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자원에서 압박까지…中의 캐나다 균열 공략법

1970년, 피에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중국 공산당(CCP)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노력을 단행했다. 이 조치는 상당한 파장을 낳았고, 이후 다른 서방 국가들도 이를 따라 중국과 관계를 맺게 되며 중국 정권은 고립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캐나다는 그보다 훨씬 이전에 취한 또 다른 결정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중국 공산 정권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1958년 중국에서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무모한 ‘대약진운동’으로 인한 기근으로 수백만 명이 굶어 죽고 있었다. 바로 그해 중국은 캐나다로부터 소량의 곡물을 수입했고 캐나다 정부는 이를 신흥시장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어 1960년 두 명의 중국 요원이 캐나다를 방문해 6000만 달러(약 792억원) 규모의 밀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반공주의를 자처하던 존 디펜베이커 총리 정부는 이 기회를 활용해 중국과 4억2000만 달러(약 5544억원) 규모의 밀과 보리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당시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를 우려해 내각 내에서 반대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새 무역 경로에서 나올 막대한 수익 가능성이 이를 압도했다.
이후 캐나다의 대중국 농산물 및 수산물 수출은 연간 115억 달러(약 15조18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이와 함께 중국은 자국의 정치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캐나다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도 키워왔다. 최근에는 중국과 캐나다 간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중국이 수입을 차단할 경우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될 업계와 지역들이 오타와 정부에 베이징의 뜻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캐나다 군 정보요원이자 왕립 캐나다 기마경찰(RCMP)의 정보 자문관을 지낸 작가 스콧 맥그리거는 “베이징은 특정 관할 지역의 핵심 산업을 표적으로 삼아 지역 경제에 고통을 주고, 그 결과 각 주의 지도자들이 오타와에 친중 입장을 촉구하게 만든다”고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특히 캐나다의 농업 부문, 그중에서도 카놀라, 돼지고기, 대두 산업이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례로는 캐나다가 미국과 무역 갈등에 휘말려 있는 가운데 중국이 캐나다산 카놀라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한 일이 있다. 이는 중국이 오타와에 워싱턴보다 베이징 쪽으로 기울라는 신호를 보내는 와중에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표적인 카놀라 수출 지역인 서스캐처원주(州)의 스콧 모 주지사 등 일부 주 지도자들은 중국과의 무역 관계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수입을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는 중국의 전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2018년 말 캐나다가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라 화웨이 임원 멍완저우(孟晚舟)를 체포한 직후, 중국은 보복 조치로 캐나다산 농산물 수입을 차단하는 동시에 캐나다 시민 마이클 코브릭과 마이클 스페이버를 억류하기도 했다.
중국 對 미국
2019년 캐나다 내 중국의 영향력 행태를 다룬 저서 ‘판다의 발톱(Claws of the Panda)’의 저자이자 언론인인 조너선 맨스로프는 “피에르 트뤼도가 중국 공산당을 공식 인정하기 약 10년 전 캐나다가 중국과 체결한 곡물 거래가 중대한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실제로 이 밀과 보리 수출 계약이 오타와가 중국 공산당을 중국의 정통 정부로 사실상 승인한 순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며 “법적 절차와 외교관 교환은 뒤에 이뤄졌지만 정치적 인식은 이미 이때 확립됐다”고 서술했다. 또한 그는 당시 거래에 관여했던 주요 캐나다 인사들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중국의 친구’란 호칭을 부여받았다며 이는 “중국 공산 정권의 목표에 협력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상징적 명칭”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존 디펜베이커 총리 내각의 농업부 장관이었던 앨빈 해밀턴이었다. 그는 중국과의 곡물 거래를 주도한 인물로 당시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는 해밀턴을 ‘중국인들이 보기에 가장 대표적인 캐나다인’이라고 극찬했다. 이는 1930년대 말 중일전쟁 당시 중국 공산당을 지지한 캐나다인 의사 노먼 베순보다도 높게 평가한 것이다. 해밀턴은 퇴임 후에도 ‘중국의 친구’로 남았다.
맨스로프에 따르면 “정부를 떠난 후에도 해밀턴은 캐나다 내에서 대중국 사업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했고 캐나다 기업들에게 밀 수출로 열린 중국 시장을 활용하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그 당시 캐나다는 공산 중국과의 무역 확대를 모색했는데 이는 불과 몇 년 전 한국전쟁에서 미국과 함께 중국 공산군에 맞서 싸웠던 사실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인 행보였다. 이에 대해 캐나다 외교부 사료과 전 책임자 그렉 도너기와 토론토 요크대학 역사학 교수 마이클 스티븐슨은 2009년 학술지 ‘농업사(Agricultural History)’에 공동 게재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분명한 것은 전후 캐나다의 대외 경제정책에서 자주 목격되는 현상이 다시금 반복됐다는 점이다. 즉 서방 연대의 이념적 압박보다 좁게 정의된 국내 이익이 훨씬 더 우선시됐다.”

