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닐 위기 한복판…부모와 의료진이 제시하는 해결방안

해질 무렵, 마이클 콜은 딸의 묘를 찾았다.
그는 플레처 공동묘지 잔디밭을 걸어 딸 로렌 콜의 묘 앞에 서더니, 무릎을 꿇고 차가운 묘비에 입을 맞췄다. 고개를 숙인 채 묘비에 붙은 풀잎을 조심스레 쓸어내리고, 누군가 딸을 기리며 남겨둔 조개껍데기와 하트 모양의 돌을 손끝으로 오래도록 어루만졌다.
로렌은 26세에 세상을 떠났다.
펜타닐로 딸을 잃은 지 5년. 그는 이제 눈을 감고도 묘지에 닿을 수 있을 만큼 발걸음을 반복해 왔다.
야생화와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잔디밭, 여름 저녁이면 귀뚜라미 소리가 울려 퍼지는 그곳은 그의 슬픔이 멈추는 자리다. 웨스트버지니아 모건타운에서 시작된 길은 ‘버치 할로’ 같은 이름을 지닌 언덕과 도로를 굽이쳐 지나 펜실베이니아주 경계선 남쪽 치트 호수 인근에서 끝난다.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차 시동이 걸린 채 운전석에 몸을 기댄 딸을 발견한 순간은 아버지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슬픔은 지금도 그를 옭아맨다.
웨스트버지니아 주민들은 미국 내 펜타닐 위기의 상징과도 같다. 이들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족을 잃은 상처, 중독의 고통, 그리고 그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의 이야기를 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9년 이후 합성 오피오이드—특히 펜타닐—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는 35만 명을 넘어섰다. 많은 전문가와 주민들은 이번 위기의 배후로 중국을 지목한다.
중국에서 펜타닐 제조에 필요한 전구체 화합물을 멕시코 카르텔에 공급하고, 이들이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 남서부 국경을 통해 밀반입한다는 것이다.
마약 판매상들은 압착기를 이용해 자낙스와 같은 약물을 흉내 낸 가짜 알약을 제조한다. 여기에 치사량으로 알려진 2밀리그램—식탁 소금 알갱이 10~15개 분량—의 펜타닐이 섞인다.
일각에서는 석탄 산업 붕괴와 양질의 일자리 상실이 이 지역 주민들을 중독으로 내몬 또 다른 배경이라고 지적한다. 전통 산업의 몰락이 남긴 공허함 속에서, 마약은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치명적인 유혹으로 다가왔다.

2025년 8월 14일,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에서 만난 청년들. 웨스트버지니아는 미국 내 펜타닐 위기의 진앙지로 꼽히며, 불법 제조된 펜타닐 확산에 따라 인구 대비 마약 과다 복용 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주로 기록되고 있다.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잠정 통계에 따르면, 2024년 2월부터 2025년 1월까지 미국 내 약물 과다복용 사망은 전국적으로 25% 감소했다. 이 가운데 주요 원인은 여전히 펜타닐이었다.
특히 웨스트버지니아주는 40%라는 두드러진 감소세를 기록했다.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이 2023년 약 77명에서 2024년 46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웨스트버지니아는 미국에서 인구 대비 약물 과다복용 사망률이 가장 높은 주로 꼽힌다.
CDC 산하 손상예방통제센터(National Center for Injury Prevention and Control) 소장 앨리슨 아르와디 박사는 8월 열린 주의회 전국회의(NCSL) 정상회의에서 “펜타닐로 대표되는 약물 과다복용은 여전히 18세에서 44세 사이 인구의 주요 사망 원인 1위”라고 지적했다.
로렌 콜의 죽음 이후, 부모인 마이클 콜과 셰리 콜은 다른 가족들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돕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다.
셰리 콜은 “우리는 그들에게 더 이상 낙인을 찍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딸이 마약을 끊지 못하는 것에 스스로 죄책감을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로렌은 어느 날 어머니에게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왜 계속 나는지 모르겠어”라며 내면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로렌의 죽음 후, 콜 부부는 모금 사이트를 통해 6만 달러를 모으고, 여기에 사비를 보태 무료 단기 약물 치료를 제공하는 ‘로렌스 위시(Lauren’s Wish)’ 중독 치료 센터를 세웠다. 이는 중독 회복을 원하는 이들이 6~7일간 머문 뒤 28일간 진행되는 치료 프로그램으로 연계되도록 돕는 공간이다.
