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건물 화재, “외부보다 내부 소방시스템이 핵심”
40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홍콩 32층 아파트 화재 | 로이터/연합뉴스 외부 장비는 보조, 핵심은 건물 내부 소방과 피난 시스템
홍콩 고층 아파트 화재 참사가 발생하면서 국내에서도 고층·초고층 건물 화재 대응 체계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30층 이상 또는 높이 120m 이상 건물이 4756동이며, 이 중 50층 이상 또는 200m 이상 초고층 건물은 126동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136동으로, 부산 41동, 서울 24동, 인천 23동, 경기 19동 순이며, 준초고층 건물(31~49층)은 4620동이다.
높은 건물 화재는 외부에서 물을 분사하거나 드론, 헬기를 운용하는 방식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70m급 고가사다리차는 약 23층까지 접근 가능하고 물줄기를 100m까지 보낼 수 있으나 전국에 29대만 있어 고층 화재의 근본적 대책이 되기 어렵다. 고성능 펌프차는 물이나 폼을 400m 이상까지 보낼 수 있지만 보급 규모가 제한적이다. 드론은 주로 감시와 수색 용도로 사용되며, 헬기 진화도 바람과 열기 영향으로 화염 확산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은 “고층 화재 진화 실패의 원인은 장비 높이 제한이 아니라 강한 열기와 화염 확산력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핵심은 건물 내부 소방과 피난 시스템이다. 국내 기준에 따라 초고층 건물에는 불연 외장재 사용이 의무화되고 층별 방화구획이 적용된다. 옥내소화전 주배관은 2개 이상으로 구성해 한쪽이 파손돼도 다른 라인이 작동하도록 설계하며, 스프링클러, 화재감지기, 자동경보, 비상전원, 제연설비 등이 필수다.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는 설계 단계부터 내부 방재 시스템을 구축했다. 약 16만 개 스프링클러와 3만 개 감지기가 설치돼 있으며, 건물 내 5개 층에 총 189톤 규모의 대형 소화수조가 마련돼 정전 시에도 중력식 방수로 최대 300분간 급수가 가능하다. 피난용 승강기 19대와 소방관 전용 승강기 2대를 통해 전 인원 대피에 약 63분이 소요된다.
초고층 건물에는 30개 층마다 최소 1곳, 고층 건물은 중간층 기준 상하 5개 층 이내에 피난안전구역이 마련된다. 피난안전구역에는 방독면, 비상조명, 생수, 차열방화문 등이 갖춰져 있으며, 화재 시 자동 전환되는 피난용 엘리베이터를 활용해 인원을 신속히 이동시킬 수 있다. 외부 산소 유입으로 인한 화염 확산을 막기 위해 창문을 닫고, 무엇보다 밖으로 안전하게 대피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홍콩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대나무 비계는 한국에서는 사용되지 않으며, 국내 건설사들은 모두 철제 비계를 사용한다. 2019년 이후 국내 고층 건물 화재 방지 기준이 강화돼, 3층 또는 9m 이상 건축물은 불연 외장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화재 시 소화전과 피난용 엘리베이터가 비상전원으로 일정 시간 이상 작동하도록 설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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