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전’ 대해부 시리즈 ③] 붉은 특전대의 글로벌 공작(하)

기술 침투와 인재 장악…무기로 변질된 학술 교류
인재 초빙 ‘천인계획’은 외국 기술 빼가기 프로젝트
언론·소셜미디어·커뮤니티 침투해 사회 분열 조장
중국공산당(중공)은 기술 패권을 잡기 위한 초한전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의 대학, 연구기관, 과학자 네트워크에 조직적으로 침투해 왔다. 단순한 기술 유출을 넘어, 미국 내 핵심 연구자들을 포섭하거나, 이중적 충성심을 가진 연구 인력을 통해 기술을 역수출하는 방식이 반복적으로 적발되고 있다.
2008년 중공은 국무원 산하 인사부를 중심으로 ‘해외 고급 인재 유치 계획’, 즉 이른바 ‘천인계획’을 출범시켰다. 표면적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중국인 과학자들을 본국으로 귀환시키기 위한 사업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및 서방 주요 연구기관에 있는 인재들을 대상으로 기술·노하우·지적재산권을 빼내기 위한 조직적인 공작 프로그램이다.
미국 상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천인계획 참여자 중 일부는 미국의 국방부 또는 에너지부 프로젝트에 관여한 인물들로, 미국의 첨단 기술 정보가 고스란히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로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계획은 인재에게 고액의 연봉과 연구 자금을 약속하는 동시에, “기술 성과는 반드시 중국에 이전되어야 한다”는 계약 조건이 포함돼 있으며, 대부분 중국 정부의 비밀 지침에 따라 행동하도록 되어 있다.
중공에 포섭된 하버드 최고 과학자…FBI “中 스파이 사건 매일 2건”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체포된 하버드대 화학·생물학과장이자 나노기술의 세계적 권위자인 찰스 리버 교수 포섭 사건이다.
리버 교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대규모 연구자금을 수령하면서 동시에 중국 우한공대와 천인계획 비밀계약을 맺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중공 측으로부터 연간 150만 달러 이상의 연구자금과 생활비를 지원받는 대가로, 나노기술 관련 연구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했다.
그는 이 사실을 미국 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거짓 진술했으며, 결국 사기 및 탈세 혐의로 기소되었다. 미국 연방검찰은 “이 사건은 중공의 초한전이 얼마나 고도화되고 은밀하게 진행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022년 기준 “매일 2건, 즉 12시간마다 중국 관련 산업 스파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FBI 당시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는 “중공은 인공지능, 반도체, 양자정보, 생명공학, 로봇공학 등 미국의 전략 기술 분야를 겨냥해 무차별적 침투를 시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공은 미국 내 연구원뿐 아니라, 유학생, 기술 컨설턴트, 이중국적자, 심지어는 현지 채용된 중국계 기술자 등을 활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을 빼내고 있다. 특히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이중용도 기술’(dual-use technology)이 주요 표적이다.