콜 부부는 딸의 재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었지만, 다른 많은 가정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부부는 과거 딸의 재활 치료비로 보험 적용 후에도 5만 달러를 지불해야 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셰리 콜은 “중독 회복은 일부 사람들에게 돈벌이 산업이 되었다”며 “환자를 시설에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경우까지 있다”고 비판했다.

2025년 8월 13일, 웨스트버지니아주 모건타운에 위치한 ‘로렌스 위시’ 중독 치료 센터. 이 무료 시설은 이용자들에게 6~7일간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뒤, 곧바로 28일간의 치료 프로그램으로 연계한다.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자식을 위해서라면 부모는 어떤 비용이 들더라도 기꺼이 지불합니다. 불행히도 그 사실을 노리는 곳들이 있습니다.” 마이클 콜은 이렇게 말했다.
셰리 콜도 “부모들에게 물어보라. 아이를 살리기 위해 퇴직연금까지 다 끌어다 쓰고, 집까지 팔아버린다”고 덧붙였다.
로렌 콜은 웨스트버지니아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을 밟던 사회복지사였지만, 여전히 중독과 싸우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돕고 싶어 했다.
어느 날 로렌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중독으로 고통받는 사람 중에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 하지만 그들은 돈도, 가족의 뒷받침도 없어. 아빠가 은퇴하면 우리 같이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해볼 수 있을까?”
이 대화가 바로 ‘로렌스 위시(Lauren’s Wish)’의 출발점이 됐다.
2012년, 로렌이 플로리다의 한 재활센터에서 퇴원했을 때의 일이다. 센터 밖에는 그녀와 같은 퇴원자를 노리는 마약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날은 어머니 셰리가 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사건은 이들에게 회복 단계에 있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언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현재 콜 부부는 지역 내 두 병원과 협력해 약물 치료 환자가 퇴원 허가를 받으면 병원에서 곧바로 ‘로렌스 위시’로 이송하도록 하고 있다. 센터는 식사와 침대, 회복 코칭을 제공하며, 24개 침상을 갖춘 이 시설은 2021년 개소 이후 약 1100명을 받아들였다.
환자들은 보통 ‘로렌스 위시’에서 6~7일 머문 뒤, 약 30일간 이어지는 장기 치료 시설로 옮겨진다. 마이클 콜은 “의학적 권고를 무시하고 센터를 떠난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모든 환자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2025년 8월 13일, 웨스트버지니아주 모건타운에 위치한 ‘로렌스 위시’ 중독 치료 센터. 이 무료 시설은 이용자들에게 6~7일간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뒤, 곧바로 28일간의 치료 프로그램으로 연계한다.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실패한 행정 시스템
콜 부부는 복잡한 행정 절차와 허술한 제도를 직접 경험하면서 펜타닐과의 싸움을 더욱 본격화하게 됐다.
마이클 콜은 처음에 딸 로렌의 죽음이 ‘우발적 과다복용’으로 분류된 데 의문을 품고 스스로 조사에 나섰다. 아내 셰리 콜은 사망 원인을 ‘펜타닐 중독’으로 바로잡기 위해 직접 청원을 제출해야 했다.
1년 동안 마이클 콜은 형사에게 138차례 넘게 전화를 걸었고, 그 결과 두 명의 용의자가 체포됐다. 이 가운데 한 명은 디트로이트 출신의 마약 판매상으로, ‘사망을 초래한 약물 공급’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한 명은 과거 로렌에게 약물을 제공했던 고등학교 친구로, 징역 4년형을 받았다.
“오늘날 경찰은 약물 중독자가 과다복용으로 사망해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습니다.” 마이클 콜은 이렇게 지적했다.
올해 봄, 웨스트버지니아 주의회는 ‘로렌 법(Lauren’s Law)’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펜타닐로 인한 사망 사건의 처벌을 강화해, 불법 약물을 공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의무적으로 10년에서 40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부모들은 “실제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페어몬트에 거주하는 안드레아 엘자 역시 그중 한 명이다. 그녀는 작은 파란색 금속 통을 부엌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 안에는 2023년, 25세의 나이에 펜타닐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 크레이턴 엘자의 유골이 담겨 있었다.
엘자는 여행을 떠날 때마다 아들의 유골과 함께한다. 이제는 세상을 아들과 함께 둘러보는 하나의 의식이 된 것이다. 그녀는 나이아가라 폭포와 그랜드캐니언, 심지어 섬터 요새의 대포 속에도 아들의 유골 일부를 남겼다.
“그는 어디에나 있어요.” 엘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들도 분명 좋아했을 거예요.”
