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INF 탈퇴 후에도 유지한 중거리 미사일 배치 자율제한 철회

러시아 외무부는 8월 4일(이하 현지시간)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대한 자율 제한을 더 이상 따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더불어 2019년까지 중거리핵전력조약(INF Treaty)의 양대 당사국으로, 지상발사 핵 및 비핵 미사일 중 사거리 310마일(약 500km)에서 3400마일(약 5500km)에 해당하는 무기 보유를 금지하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중 INF 조약에서 공식 탈퇴할 것을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이어 러시아도 조약 탈퇴를 선언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 중거리 무력 확대에 대해 일정 수준의 자제 노력을 계속해 왔다고 주장해왔다.
러시아는 이날 미국이 INF 조약에서 금지됐던 무기 배치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에 따라 남아 있던 자율적 제한 조치들도 모두 철회하겠다고 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반복된 경고가 무시됐고, 미국산 INF 사거리 지상발사 미사일이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실질 배치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유사한 무기 배치에 대한 일방적 모라토리엄을 유지할 조건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연방이 과거 자율적으로 채택한 관련 제한 조치를 더 이상 구속력 있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음을 선언할 권한이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무부 성명은 러시아군이 중거리 미사일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그 배치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번 발표는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된 시점에 나왔다.
지난 7월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0일 이내에 우크라이나와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와 그 무역 파트너들에게 새로운 제재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지난주 휴전 시한을 더욱 좁혀 8월 8일까지 크렘린이 합의에 도달하지 않으면 새로운 금융 압박을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시한을 앞당기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이자 전 러시아 대통령은 X(구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의 최후통첩이 미국과 러시아 간 직접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메드베데프는 X에 “매번 새로운 최후통첩은 하나의 위협이자 전쟁으로 향하는 한 걸음”이라며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이 아닌 미국과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일 메드베데프의 발언을 “매우 도발적인 발언”이라고 언급하며 “혹시 저 어리석고 선동적인 발언들이 단순한 말 이상일 경우를 대비해 미 핵잠수함 2척을 재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크렘린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시한 내에 우크라이나와 휴전에 합의할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특사가 8월 6일 또는 7일 모스크바를 방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방문이 성사된다면 위트코프 특사가 휴전 합의를 중재할 수 있는 제한적인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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