이라고 평가한다. 허은도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는 다음 다섯 편의 대표작을 추천했다.
<시대혁명>
다큐멘터리 <시대혁명>은 홍콩 감독 주관위가 연출한 작품으로, 2019년 홍콩 ‘범송환법 반대’ 운동의 전 과정을 사실적으로 기록했다. 초기의 평화 시위에서 시작해 대규모 거리 투쟁, 그리고 생사의 기로에 선 평범한 시민들의 선택과 인내까지 세밀한 카메라 언어로 담아냈다. 이 작품은 국제 유수 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며 “홍콩의 역사적 증언”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큐멘터리 <시대혁명> 포스터
관람평
“<시대혁명>은 내가 가장 아끼는 영화 중 하나다. 작품성 자체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국가 권력이 시민을 어떻게 통제하고 억압하는지, 그 속에서 시민들이 얼마나 작은 몸부림과 처절한 저항으로 자유를 지켜내려 하는지를 담아낸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는 인상적인 대사가 나온다. ‘이 문제는 홍콩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전체의 문제이며 곧 자유의 문제다.’ 이 말처럼 <시대혁명>은 단순히 홍콩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유의 소중함과 그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리턴 투 더스트>
<리턴 투 더스트>는 중국 감독 리루이쥔이 연출한 작품으로, 2022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영화는 중국 북서부 농촌을 배경으로, 사회에서 소외된 중년 농부 마유톄와 차오구이잉이 운명의 벼랑 끝에서 서로 의지하며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감독은 차분하고 절제된 시선으로 농촌 하층민의 고단한 현실과 인간 사이의 따뜻한 정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이 작품은 2022년 7월 8일 중국 본토에서 정식 개봉했으며, 8월 9일에는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에 공개됐으나 9월 말 전면적으로 삭제·차단됐다.
관람평
“중국을 고발하는 영화들은 의외로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접하는 중국의 모습은 상하이나 베이징 같은 대도시의 화려한 풍경이나 급격한 경제 성장에 치우쳐 있다. 실제 국민들의 삶은 알려지지도 않고 관심조차 받지 못한다. 특히 내륙 농촌 지역을 보면 처참한 현실이 드러난다.
이러한 현실을 고발한 영화들은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한 존재다. 어떤 작품은 대도시에서 상영되며 관객의 관심을 모으고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정부가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일방적으로 상영을 중단시켜 버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화들은 베를린 영화제와 같은 세계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독립영화로 제작비를 많지 쓰진 않았지만, 완성도는 탁월하다.
그 가운데서도 <리턴 두 더스트>는 가장 뛰어난 완성도와 메시지를 가진 영화로 평가되지만, 지금은 중국 내 어디에서도 이런 영화들을 볼 수 없다. 처음 개봉 당시에는 관객의 호응을 얻으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지금은 국제영화제에서만 접할 수 있는 안타까운 작품이 됐다. 중국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들은 꾸준히 제작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인정받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철저히 차단된다.”
<마산쟈에서 온 편지>
<마산쟈에서 온 편지>는 캐나다 감독 레온 리가 연출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실제 사건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한 여성이 구입한 핼러윈 장식품 속에서 우연히 중국 마산쟈 노동교양소에서 온 한 통의 구원 편지를 발견한 것이다. 그 편지는 노동교양 제도 아래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비인간적인 대우를 폭로했고, 편지의 주인공인 선양의 파룬궁 수련자 쑨이의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냈다. 영화는 그의 삶의 여정과 목숨을 걸고 진실을 알리려는 용기를 담아내고 있다.

영화 <마산쟈에서 온 편지> 포스터 | 영화 제작사 제공
관람평
“<마산쟈에서 온 편지>는 신념이 불러오는 기적과 더불어 우리가 외면해 온 인권 문제를 다시금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와 인내로 주인공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박해의 현실을 고발하고, 동시에 억압받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전한다. 영화를 본 이들은 “정말 신이 존재한다”는 확신을 얻는다. 주인공의 겪은 일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듯한 기적처럼 다가왔다. 인간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결국 초월적 존재의 손길과 함께 이루어진 것이라는 깨달음을 주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현실은 이러한 영화가 널리 알려지기에 녹록지 않다. 대중은 국내 정치와 경제 문제에만 몰두하고, 중국의 인권 문제나 심지어 북한 인권조차도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소수의 사람만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을 뿐, 사회 전체의 무관심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 결과 이러한 작품들은 정식 개봉조차 하지 못하고 사장되곤 하며, 이는 영화인으로서 매우 아쉬운 일이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중국 파룬궁 수련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맞닥뜨릴 수도 있는 미래의 그림자이며, 보편적 인권과 자유에 관한 경고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반드시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야 한다. 실제로 나는 락스퍼영화제에서 해마다 하루씩은 꾸준히 이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다.”
