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전’ 대해부 시리즈 ③] 붉은 특전대의 글로벌 공작(상)

중국공산당이 자유민주진영 특히, 미국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초한전(超限戰)은 운영 체계상 크게 ‘국가대표팀’과 ‘특수부대’ 두 체제로 나뉜다.
국대팀은 국유기업을 주력으로 삼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허점을 이용해 대규모 저가 공세를 벌이며 제조업 분야에서 진지를 하나씩 점령하듯 미국 산업 기반을 체계적으로 잠식하고 있다. 특수부대는 ‘붉은 특전대’로 불리는 은밀한 작전 부대다. 이들은 제조업 침투와 병행해 기술 제품에 백도어 설치, 과학자 침투, 생물 병원균 투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의 사회 기반 시설과 식량 안보, 공공보건 체계를 조용히 위협하고 있다.
정보화 시대에 기술 장비는 국가 인프라의 핵심이다. 중국공산당(중공)은 자국 기술 기업을 통해 미국 주요 기반 시설에 침투하고, 그 속에 백도어를 심는 초한전 전술을 구사해 왔다. 이는 데이터 보안 위협을 넘어, 위기 시 미국 전력망이나 교통·통신망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안보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5년 들어 이 위협은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 사건으로 다시 부각됐다.
지난 5월 로이터통신은 미국 에너지 당국이 일부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에서 악성(rogue) 통신 장치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 장치는 방화벽을 우회해 원격 조작이나 시스템 폐쇄, 전력망 파괴까지 가능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익명의 정보원은 “전력망 안에 물리적으로 시스템을 파괴할 수 있는 기능이 내장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취약점이 작동할 경우 대규모 정전과 사회 혼란까지 초래할 수 있다.
태양광, 통신망, 항만 크레인…중국산 인프라의 위협
유사한 위험은 이미 지난해 11월 감지된 바 있다. 당시 중국 저장성의 더예(德業)사가 제조한 인버터 제품 일부가 원격으로 비활성화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겉으로는 미국 내 불법 병행 수입을 차단하려는 상업적 분쟁에서 비롯된 사건처럼 보였지만, 제품이 갖춘 원격 제어 및 펌웨어 업데이트 기능은 악의적 활용 가능성을 드러냈다.
중공은 ‘군민융합’ 체제하에서 기업들이 정부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국가안보 기관의 지시를 무조건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산 제품의 원격 제어 기능은 사실상 중공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미국 제조업의 쇠퇴로 중국 기업들은 태양광 및 풍력 인버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고, 그 제품은 유럽과 미국 전력 시스템 전반에 퍼져 있다. 시장조사업체 우드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는 세계 최대 인버터 공급업체이며, 그 뒤를 중국 양광에너지(Sungrow·선그로우)와 진룽(Solis·솔리스)이 잇고 있다. 이처럼 기술 지배력을 가진 중국산 인버터는 미국 전력망에 심각한 전략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하원 국토안보위원회의 공화당 간사 어거스트 플루거 의원은 “우리가 직면한 중공(CCP)의 위협은 현실적이며 점점 커지고 있다”며 “통신 해킹에서 인버터 원격 조작까지, 중공은 미국의 핵심 인프라를 공격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구의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운영되는 중국 상하이전화중공업(ZPMC)의 크레인. 2023.2.9 | AP/연합
2025년 사이버 보안 전문기관 포어스카우트 리서치가 발표한 ‘태양광의 몰락(SUN: DOWN)’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와 선그로우 등 6개 글로벌 주요 인버터 제조사 제품에서 최대 80개의 고위험 취약점이 발견됐다. 이는 스마트홈, 산업제어 시스템, 전력망 핵심 노드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며, 중공이 기술 공급망을 활용해 미국 기반시설을 마비시킬 현실적 위협을 부각시킨다.
화웨이 통신 장비에는 백도어, 항만 크레인에는 감시 장비
화웨이는 이전부터 통신 장비에 감춰진 백도어를 통해 감청이나 원격 공격 가능성이 제기돼 미국의 제재를 받아 왔다. 2019년 11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방 통신사들이 화웨이 및 ZTE 장비를 연방자금으로 구매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2020년에는 화웨이 장비가 통신사의 동의 없이도 비밀리에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백도어를 가졌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이런 기능은 여타 통신장비 제조사에서는 확인된 바 없었다.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화웨이가 자사 장비를 통해 민감한 정보와 개인정보에 비밀리에 접근할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2021년 FCC는 총 19억 달러를 들여 농촌 지역 통신망에서 화웨이와 ZTE 장비를 철거하는 ‘리플레이스먼트 계획’을 시작했다.