군민 융합 전략…민간의 탈을 쓴 군사기술 절취
초한전 전술의 특징은 ‘군-산-학’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데 있다. 중국의 군민융합 전략은 민간기업이나 대학을 통해 해외 기술을 들여오되, 이 기술을 즉각 국방·정보기관과 공유해 무기체계로 전환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된 나노재료, 바이오센서, 양자암호 기술 등이 처음에는 논문과 특허를 통해 교류되다가, 곧 중공 인민해방군의 군용 드론, 스텔스 기술, 미사일 유도장치로 변용된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2021년 이후, 미국은 이러한 중공의 기술 침투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 산하에 ‘외국의 연구 보안 위협 대응 태스크포스’를 신설했으며, 국방부·에너지부·FBI·국토안보부 등 주요 부처와 연계해 ‘연구기관 보안 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또한 미 상무부는 중국과 연계된 특정 대학 및 기업 200여 곳을 ‘수출통제 블랙리스트’에 올려, 첨단 기술의 반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는 화웨이, 중과학기술대학(USTC), 칭화대 일부 연구소 등이 포함되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도 대중 기술 유출 억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여론 조작과 사회 분열: 미국을 안에서 무너뜨리는 심리전
중공이 전개하는 초한전은 물리적 공격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사회 시스템과 국민 의식을 내부로부터 흔드는 심리전, 정보전, 여론 조작 또한 핵심 전략이다. 이는 SNS 계정 조작, 언론 영향력 확대, 인종 갈등 부추기기, 선거 개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지 정부는 파악하기 가장 어려운 점이 언어 장벽을 이용한 이민자 커뮤니티 침투다. 중공은 공식적인 매체 외에도 미국 화교, 이민자 커뮤니티의 지역 언론을 포섭하거나 아예 중국어 매체를 설립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
미국 하원의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공특위)’는 2023년 보고서에서 “중공이 미국 내 다수의 중국어 신문, 라디오, TV 방송에 자금과 콘텐츠를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중공 국영방송인 중국해외방송망(CMG) 산하 차이나뉴스서비스(CNS)다. CNS는 ‘합법적인 이민자 뉴스 매체’라는 외형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무원 산하 국무원 신문판공실의 직속 기관으로, 중공의 대외 선전 임무를 수행한다.
이 기관은 세계 수백 곳의 중국어 매체에 기사, 사진, 동영상을 공급하며, 반체제 인사 공격이나 중국 정책 미화에 앞장선다. 미국에서는 중공의 침투를 경계하거나 미국의 이익을 지켜내고 중공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의원, 정치인, 유명 인사의 평판을 깎아내리는 등의 공작을 수행한다.
인종·정치 등 이슈 이용해 사회 분열 조장..중공 비판 정치인도 음해
또한 중공은 페이스북, 엑스(X, 구 트위터),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가짜 계정을 대량 운영하며 중공의 인권 탄압을 폭로하거나 부당한 행위를 밝혀내는 사람들을 음해한다. 중국과 관련되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이 관심 갖는 이슈에 대해 극단적 주장을 내세워 사회 내부 갈등을 증폭시키는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FBI와 국토안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공은 2020년 미국 대선 전후로 흑인 인권 시위, 아시아계 혐오 범죄, 백인우월주의 등 민감한 사안을 조작 계정으로 증폭시키는 작업을 벌였다. 가짜 계정들은 실제 인물인 것처럼 위장해 양 극단의 의견을 게시하고, 논쟁을 격화시켰다.
2022년, 사이버 보안 기업 맨디언트(Mandiant)는 중공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하이에너지HaiEnergy)’라는 허위 미디어 네트워크를 폭로했다. 이 네트워크는 가짜 기자 이름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미국 내 분열적 의제를 조작해 퍼뜨리는 데 주력했다.
이들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실패, 인플레이션 문제, 인종 차별 이슈 등을 활용해 “민주주의는 실패했다”는 프레임을 반복적으로 노출시켰다.
공자학원 통해 대학 캠퍼스에 영향력…종교·시민단체에도 침투
중공의 여론 공작은 대학 캠퍼스까지 뻗어 있다.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은 문화 교류를 명분으로 미국 전역의 대학과 고등학교에 진출했으며, 일부는 정치 선전이나 사상 통제 수단으로 악용된 정황이 다수 보고됐다.
미 상원은 2019년 보고서를 통해 “공자학원은 중국어 교육이라는 겉모습 뒤에 중국 정부의 검열과 선전 시스템을 미국 교육 현장에 들여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미국 내 공자학원은 대부분 폐쇄됐지만, 현재는 ‘중미언어협력센터’ ‘교육교류프로그램’ 등으로 명칭을 바꿔 다시 캠퍼스에 진입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중공은 종교 단체, 자선단체, 시민운동 조직에도 침투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불교·기독교·도교 등을 매개로 한 중국계 단체들이 중공과 연계된 사례가 FBI 조사에서 드러났다. 일부 단체는 중공을 비판하는 시위나 토론회를 방해하거나, 중공의 입장을 대변하는 성명을 조직적으로 발표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침투 전략은 외형적으로는 합법적인 단체활동이나 표현의 자유를 가장하고 있어 대응이 어렵다. 미 법무부는 2021년부터 ‘외국대리인 등록법(FARA)’ 위반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는 비영리단체에 대한 심사도 강화하고 있다. 영국도 비슷한 법을 시행 중이다.