<창춘>
다큐멘터리 <창춘>(Eternal Spring)은 중국계 캐나다 감독 제이슨 로프터스가 연출했으며,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 장편영화 부문 후보에 올랐다. 작품은 실제 인터뷰와 만화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독특한 서사 방식으로, 2002년 중국 지린성 장춘에서 발생한 ‘삽입 방송 사건’을 재현한다. 이는 10여 명의 파룬궁 수련자가 목숨을 걸고 정부의 신호 차단을 뚫어 케이블 TV에 진실 영상 일부를 방영한 사건이었다. 영화는 당시 당사자들의 견인불굴의 의지와 운명을 보여줄 뿐 아니라, 예술적 기법을 통해 관객이 그들의 용기와 신념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다.

다큐멘터리 <창춘> 포스터 | 제작사 제공
관람평
“영화 속 극한의 환경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의 모습에서 순수함과 정의로움이 강하게 전해졌다. 그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울컥했고 그들의 앞날에 오직 행복만이 가득하길, 또 그들이 바라는 세상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원하게 된다.
이 영화가 돋보이는 점은 사건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재연이나 스케치 대신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을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했고, 그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 덕분에 집중도와 몰입도가 크고, 누구에게 권하더라도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다룬 사건에 직접 가담했던 사람들을 만나 본 경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후 직접 파룬궁 수련자들을 만나며 얻은 인상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순수하고 정직한 사람들이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파룬궁 수련자들을 만나본 뒤 같은 평가를 내린다. 그들은 누군가를 돕겠다고 마음을 정하면 밤새워서라도 돕고,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다. 이는 그들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수련을 통해 길러진 덕목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진실된 태도였다.
물론 파룬궁 수련을 직접적으로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들을 믿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의심하거나 오해하지 말고 믿기 힘들면 그냥 두기만 하라. 언젠가 수련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지지해 주기를 바란다. 그들은 결코 금전이나 이익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진실을 전하고자 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들의 순수한 마음이야말로 올바르고 지켜야 할 가치라고 믿는다.”
<토탈 트러스트>
다큐멘터리 <토탈 트러스트>(Total Trust)는 중국계 네덜란드 감독 펑옌이 연출했으며, 2023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작품은 중국 당국이 빅데이터, 인공지능, 얼굴 인식 시스템을 기반으로 구축한 거대한 감시망을 심층적으로 조명하며, 보통 사람들이 도망칠 수 없는 ‘디지털 감옥’을 그려낸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의 실제 경험을 통해, 사회 일상 속에 스며든 감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행동과 심리에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토탈 트러스트> 포스터 | 쟈잉엔터테이먼트 제공
관람평
“<토탈 트러스트>와 같은 작품은 중국 사회의 현실을 낱낱이 고발한다. 중국을 여행하면 입국 과정에서 지문을 찍고 얼굴 사진을 제출하는 절차는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충격적인 것은 숙소에 묵을 때조차 드러난다. 호텔이 아니라 작은 모텔에 들어가면, 리셉션에서 직원이 휴대폰으로 투숙객의 얼굴을 촬영해 즉시 공안에 전송한다. 이는 곧바로 안면 인식 시스템으로 연결된다. 중국의 안면 인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마스크를 쓰더라도 얼굴을 정확히 식별해 낸다.
이 기술은 단순한 치안 유지의 도구가 아니라, 정권 유지를 위한 철저한 감시·통제 수단이다. 국민은 언제 어디서나 정부의 카메라에 포착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생활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마치 늘 누군가가 문을 열고 은밀한 부분까지 훔쳐보는 것 같은 불안과 공포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토탈 트러스트>는 바로 이러한 현실을 알리고자 제작된 영화다. 관객에게 충격을 주고, 동시에 각성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중국 국민들이 어떻게 통제당하고 있는지, 독재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국민을 억압하는지 그 본질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단순히 하나의 사례가 아니다.
중국 인권을 다루는 많은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같다. 독재자들의 권력 유지 뒤에는 국민들에 대한 전방위적 감시와 통제가 자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영화들은 단순한 고발을 넘어,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현실을 일깨우는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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