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라이 판결 앞두고 홍콩 민주당 해산 발표
2025년 12월 14일, 홍콩 민주당 당수 로건희(가운데)가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민주파 정당인 홍콩 민주당(DP)의 공식 해산을 선언하고 있다. | Leung Man Hei / AFP/연합 베이징이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정치적 공간을 지속적으로 축소하는 가운데,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파 정당인 민주당이 12월 14일(일) 당원 투표를 통해 공식 해산을 선언했다.
이번 결정으로 홍콩 정치 무대에서 또 하나의 야당이 활동을 종료하게 됐으며, 일각에서는 홍콩 주권 반환 이후 약 30년간 이어져 온 온건 민주파 정치의 흐름이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민주당 당수 로건희는 특별 당원총회 직후 “총 121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117명이 해산에 찬성했고 4명은 기권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의에서 “홍콩 시민들과 함께 30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에게 가장 큰 영광이었다”며 “우리는 언제나 홍콩과 시민들의 복지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고 말했다.
당내 복수의 고위 인사들은 앞서 로이터 통신에 중국 공산당 관계자가 그들에게 접촉하여 민주당이 스스로 해산할 것을 압박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구속을 포함한 심각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홍콩 주재 중국 중앙정부 연락사무소(중련사무소)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1994년에 설립되었으며, ‘홍콩 민주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주밍 등이 창당했다. 홍콩 주권 반환 전후를 거치며 가장 영향력 있는 민주파 정당으로 자리매김한 민주당은 오랜 기간 입법회 선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민주 개혁과 시민의 자유 수호를 위한 활동을 지속해 왔다.
홍콩 국가보안법 이후 반대 목소리 사실상 소멸
2019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운동 이후, 베이징은 2020년 이른바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했다. 그 결과 홍콩에서는 다수의 민주파 인사들이 체포되고, 시민단체가 해산됐으며, 언론 매체들이 잇따라 문을 닫는 등 정치적·사회적 환경이 급격히 위축됐다.
민주당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당 핵심 인사인 후즈웨이, 허쥔런, 황비윈, 람척팅 등 다수가 잇따라 구금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21년에는 베이징이 홍콩의 선거 제도를 추가로 개편해 정치적 심사 절차를 도입하고, 출마 후보자에게 중국 공산당의 입장과 일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후 입법회 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하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주 종료된 홍콩 입법회 선거에도 참여하지 못해, 민주당은 제도적으로 정치 무대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태가 됐다.
민주당 전 당수 류후이칭은 해산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홍콩을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해온 조직이 왜 이런 방식으로 끝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홍콩이 “한 번도 진정한 민주주의를 누린 적이 없다”고 지적하며, ‘일국양제’의 정치적 공간이 앞으로도 계속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홍콩 민주파 정치 세력 갈수록 위축
민주당의 퇴장으로 홍콩에는 현재 일정한 규모를 갖춘 야당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됐다. 시민당은 2023년 해산했으며, 사회민주연합 역시 올해 6월 공식적으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민주당의 해산은 베이징 주도로 재편된 홍콩의 정치 지형이 사실상 단일 방향으로 고착화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제도권 정치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올 공간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해산 결정이 공개된 다음 날에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온 전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의 ‘국가보안법’ 관련 판결을 앞두고 있어, 홍콩 정치 환경의 향후 흐름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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