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천룡인’ 의혹 휩싸인 호주 거주 20대 중국계 여성…정체는 미스터리

2025년 08월 12일 오후 12:44
지난달 27일 호주 시드니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 교통사고로 음주운전 혐의를 받았으나 음주 측정을 거부해 체포된 양란란(빨간 동그라미). 그녀는 보석 석방돼 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우측은 그녀의 개인 경호원 | NTD 제공지난달 27일 호주 시드니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 교통사고로 음주운전 혐의를 받았으나 음주 측정을 거부해 체포된 양란란(빨간 동그라미). 그녀는 보석 석방돼 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우측은 그녀의 개인 경호원 | NTD 제공

23세 중국계 양란란, 시드니서 음주 후 롤스로이스 몰다 교통사고
명품 걸치고 법원 출석…차고에선 등록되지 않은 롤스로이스 한 대 더 발견
신분·자산 출처 명확지 않은데다 개인 경호원까지…中 특권층 자녀 의혹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는 중국계 여성 양란란(楊蘭蘭·23)이 초호화 생활과 정체불명의 신분으로 중국 네티즌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달 말 고가의 롤스로이스 SUV를 몰다 발생한 심야 음주 의심 교통사고가 현지 언론에 보도되면서다.

사건은 지난달 27일 새벽 발생했다. 양란란은 시가 100만 호주달러(약 8억8000만원)가 넘는, 티파니 블루 색상의 롤스로이스 SUV 모델인 컬리넌을 몰고 시드니 동부 교외 도로를 달리다가 역주행하며 검은색 메르세데스-벤츠 밴과 정면 충돌했다.

이 사고로 벤츠 차량 운전자가 골반 골절과 비장 출혈, 척추 및 갈비뼈 10군데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반면 양란란은 경상조차 입지 않았으나 현장에서 경찰의 음주 측정을 거부해 체포됐다.

양란란은 이후 조건부 보석으로 풀려났다. 여권을 당국에 반납하고 야간 외출 및 차량 운전이 금지됐으며, 경찰서에 정기적으로 출석해야 한다. 뉴사우스웨일스(NSW) 주 법원 대변인은 “보석에 금전 조건은 없으며, 온라인에 떠도는 일부 소문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법원 대변인 발언은 양란란에게 호주 역사상 최고액인 약 7000만 호주달러(약 634억 원)의 보석금이 부과됐다는 소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 직후 온라인에서는 그녀가 엄청난 자산을 지니고 있어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는 루머가 확산했다.

실제로 양란란은 시드니 해안이 내려다보이는 시가 수천만 호주달러 상당의 고급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며, 문제의 차량 외에 등록조차 하지 않은 또 다른 롤스로이스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외출 시 경호원이 동행하며 착용하는 의류는 샤넬·디올 등 초고가 브랜드가 대부분이었다. 사고 당일 보석 심문 때 입었던 샤넬 상의만 해도 약 2800만 원에 달해 화제가 됐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이른바 ‘네티즌 수사대’가 그녀의 신원 추적에 나섰지만 소셜미디어 계정, 회사 근무 경력, 부동산 등록 기록, 개인 사업 등 상업 활동 이력 등 공개적으로 확인 가능한 정보가 지금까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녀는 법원 출석 때도 개인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남성과 동행하면서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고, 때로는 들고 있던 서류 등으로 얼굴을 철저히 가리는 등 언론의 카메라에 노출되는 것을 피했다. 이로 인해 중국 안팎에서는 양란란이 공산당 주요 지도자의 가족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에이킨 경영대학원의 중국 문제 전문가 프랭크 셰 교수 역시 “중국은 개인정보 유출이 매우 흔한 나라”라며 “중국에서 이 정도로 신상 정보가 완벽히 차단된 경우는 국가지도자급 인사의 가족 정도에서나 가능하다”고 논평했다.

일각에서는 양 씨의 이름이 ‘란란’처럼 같은 글자를 반복하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한다. 중국에서 이름에 같은 글자 두 개를 쓰는 사례가 드물지 않지만, 중국 공산당 고위층 자녀들 가운데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경우 이런 식으로 이름을 짓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기 때문이다. 류사오치(劉少奇) 전 국가주석의 딸 류핑핑(劉平平),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의 손자 보궈궈(薄瓜瓜)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양란란이 양상쿤(楊尚昆) 전 국가주석 가문의 후손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양상쿤은 중국공산당 혁명 원로 8명 중 하나로 지난 1998년 베이징에서 병으로 사망했다. 홍콩과 해외 언론이 혁명 원로 8명과 그의 직계 가족, 배우자 등 103명의 재산 내역을 추적한 바에 따르면, 양 씨 가문도 거액의 자산을 해외에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양 씨를 ‘천룡인’(일본 인기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천상계 주민, 특권 계층을 꼬집는 표현)에 빗대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정치·사회 등 뉴스에도 ‘양란란’을 언급하며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으나, 이런 표현들은 금세 삭제되는 상황이다.

일부 네티즌은 호주 언론의 사진에 포착된 양란란의 경호원이 중국 공산당 지도부 경호를 맡는 베이징 무장경찰 특수부대 출신이라며 출신지와 실명까지 직접 거론하고 있다.

셰 교수는 이런 소문과 의혹이 그치지 않는 것은 양란란의 정체와 재산 출처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건은 중국 권력층이 국내외에서 누리는 특권과 부패 실태가 한 젊은 여성의 교통사고로 드러난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편, 양란란의 첫 공판은 오는 15일 시드니 다우닝센터 지방법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