1955년 캐나다 서스캐처주(州)의 한 농장에서 진행된 밀 수확. ⎟ R. Gates/Archive Photos/Getty Images
공산 정권 초기 시절 중국과의 무역은 중국에 국제적 정통성을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됐으며 “캐나다의 아시아 정책이 점차 베이징 쪽으로 기울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두 저자는 지적했다.
중국이 서방 정책 결정자들을 유인하던 초기 시절에도 중국 관리들은 소프트파워의 역할을 강조했다. 캐나다가 미국의 중국 금수 조치 위반으로 처벌받을 위험이 있는 선사(船社)를 통해 곡물을 수송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1961년 당시 중국 외교부장 천이(陳毅)는 캐나다 관리들에게 매년 대규모 밀 구매 의사를 재확인하며 ‘북경 오페라(경극)’와 같은 기회를 활용해 우호 관계를 구축할 필요성도 강조했다고 2023년 중국 시안의 영‧중 합작 대학 ‘자오퉁-리버풀대학’ 부교수 윤류가 발표한 논문에서 전했다.
중국의 지렛대
전 중국 주재 캐나다 대사 데이비드 멀로니는 2015년 저서 ‘중간 강국, 중간 왕국(Middle Power, Middle Kingdom)’에서 베이징이 2000년대 후반 자국 내 유채씨유 생산자 보호를 위해 캐나다산 카놀라 수입을 차단할 때 검역상 해충 문제 제기를 ‘일상적인 무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실’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공산 정권의 경제적 압박은 세계 무대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변하면서 빈도가 점차 늘고 있다.
중국의 ‘실력 숨기고 때 기다리기’ 시기 후반 등소평(鄧小平)의 조언에 따라 이러한 외교적 자세는 주로 비공개로 이뤄졌고 특정 이해관계자나 기업 집단과의 협의에 집중됐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집권 이후 중국 공산당은 점점 더 공개적으로 경제적 지렛대를 과시하고 있다.
유명한 사례로 2020년 호주가 중국에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요구한 이후 중국이 호주산 와인, 보리 등 수출품에 대해 금지 또는 제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호주는 자국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다변화를 시도했으며 이는 여러 싱크탱크와 중국 전문가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관세가 철회되면서 호주의 중국 의존도는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간 상태다.
2020년에는 체코 상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후 중국 무역상이 체코 기업과의 2300만 달러(약 303억원) 규모 거래를 취소했다. 중국 대사관이 체코 정부에 보낸 유출된 문서에 따르면 이 거래 취소 위협은 대사관에서 나왔다고 한다.
캐나다의 경우 2019년 중국이 주요 기업의 카놀라 수출을 차단하고 농산물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고위험 무역 갈등 사례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수출품에서 해충이 발견됐다는 이유였지만 그 시기는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가 화웨이 멍완저우 임원을 체포한 것에 대한 보복과 맞물려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올해 3월 중국이 지난해 시작한 반덤핑 조사 결과를 토대로 카놀라유, 유채박, 완두콩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수산물과 돼지고기에는 25% 관세를 적용했다. 이 조사는 2024년 9월 캐나다가 미국과 보조를 맞춰 중국산 전기차에 100%, 중국산 알루미늄과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시작됐다.
지난 3월 관세 부과 발표 직후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이 지난해가 아닌 올해 카놀라 수입 제한을 발표한 것은 오타와가 워싱턴 편에 서지 말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 발표 며칠 전 캐나다의 당시 외무장관 멜라니 졸리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제안에 따라 캐나다가 미국과 동일한 대중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임을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관세 조치가 이어지고 미‧중 무역 긴장이 지속되면서 일부 주지사들은 오타와에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온타리오 주지사 더그 포드는 “적의 적은 친구”라며 미국인을 적으로 보지 않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적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스캐처원 주지사 스콧 모는 중국 관세로 인한 자국 농산물 수출 피해를 언급하며 “캐나다가 중국과 더 넓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3년 발간된 ‘모자이크 효과: 중국 공산당이 미국 뒤뜰에서 시작한 혼합전쟁(The Mosaic Effect: How the Chinese Communist Party Started a Hybrid War in America’s Backyard)’의 공동 저자이기도 한 맥그리거는 정치인들이 중국 시장에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인과 수출업자들의 강한 로비를 받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캐나다 전 총리 스티븐 하퍼는 중국의 인권 탄압에 반대하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참석을 거부했으나 이후 몇 년간 정부는 대중국 정책을 완화했고 일부 각료는 무역 확대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하퍼 전 총리는 2009년 12월 베이징을 방문했고 중국과의 실질적 관계 강화 시도는 후임 저스틴 트뤼도 집권기 때 더욱 본격화됐다. 트뤼도 전 총리는 한때 베이징과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모색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진보적 가치 포함 문제로 계획이 좌절됐다.
주지사들의 경우 수년간 관할 지역 내 주요 조직들이 중국을 캐나다 무역의 중요한 목적지로 홍보해 왔다.