중공의 첩보 장비는 통신망뿐 아니라 항만 대형 장비에도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3월 5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산 대형 기중기가 미국 항만에서 일종의 ‘감시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항만의 약 80%에서 사용하는 상하이 전화중공(ZPMC)사의 항만 크레인에는 고성능 센서가 장착돼 있으며, 화물의 출처와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전화중공은 세계 기중기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100개국 이상에 장비를 수출했다. 이 회사 전 대표 황칭펑은 2017년 한 영상에서 “크레인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해 고장을 진단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예전에는 장비만 수출했지만, 지금은 시스템을 수출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휴스턴 항만의 사이버 보안을 담당했던 전문가 크리스 월스키는 “센서 하나만 멈춰도 기중기가 정지할 수 있다”며 “이 장비들은 보안이 아니라 원격 작동을 위해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24년 3월 7일 보도를 통해 미 의회 조사에서 전국 항만 기중기에 셀룰러 모뎀이 숨겨져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항만 운영자들은 이 장비의 설치 목적조차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당시 하원 국토안보위원장 마크 그린 의원은 “중공이 미국의 해양 부문 등 핵심 기반시설에 체계적으로 침투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 위협을 너무 오래 방치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바이든 당시 행정부는 향후 5년간 200억 달러를 투입해 중국산 장비를 미국산 크레인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2021년 2월 3일, 중국 후베이성에 있는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앞에서 보안 요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 Hector Retamal/AFP via Getty Images
생물학 초한전: 팬데믹 이면에 가려진 ‘위험한 실험들’
중공의 초한전에는 생물학적 위협도 포함된다. 이는 자연 재해로 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 공격 수단으로 분류된다. 2015년, 중국군 소속 학자들은 생물 무기를 활용한 전쟁 전략을 직접 언급한 바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미국 본토에 미생물을 밀반입한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생물 초한전의 현실적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5년 중국 공군 군의대학에서 발행된 군사문헌 ‘비(非)전통적 전쟁의 새로운 영역에서 생물 무기 전쟁의 가능성 탐색’은 팬데믹과 같은 자연적 사건을 전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노골적으로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생물 무기는 전통적인 전쟁 방식과 다르게 낮은 비용, 은밀한 실행, 군사·정치·사회·심리적 효과를 동시에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현대 생물전은 일반적으로 ‘우연한’ 자연 재해처럼 가장된다”고 기술했다.
즉, 생물 무기는 전통 무기처럼 그 사용 흔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자연재해 또는 감염병으로 포장돼 상대 국가의 사회를 내부에서부터 붕괴시킬 수 있다는 발상이다.
거듭되는 개인의 일탈, 위협적 사건들…우연일까?
2023년, 캘리포니아 중부 소도시 리들리(Reedley)의 한 폐창고에서 비밀리에 운영되던 중국계 불법 생물 실험실이 적발돼 충격을 안겼다. 내부에서는 소변검사 키트, 코로나19 진단 키트, 900마리 넘는 생쥐와 함께 이들 생쥐에게 주사된 미확인 병원체가 발견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조사 결과, 이 실험실에서는 HIV, 코로나19, B형·C형 간염, 말라리아, 뎅기열, 콜로라도 진드기열 등 고위험성 병원균을 보관하거나 취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장 마크 그린은 “중공이 무기화 가능한 병원체를 미국 내에서 실험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는 초한전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들리(Reedley)시의 한 창고에서 중국인이 설치한 무허가 바이오 실험실이 발견됐다. | 에포크타임스
이 실험실은 프레스토 바이오테크놀로지라는 중국계 의심 업체가 운영한 것으로, 해당 업체는 중국 장쑤성 출신의 이탈자 겸 사기꾼이 소유하고 있었다. 이 기업은 중국 현지에서 이미 ‘불법 코로나19 키트’를 제조하다가 제재를 받고 미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연방정부 승인 없이 실험실을 세우고 위험 병원균을 취급했으며,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리콜 명령을 받은 제품을 계속 유통시키다 적발됐다. 실험실은 냉장 보관 시설도 없이 고온 상태로 병원체를 방치해 놓았으며, 화재 위험 및 화학물질 안전 문제도 도처에 산재해 있었다.
미국 내 정보당국과 생물안보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불법 생물실험실이 단순한 밀수나 상업적 불법행위 그 이상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리드리 사건은 지방정부조차 알지 못한 상태에서 1년 이상 운영되었다는 점에서, 조직적인 침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중공의 생물학 초한전과 세계보건기구(WHO)
하원 국토안보위원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중공의 생물 초한전 전술’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당시 그린 위원장은 “단순한 방역 실패로 보기에는 규모와 조작이 너무 정교하다”고 지적하며, “미국 내 기반시설과 국민 건강을 겨냥한 계획적 침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공은 질병 기원을 둘러싼 국제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며 WHO와의 공조를 통해 진상 규명을 지연시켰다. 2021년, 세계보건기구 조사단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조사를 요청했으나, 중공 측은 “정치적 조작”이라며 거부했고, 조사단은 핵심 정보에 접근하지 못한 채 철수했다.
중공은 생물학적 초한전의 가능성을 은폐하거나 축소시키는 한편, 자국의 연구 역량과 실험 활동을 감추며 생물 무기와 관련된 국제 규범을 무시해 왔다. 국제사회가 이를 철저히 조사하고 대응하지 않는 한 중공의 전략적 이익에 따라 두 번째, 세 번째 팬데믹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재 순서
① 태생적으로 사악한 유전자
② ‘붉은 트로이 목마’, 미국을 파괴하다(상, 하)
③ ‘붉은 특전대’의 글로벌 공작(상, 하)
④ 미국 사회를 꿰뚫는 ‘붉은 대리인’
⑤ 신앙과의 전면전: 신과 악마의 대결
⑥ 초한전에 맞서는 전략은 무엇인가
(추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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