마이클 콜과 마찬가지로 엘자도, 그리고 수많은 부모도 법 집행 기관이 중독과 약물 복용, 죽음의 반복적 사이클에 무감각해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2025년 8월 13일, 웨스트버지니아주 페어몬트에서 안드레아 엘자가 아들 크레이튼 엘자의 사진을 들고 있다. 크레이튼은 25세의 나이로 펜타닐 중독으로 숨졌다. 그는 헤로인에 손을 댄 뒤, 2023년 6월 집에서 펜타닐 흡입으로 목숨을 잃었다.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그날, 그녀는 침대에 앉아 있는 아들을 발견했다. 얼굴은 이미 보랏빛으로 변해 있었고, 베개에 몸을 기댄 채였다.
그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날록손(naloxone)을 네 차례 투여하고, 뺨을 때리고, 가슴을 두드리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했다.
“아들이 깨어나서 제게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는지 알려주길 바랐어요.” 그녀는 목이 멘 채로 회상했다. “그를 끌어안고, 미안하다고 말하며 입을 맞췄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증거물로 아들의 휴대전화를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기소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위로도 없습니다.”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비슷한 상실은 다른 가정에도 찾아왔다. 2020년 7월, 모건타운에서 39세의 아들 조슈아 셸턴을 펜타닐 중독으로 잃은 메리 벨 역시 같은 좌절을 겪었다. 벨은 아들이 죽기 직전,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파트에 들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문자 메시지 기록과 GPS 데이터가 있었음에도, 사건을 입증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2025년 8월 15일, 버지니아주 노턴에서 메리 벨이 아들 조슈아 셸튼의 사진을 들고 있다. 조슈아는 39세의 나이로 펜타닐 중독으로 사망했다.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느끼는 순간이 옵니다. 주(州) 법무장관에게까지 연락했지만, 결국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생각만 남았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애니타 팁스는 파커스버그의 한 스타벅스에서 커피 테이블 위에 딸의 사진들을 펼쳐 놓았다. 어린 시절부터 성장해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까지, 딸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시각적 연대표였다.
2023년, 27세 나이로 펜타닐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테일러 팁스의 마지막 사진은 병원에서 찍힌 것이었다. 목에 삽관을 꽂은 채 생명줄에 매달려 있었고, 눈은 이미 초점을 잃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모습에서 저런 모습으로, 그리고 결국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단 말입니까?” 애니타는 사진에서 유골함으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그 안에는 딸의 재가 담겨 있었다.
애니타 팁스의 눈빛은 딸을 앗아간 제도적 실패를 이야기할 때마다 번뜩였다. 그는 딸이 수차례 재활시설과 중간 보호 시설을 전전했음에도, 결국 시스템이 딸을 구하지 못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녀는 “도움을 줘야 할 기관들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며, 일부 시설은 중독자들이 서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허브로 변질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해독제
웨스트버지니아 약물통제정책국(Office of Drug Control Policy) 국장 스티븐 로이드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조계, 비영리단체, 정부 간 협력이 강화되면서 주(州)의 상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드 국장은 로렌스 위시와 같은 재발 방지 프로그램이 효과를 내고 있으며, 주 전역에 날록손을 보급하고 교정시설 수감자들에게 중독 치료를 제공하는 조치가 “게임 체인저”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가장 혁신적인 대책 중 하나로 치명적인 불법 약물 도달을 조기 경고하는 시스템을 꼽았다. 피츠버그나 워싱턴 등 인근 도시에서 과다복용 사례가 감지되면, 로이드 국장의 사무실은 즉시 동료 회복 활동가와 경찰로 구성된 대응팀을 웨스트버지니아 거리로 파견해 “위험한 약물이 곧 이 지역에 들어올 수 있다”고 주민들에게 알린다.
“그 약물이 결국 웨스트버지니아까지 도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획기적인 조치입니다.” 로이드 국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찰스턴에서 활동하는 38세 리즈 파르는 현장에서 활약하는 동료 회복 지원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다. 그녀는 21세 때 질병 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진통제를 시작으로 오피오이드 중독에 빠져들었다. 그 후 10여 년 동안 중독, 치료, 재발, 노숙 생활을 반복하다가 5년 전 약물을 끊고 삶을 되찾았다.
그녀가 일하는 건물 밖에는 무료 날록손(Narcan) 배포대가 설치돼 있다. 시중에서도 판매되는 이 해독제는 매일같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급된다.
“하루나 이틀이면 날록손 키트 24개가 모두 비워집니다.” 파르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서는 날록손뿐 아니라 펜타닐 검사 키트도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이는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또 다른 안전망이 되고 있다.