중국 국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2010년 기사에서 당시 캐나다 밀 위원회(CWB) 최고운영책임자 워드 와이젠셀의 말을 인용하며 하퍼 전 총리의 2009년 중국 방문이 무역 기회를 확대했다고 전했다. 와이젠셀은 “우리의 목표는 캐나다-중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1970년 외교 관계 수립에 캐나다 밀 위원회가 핵심 추진력”이었다고도 언급했다.
캐나다의 농업 전문 매체 ‘웨스턴 프로듀서’ 보도에 따르면 1970년대 CWB를 관장하던 장관은 “밀 위원회가 캐나다보다 먼저 중국을 인정했다”고 농담처럼 말했다고 전해진다.

2025년 4월 7일 캐나다 사스카츄완주(州) 무스조 외곽 농장에서 캐놀라가 트럭에 실리고 있다. ⎟ The Canadian Press/Chris Young
중국과의 긴밀한 무역 관계 강화를 촉구하는 주장은 일부 영향력 있는 지역 연구기관과 싱크탱크에서도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2020년 멍완저우 체포 사건으로 인해 중국 정권이 캐나다 시민들-코브릭과 스페이버를 구금한 이후 캐나다 내 중국의 공격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으며 의회가 특별 캐나다-중국 관계 위원회 회의를 개최할 때 ‘캐나다 서부 재단’ 대표들은 의원들에게 “캐나다와 중국의 관계는 서부를 통해 흐른다”고 전했다. 이 싱크탱크의 디렉터인 카를로 데이드는 “농업은 이 관계의 핵심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기관의 무역 정책 경제학자 샤론 셩양 선(孫昇陽)은 “중국은 캐나다, 특히 서부 캐나다에 중요한 무역 파트너가 됐다”며 “이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특히 서부 지역 무역에 큰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같은 회의에서 ‘맥도날드-로리에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찰스 버튼은 대조적인 견해를 내놓으며 캐나다가 중국에 대해 올바른 접근법을 취하지 못할 경우 초래될 결과에 대해 경고했다.
버튼 연구원은 “중국 공산당 정권이 국제 외교 기준을 무시하는 행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노골적이고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캐나다는 중국 정권이 우리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존경을 잃었다”며 “특히 중국이 캐나다에 불법적으로 반입하는 치명적인 약물 펜타닐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의존성을 유도한 뒤 무기로 삼기
2022~2023년 중국의 광범위한 캐나다 내 간섭 행위에 관한 초기 정보 유출 중 하나는 결국 이 문제에 대한 공개 조사를 촉발시킨 사건으로, 중국 요원들이 정치인들에게 베이징 이익을 대변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어떻게 치밀하고 전술적으로 접근하는지를 상세히 드러냈다.
2022년 11월 7일 캐나다의 주요 방송 ‘글로벌 뉴스’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안보정보국(CSIS)의 정보 유출 자료는 중국 요원들이 국회의원들의 선거구를 조사해 어떤 기업과 산업이 중국과 사업 관계를 맺고 있는지 파악한다고 전했다. 목표는 이 지역 경제를 이용해 해당 의원들을 중국에 유리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맥그리거는 “베이징은 정치적, 지역적, 경제적 갈등선을 파악하고 이를 분열을 일으키는 도구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통일전선공작부와 국가안전부 산하 대리인들을 통해 중국 공산당은 지방 지도자나 정치인들에게 접근권, 투자, 무역 혜택을 제공하면서 ‘엘리트 장악’을 구축한다. 이후 이들 인물은 국가 담론 속에서 ‘이성적인 목소리’로 부상한다. 동시에 중국은 시장 접근을 차단하거나 양자 간 포럼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비판자들을 고립시킨다.”
맥그리거는 사스카추언주의 경우 중국이 ‘지역적 경제적 고통’을 조성하며 사실상 지방 지도자들이 오타와에서 친중 입장을 옹호하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의존성을 유도한 뒤 무기로 삼다’ 전략은 혼합 경제 전쟁(hybrid economic warfare)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그는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농업 수출 강세 지역인 앨버타(Alberta)주의 다니엘 스미스 주지사는 동료들과는 확연히 다른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녀는 중국이 ‘분열’을 이용해 정치적 압박을 가하려 한다고 말했다.
스미스 주지사는 올해 초 캐나다가 중국 전기차에 부과한 관세에 대응해 중국이 주로 서부 캐나다에 영향을 미치는 농산물 보복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중국은 우리 나라의 분열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최대 압박을 가하려면 지역 간 대립을 부추기는 방법을 쓴다”고 밝혔다.
그녀는 “중국이 우리 나라를 분열시키려는 시도가 매우 명확하고 직접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맥그리거는 스미스 주지사의 정치적 메시지가 “경제 주권과 국가 안보를 강조하는 쪽”임을 지적한 반면, 스티브 모 앨버타 주지사의 보다 광범위한 대중국 관계 추진은 “장기 전략적 고려보다는 단기 시장 접근을 우선시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베이징이 하위 국가 수준에서 영향력 작전을 설계할 때 기대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연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저작권자 © 에포크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