모든 곳이 전장…‘총성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중공의 초한전은 총알이 아닌 침묵 속에서 전개된다. 군사적 충돌 없이 경제, 과학, 심리, 법률, 외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국을 제압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전통적인 전쟁 개념을 완전히 뒤흔드는 방식으로, 미국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중공의 침투와 교란을 경험하고 있다.
중공의 전략은 ‘무형의 전쟁’을 추구한다. 총칼을 드러내지 않고 상대국 내부로 깊숙이 파고들어 정치, 사회, 문화, 정보 인프라까지 장악해 결국 상대가 스스로 무너지도록 만든다. 그 과정에서 ‘우연한’ 전염병, ‘자연스러운’ 인재 유출, ‘정상적인’ 외교 교류 등이 전쟁의 도구로 활용된다.
미국 내 첨단기술 유출, SNS를 통한 여론 조작, 이민 커뮤니티 언론에 대한 장악, 캠퍼스를 통한 이념 침투, 불법 실험실을 통한 생물학적 위협 등은 모두 총성 없는 전쟁의 일환이다. 상대국을 군사적으로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확대해 궁극적으로는 패권 질서를 전복하려는 시도다.
중공의 초한전 개념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99년 중공 인민해방군 대령 차오량(喬良)과 왕샹쑤이(王湘穗)가 공동 집필한 ‘초한전(超限战, Unrestricted Warfare)’이라는 책에서 전쟁의 패러다임이 이미 바뀌었음을 선언했다.
이들은 “전쟁은 더 이상 군인만의 일이 아니며, 언론인·은행가·해커·과학자도 전장에 서 있다”고 썼고, “모든 자원은 무기가 될 수 있고, 모든 공간은 전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5년이 지난 지금, 이 이론은 중공의 전략 실천 속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경계심 높여가는 미국…출발점은 ‘중국’과 ‘중공’의 구분
미국 정부와 의회는 최근 들어 중공의 초한전 위협에 대해 점차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공자학원 폐쇄, 첨단기술 수출 제한, 천인계획 관련자 기소, 불법 실험실 단속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공의 전략은 한두 해의 대응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고 경고한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대응하려면 전통 안보 영역을 넘어선 새로운 ‘국가 전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술·교육·문화·심리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통합적 방어 체계를 의미한다.
중공 초한전 전략에 대한 경계를 ‘반중 정서’나 인종 차별로 오해하는 것은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비판의 대상은 ‘중국’이라는 국가가 아니라, 그 권력을 독점하고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중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중공은 중국이라는 국가를 숙주로 삼은 기생 집단이다. 정밀한 타격으로 중공을 제거해야 한다.
미국 내 자유를 누리는 다수의 중국계 이민자와 시민권자들 역시, 중공의 전체주의적 침투 전략의 피해자이거나 반대자일 수 있다. 중공은 이들 커뮤니티를 침묵시키기 위해 ‘해외 반체제 인사 감시’, ‘온라인 괴롭힘’, ‘가족 협박’ 등의 수단도 동원해 왔다. 이들을 중공의 손아귀에서 구출하는 것은 중공을 약화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중공의 초한전은 전면전이 아니라 ‘전면 침투’다. 경계가 사라진 전쟁의 시대에,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한 대응 전략 역시 고도로 유기적이고 총체적이어야 한다. 총성이 없다고 전쟁이 아닌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선이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을 관통하고 있다.
연재 순서
① 태생적으로 사악한 유전자
② ‘붉은 트로이 목마’, 미국을 파괴하다(상, 하)
③ ‘붉은 특전대’의 글로벌 공작(상, 하)
④ 미국 사회를 꿰뚫는 ‘붉은 대리인’
⑤ 신앙과의 전면전: 신과 악마의 대결
⑥ 초한전에 맞서는 전략은 무엇인가
(추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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