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초한전’ 대해부 시리즈] ② ‘붉은 트로이 목마’, 미국을 파괴하다(하)

2025년 07월 12일 오후 6:03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2019년 4월26일 베이징 국가회의중심에서 열린 제2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베이징/연합뉴스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2019년 4월26일 베이징 국가회의중심에서 열린 제2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베이징/연합뉴스

중국공산당에 있어 경제 체제는 사실 전시 체제이자 초한전(超限戰)을 위한 거대한 군수 공장이다. 이 집단은 여느 국가와 달리 자국의 모든 자원을 통제하고 배분하는데, 그 목적은 자유 민주 진영을 상대로 전쟁을 수행하고 승리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대외 무역은 기본적으로 상호 호혜적인 공정 무역이 아니라 상대방의 경제 시스템 파괴가 목표다. 중국공산당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유·무형의 장벽 설치, 정부 보조금 지급 등 규정 위반을 일삼으며 서방의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파괴하려 했다.

교역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부차적인 일이었고, 기존 세계를 파괴하는 것이 처음부터 일관된 목적이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 역시 참여국을 ‘채무 함정’에 몰아넣고 글로벌 핵심 전략 자산을 통제하려는 일종의 전쟁 행위다.


전시 체제로 경제 초한전에 무제한의 자원 투입

중국공산당이 미국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트로이 목마’ 작전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단순히 냉전 이후 글로벌 지정학적 구도에 대한 미국의 오판 때문만이 아니었다. 미국은 중국공산당 정권의 사악성과 악랄한 수단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기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 오히려 문호를 활짝 열어 자국을 경제 초한전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중국공산당의 경제 체제는 정상적인 생활과 무역을 위해 구축된 정상적인 경제 체제가 아니라, 전시(戰時) 체제다. 계획 경제 시대든, 현재의 이른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든, 모두 중국공산당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 경제 체제다. 토지 광물 자원, 원자재, 공급망, 공장, 임금 수준, 노동조합 조직, 시장, 상공회의소 조직, 수출 가격 결정, 환율, 외환 출입 등 모든 경제 시스템 요소가 정권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

전시 체제 아래에서, 중국공산당은 자연 자원, 인력, 정부 재정을 ‘무제한’으로 사용해 저가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덤핑으로 팔아넘겨 미국 제조업을 파괴할 수 있었다. 일반 소비자들은 크게 경각심을 갖기 어렵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은 중국공산당의 경제 초한전 주무기다. 그 목적은 소비자에게 저렴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는 나올 수 없는 가격으로 상대국의 산업을 파괴하는 것이다.

중국의 자원 투입은 일종의 소모전이며, 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서방 국가에서는 발상조차 하기 힘든 선을 넘은 방식이다.

첫째는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면 대규모의 환경오염을 주저하지 않는 관행이다. 중국의 환경 규제는 경제 규모에 비해 매우 허술해, 대량의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체가 장기간 운영된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관계위원회(CFR)의 연구에 따르면, 환경 비용을 고려할 경우 중국의 고속 성장은 성장이 아닐 수도 있다.

이 위원회가 지난 2월 펴낸 ‘중국의 환경 위기(China’s Environmental Crisis)’ 보고서에서는 “여러 자료를 인용할 때, 환경오염으로 인한 (중국의) 연간 손실은 국민 총소득의 약 3~10%를 차지한다”고 추산했다. 중국의 연간 GDP 성장치를 상쇄하는 수준이다.

둘째는 낮은 임금이다. 중국 노동자 임금은 현재는 많이 상향됐지만, 기존 산업화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가장 낮은 수준이다. 베트남, 인도 등 신흥 산업화 국가와 비교해도 약간 높은 정도다. 중국 공식 통계의 조작 관행을 고려하면 노동자 임금 역시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국의 ‘996’(오전 9시 출근, 밤 9시 퇴근, 주 6일 근무) 근무 형태를 고려하면, 실제 임금은 경제 규모에 비해 여전히 낮다.

마지막으로 과도한 수출 보조금 정책이다. 개발도상국이 자국 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미국 같은 선진국도 전기차 등 특정 산업의 발전과 보호를 위해 일정 기간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그러나 제조업 전반에 걸쳐 원가 이하의 판매 가격을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국가는 중국이 거의 유일하다. 특히 중국공산당은 당초 자국 산업 보호가 보조금 지급의 목적이 아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공산당의 대외 무역은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라며 제품을 덤핑해 다른 나라의 산업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수출 기업에 세금 감면, 수출 환급, 저금리 대출, 직접 재정 보조금 등 다양한 보조금을 제공한다. 중국의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 전기차 등의 산업은 막대한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 이런 특혜는 타국 산업에는 재앙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2018년 미국 상무부는 중국에서 수입되는 알루미늄 포일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실시해, 중국 기업의 덤핑 행위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덤핑 범위는 48~106%, 보조금 범위는 17.7~80.97%라고 밝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에 따르면, 2019년 중국공산당이 선호하는 수출 기업에 지급한 보조금은 환율 적용 방식에 따라 약 2480억~4070억 달러로 추산됐다. 이는 같은 해 중국 GDP의 1.73~2.85%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4년 발표한 실무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22년 중국 전체 무역 왜곡에서 보조금 정책이 차지한 비중은 95%나 됐다. 전체 산업체 중 20% 이상이 50%가 넘는 보조금을 받았다. 배터리, 태양광 패널, 전기차(EV) 등 각국에서 차세대 먹거리 산업들로 꼽는 분야였다.