파르는 중독자를 비난하기보다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과거 우리가 필요로 했던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지금 좋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동료 지원자들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2025년 8월 14일,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에서 마약 중독 회복 코치인 38세 리즈 파가 서 있다.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빈곤과 마약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 도심 한복판. 64세의 다니엘 콰레퀴오는 잡지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지팡이를 곁에 둔 채 인도에 앉아 있었다. 길거리 생활에 익숙한 그는 말솜씨가 분명했고, 자신을 대학 졸업자라고 소개했다.
콰레퀴오는 “대부분의 약물 사용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펜타닐을 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호기심에 펜타닐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으며 “몇 차례는 뭔지 알면서도 시도해 봤습니다. 한번은 실제로 해독제인 날록손 처방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시는 일부러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약물에 손을 대는 이유를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그게 자신을 죽일 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일 출근길에 운전하면서 교통사고로 죽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사회보장연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콰레퀴오는 웨스트버지니아 펜타닐 위기의 근본 배경에 경제 침체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마도 이곳의 빈곤, 일자리 부족 때문일 겁니다. 다른 피해 심각 지역도 마찬가지예요.” 그는 “이 문제는 사람들이 삶과 일자리, 고립, 빈곤, 외로움에 대해 어떻게 느끼느냐와 직결돼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스티븐 로이드 웨스트버지니아 약물통제정책국장도 같은 견해를 보였다. “웨스트버지니아는 유전적으로 취약한 인구가 많고,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이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약물 사용률도 높습니다. 여기에 경제적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지역사회에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오피오이드가 퍼진 겁니다.”
“말하자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같은 상황이죠.” 로이드 국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2025년 8월 14일,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의 인도에 앉아 있는 다니엘 콰레키오. 그는 몇 차례 펜타닐을 사용한 적이 있으며, 사람들이 마약에 손을 대는 것은 절망적인 상황 때문이라고 말했다.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반목과 펜타닐
여름비가 내린 뒤 안개가 산자락을 덮은 채, 미국 119번 국도 남쪽 길은 흰 첨탑의 교회와 트레일러 주택이 이어진다. 길가에는 칡덩굴이 도로 확장 공사로 드러난 바위를 삼키듯 뻗어나가고 있었다.
켄터키주 경계선 터그포크강(Tug Fork River) 인근에 자리한 윌리엄슨은 남북전쟁 이후 악명 높은 햇필드(Hatfield) 가문과 맥코이(McCoy) 가문 간의 분쟁이 벌어진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살인, 사랑, 배신, 복수가 뒤엉킨 이야기는 이 거칠고 외진 산골짜기에서 전설로 남아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석탄 산지의 심장부에서는 또 다른 전쟁이 한창이다. 바로 약물 중독과의 싸움이다.
인구 약 2800명의 작은 마을에서 활동하는 지역 운동가 타라 섹스턴은 “제 여동생도 펜타닐 중독에서 회복 중이며, 최소 세 명의 지인이 펜타닐로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2025년 8월 15일, 웨스트버지니아주 윌리엄슨에 있는 타라 섹스턴.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미국 남부 지역이 펜타닐 확산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잠정 자료에 따르면, 웨스트버지니아주 윌리엄슨이 위치한 민고 카운티에서는 2024년 2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인구 10만 명당 54.5명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사진작가 콜튼 타운센드는 “일부 주민들은 펜타닐 중독을 개인의 선택으로 본다”며, 이 때문에 중독자 지원 정책에 반발하는 여론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필수 치료제인 인슐린은 무료가 아닌데, 왜 중독자들을 위한 검사 키트와 해독제 날록손은 무료여야 하느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타운센드는 “이 지역 사람들은 ‘스스로 부딪히며 일어나라’는 강한 정신을 갖고 있어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2025년 8월 15일, 웨스트버지니아주 윌리엄슨에서 활동하는 지역 사진작가 콜튼 타운센드.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8월 24일, 한 지역 주민이 페이스북에 경고 글을 올렸다. “작은 공지 하나 드립니다. 지금 우리 마을에서 유통되는 필로폰에는 펜타닐이 섞여 있습니다. 그것도 조금이 아니라 상당량입니다. 모두 조심하세요.”
이 글에는 74개의 댓글이 달렸고, 일부 주민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중독 사례를 공유했다. 섹스턴의 여동생도 댓글을 남기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록 통계상 약물 과다 복용 사망률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상황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섹스턴은 “안타깝게도 이곳은 마치 유령 도시처럼 보일 뿐 아니라, 이제는 유령 주(州)처럼 변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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