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중국·인도, 미국 관세 속 관계 회복 다짐…분석가들 “효과는 회의적”

2025년 09월 01일 오후 4:29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오른쪽)가 2025년 8월 3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계기 회담을 하고 있다.⎢ Indian Prime Minister's Office via AP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오른쪽)가 2025년 8월 3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계기 회담을 하고 있다.⎢ Indian Prime Minister's Office via AP

중국 공산당(CCP) 총서기 시진핑(習近平)은 8월 31일 열린 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협력을 강화하고, 수십 년간 양국 관계를 악화시켜 온 국경 분쟁을 뒤로할 것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보를 미국의 대(對)인도 관세에 대한 뉴델리의 불만을 활용해 대미 공동전선을 구축하려는 베이징의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했으나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은 지역 정상회의를 앞두고 모디 총리와의 회담에서 “국경 문제가 중·인 관계 전반을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은 인도와 중국이 서로를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 바라본다면 양국 관계는 “번영하고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측 발표문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양국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국경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20년 히말라야 갈완 지역에서 발생한 국경 충돌 이후 처음이다. 당시 충돌로 최소 20명의 인도군 병사가 목숨을 잃었으며 중국군의 사상자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 참극은 두 핵보유국 간 긴장을 고조시켰고 사실상 대부분의 양자 협력을 동결시켰다.

양국 관계가 해빙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24년 10월이었다. 당시 러시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계기로 모디 총리와 시진핑 서기는 회담에 앞서 국경 순찰 협정에 합의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수브라마니얌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했으며 최근에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 최고 책임자가 뉴델리를 찾아 모디 총리와 인도 고위 당국자들을 만났다.

모디 총리의 이번 방중은 미국이 인도에 추가 25% 관세를 부과한 지 불과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이뤄졌다. 이 조치로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인도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50%에 달하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추가 관세가 인도의 대규모 러시아산 석유 구매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으나 모디 정부는 워싱턴의 조치를 “부당하다”,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모디 총리는 시진핑 서기와의 회담에서 인도와 중국이 모두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제3국의 시각을 통해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고 총리실 발표문이 전했다.

또한 모디 총리는 인도의 대중(對中) 무역 적자 문제를 언급하며 “양국 간 무역과 투자 관계를 확대하기 위해 정치적·전략적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고 인도 총리실은 밝혔다.

중국은 2023~2024 회계연도(3월 종료) 동안 미국을 제치고 인도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인도는 갈수록 확대되는 대중(對中) 무역적자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뉴델리의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 인도의 대중 무역적자는 992억 달러(약 133조9200억원)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2월 13일 워싱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Jim Watson/AFP via Getty Images

대만 정부가 지원하는 국방안보연구소(INDSR)의 수석 분석가 쑤쯔윈은 모디 총리의 이번 방문은 인도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비동맹 외교 기조에 여전히 충실하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 전략은 특정 진영에 완전히 가담하지 않고도 다양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법이다.

쑤쯔윈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는 역사적으로 비동맹 외교 정책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몇 년간 특히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미국과 더 가까워졌다”며 “이는 국경 분쟁으로 인한 중국과의 긴장 속에서도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열어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베이징과 20차례가 넘는 국경 협상을 이어온 인도가 새로운 미국의 관세 압박에 직면하면서 전통적인 외교 기조로 되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도의 신중한 메시지

모디 총리는 이번에 베이징 인근 항구 도시 톈진을 방문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대만 기반 분석가들은 SCO가 중국 공산당이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투사하는 플랫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구소련 공화국들과 함께 SCO를 창설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수십 년간의 라이벌 관계에도 불구하고 2017년 이 블록의 정식 회원국이 됐다. 이어 이란은 2023년 조직에 합류했으며 크렘린의 밀접한 동맹국인 벨라루스는 2024년 가입했다.

대만 국가방위안보연구소의 연구원 션밍시는 이번 SCO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갈등 속에서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이들 국가를 중국의 영향권으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전했다.

션 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권이 “이들 국가의 미국 관세에 대한 불만을 ‘이용’해 반트럼프·반미 블록을 형성하도록 ‘결집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주요 목표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명분으로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과 미국 간 균열을 조장한 뒤 이를 발판으로 이들을 설득해 미국에 공동 대응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좌)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025년 8월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 Takashi Aoyama/Pool/AFP via Getty Images

이번 SCO 정상회의는 베이징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하는 군사 퍼레이드를 개최하기 불과 며칠 앞서 열렸다. 중국 정권은 퍼레이드에서 자국에서 제조한 가장 첨단 무기를 선보일 예정이며 시진핑 서기는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연단에서 연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이란 마수드 페제시안 대통령 등 일부 SCO 정상급 인사들이 9월 3일 퍼레이드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중국이 발표한 26개국 외국 정상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 전문가 왕허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디 총리의 메시지는 매우 신중하게 조율됐다. SCO 정상회의에는 참석하면서도 9월 3일 중국 공산당 행사는 건너뛰어 뉴델리와 중국 공산당 간에 근본적인 견해차가 여전히 존재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왕허는 인도가 “중국과 긴밀히 연대하기보다는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톈진에서 열린 양자 회담은 모디 총리와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도쿄 회담 이후 양국 간 무역, 군사 및 기타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지 이틀 만에 진행됐다.

양국 지도자는 공동 성명에서 미국과 호주가 참여하는 지역 협력체인 쿼드(Quad) 프레임워크를 통해 협력을 진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공산당의 공격적 행보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