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주차장서 수십 바퀴 맴돌아…비야디 전기차 또 ‘제어불능’ 논란

中 네티즌 “브레이크 고장, 시스템 오류 추정”
공안은 “감정 격해진 운전자의 이상 행동” 발표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차량이 공항 주차장에서 같은 곳을 수십 바퀴 돌며 이상 주행을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안 당국은 “음주 운전은 아니다”라면서도 사고 원인을 차량 이상이 아닌 운전자의 정서불안으로 발표해 비난 여론을 자초했다.
지난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 톈푸(天府)국제공항 주차장에서는 비야디 차량이 같은 곳을 수십 바퀴 회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차량은 제조사의 원격제어로 정지됐으나, 사건은 온라인에 확산되며 한동안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사고 차량은 비야디의 ‘한(Han)’ 모델로 추정됐다. 이 차량은 공항 주차장 내 도로를 시속 수십km 속도로 계속해서 맴돌았고 때로는 급회전하며 날카로운 타이어 마찰음을 내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공항 안전 요원들이 시민 접근을 통제하며 차량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목격자들은 “차량이 제동되지 않은 채 계속 원을 그렸다”며 “운전자가 차 안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공항 주차장에 모여든 시민 중 일부가 110에 신고했고, 10여 분 뒤 경찰차와 구조차량이 도착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운전자는 심한 충격을 호소하며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쓰촨공항 공안은 “운전자 장모(40세 남성)씨가 고객과 연락이 닿지 않아 초조해졌고,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주차장에서 차량을 주행했다”며 “음주나 약물 운전은 아니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 대해 일부 네티즌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순히 초조한 마음에 감정이 격해졌다고 주차장을 수십 바퀴 돌았다는 게 말이 되나”, “전에도 감정이 격한 운전자가 이상 주행을 한 사건이 있었지만, 이건 명백한 차량 오작동”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다른 댓글은 “영상을 보면 초기에는 브레이크등이 잠깐 켜졌지만, 이후 수십 바퀴 돌 동안은 브레이크등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이는 운전자가 멈추려 했지만 브레이크가 듣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차량 이상을 감지한 운전자가 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 같은 곳을 계속 주행하며 구조를 기다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 주행을 한 차량이 소프트웨어(차량용 OS 혹은 통합제어기) 오류로 인한 ‘무한루프 제어’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코너를 회전할 때 감속되는 모습을 보면, 차량 자세 제어장치(ESP)가 일부 작동하긴 했지만, 운전자의 브레이킹 등 물리적 제동 시도에는 반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최근 수년간 비야디를 포함한 자국 전기차들의 이상 주행과 급발진, 배터리 과열로 인한 발화 등 각종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기차 산업 육성에 힘을 쏟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일부 문제는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는 것조차 제한되고 있다.
지난 5월에도 비야디의 다른 차량 브랜드인 ‘텅스(腾势)’ 모델을 몰던 차주가 “차가 중간에 멈춰 창피하다”고 온라인에 불만을 올렸다가 ‘소란’ 혐의로 7일간 구류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에서 소란죄는 주로 공산당이나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주로 적용되는 죄목이다.
이번 사고 역시 단순한 운전자의 판단 미스로 보기엔 정황이 석연치 않다는 여론이 커지며, 비야디 차량의 안정성과 소프트웨어 신뢰성, 그리고 소비자의 안전과 권리보다 자국 전기차 산업의 성장을 우선시하는 당국의 여론 묵살에 우려가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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