각국의 배터리, 태양광 패널, 전기차 업체들이 고통받는 사이, 중국의 노동자들 역시 저임금에 높은 집값·의료비·교육비로 고통을 받았고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이 세계에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미국 국립보건원 등재 리뷰 논문인 ‘중국의 환경과 건강’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연간 240만 명이 환경오염으로 조기 사망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중국이 경제적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었던 것은 중국공산당이 자국의 환경과 자원, 심지어 국민의 생명까지 일회용 소모품으로 쏟아부으며 초한전을 벌여왔기 때문이었다. 룰을 지키며 공정한 게임을 하려던 국가들로서는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일대일로… 저개발 국가 맞춤형 경제 초한전

‘저가 덤핑’이 서방 선진국에 맞서 싸우는 중국공산당의 초한전이었다면, ‘일대일로’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저개발 국가 혹은 개발도상국에 초점 맞춘 또 다른 형태의 초한전이다. 참여국을 ‘채무 함정’에 빠뜨려, 글로벌 주요 인프라와 전략 자산을 지배한다는 프로젝트다.

일대일로 구상은 2013년 중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에 의해 처음 제안됐지만, 채무 함정을 이용한 외국의 전략자산 통제 및 지정학적 침투는 WTO 가입 직후부터 중국공산당의 일관된 전략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구 장악이다. 스리랑카 남부의 함반토타 항구는 인도양의 국제항로 주요 간선에 인접했으며 아시아-아프리카-중동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2022년 8월 16일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탐사선인 위안왕 5호가 함반토타항에 입항한 가운데, 중국인 근로자와 현지 노동자들이 환영하고 있다. 이 선박은 인공위성 탐지 및 추적 장치 등을 갖춘 스파이 선박으로 평가되고 있다. | EPA/연합

중국공산당은 이 항구를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거점으로 삼아, 인도양에서 자국의 지정학적 및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다. 이에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에 걸친 ‘작업’을 통해 스리랑카를 채무 함정에 빠뜨렸다.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고 중국 금융기관으로부터 고금리 대출을 받아 무리한 인프라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는 수법이었다. 사업권 역시 규모와 기술, 인력 등의 문제로 중국 기업만 수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막대한 채무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스리랑카는 중국 측이 제시한 채무 재조정이나 자산 상환 방안을 받아들여야 했고, 이에 따라 이 항구의 지분 70%를 내주고 99년간의 장기 임대 계약을 허용했다.

미국의 국제개발사업 전문 연구기관인 에이드데이터(AidData) 연구소는 2021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2000년부터 2017년까지 165개국에서 1만 3427개, 총 8430억 달러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에 금융 지원을 하며 일대일로 사업 노하우를 축적하고 동시에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주로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부패가 심한 국가에 대출을 확대하며 최고 6%의 이자율을 적용해, 수십 개의 중·저소득 국가에 총 3850억 달러의 부채를 안겼다. 이 중 42개국은 중국에 진 빚이 연간 국내총생산의 10%를 넘어서며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에이드데이터는 2023년 11월 또 다른 보고서에서 일대일로를 시행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이자를 제외한 중국의 미수금이 약 1조 1000억 달러이며, 이 중 80%는 재정난을 겪는 국가에 대출된 자금이라고 밝혔다. 즉 중국공산당은 사업성이나 자금 회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참여국을 빚더미에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대일로 사업이 참여국의 경제 발전이 아니라, 전략적 가치를 지닌 항구와 철도 등을 통제하고 현지에 공항, 통신망, 창고 시설을 건설해 글로벌 군사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를 뒤엎고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새로운 질서를 설립하려는 것임을 방증하고 있다.

연재 순서
태생적으로 사악한 유전자
② ‘붉은 트로이 목마’, 미국을 파괴하다(, 하)
③ ‘붉은 특전대’의 글로벌 공작
④ 미국 사회를 꿰뚫는 ‘붉은 대리인’
⑤ 신앙과의 전면전: 신과 악마의 대결
⑥ 초한전에 맞서는 전략은 무엇인가
(추가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