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업계, 자멸 경쟁 치닫는다… ‘주행거리 0km’ 중고차까지 등장

선두주자 비야디, ‘6·18 대전’ 앞두고 또 가격 인하
과열된 점유율 경쟁에 사기성 전략도 주저 없이 선택
전문가 “부동산 업계 따라가…부실 시한폭탄 터질 것”
중국 전기차 시장이 극심한 가격 경쟁과 조작된 판매 방식으로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식의 허위 판매와 무리한 확장이 계속된다면 부동산 업계처럼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중국 전기차 대표 업체인 비야디(BYD)는 지난 23일 ‘618 쇼핑축제(618節)’를 앞두고 자사의 지능형 모델 22종에 대해 최대 34%까지 한시적으로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들어 세 번째 대규모 할인 공세다. 618 쇼핑축제는 징둥닷컴이 2010년부터 시작한 대규로 할인행사로 현재는 전 분야로 확산됐다.
비야디는 지난 3월 말부터 세 달 동안 보조금 지급 및 현금 할인 등 우회적인 가격 인하를 지속해왔다. 당초 10개 모델에서 시작된 할인 대상은 현재 22개 지능형 모델로 확대됐고, 할인 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판매량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방위적 시도로 풀이된다.
비야디의 가격 공세에 지리(吉利)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갤럭시’나 상하이GM 등 다른 업체들도 잇달아 ‘기간 한정 할인’에 뛰어들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은 본격적인 가격 전쟁에 돌입했다.
‘전기차판 대약진 운동’…공급과잉에 업계 전반 부실화
전문가들은 중국 전기차 업계의 이 같은 무한 경쟁의 배경에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있다고 지적한다. 대만 난화(南華)대 국제사무·경영학과 쑨궈샹(孫國祥) 교수는 “중국 공산당이 신에너지차(전기차 등)를 전략 산업으로 밀어붙이면서 보조금을 퍼부은 결과, 생산능력이 수요를 뛰어넘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와 무관했던 기업들마저 지방 중소 규모 자동차 업체들을 인수하는 등 정부의 보조금을 노리고 전기차 생산에 뛰어들면서 수요 없는 공급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지방 정부들도 지역 업체에 편향된 정책을 펴며 경쟁을 부추겼다. 쑨 교수는 “정책 혜택과 자금 유치에 이끌린 업체들이 출혈 경쟁을 택한 것”이라며 “자체 기술력이 부족해, 가격과 판촉 외에는 경쟁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에이킨 경영대학원의 프랭크 셰 교수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을 과거 마오쩌둥이 추진했던 대약진 운동에 비유했다. 1950년대 중국 공산당이 주도한 대약진 운동은 중공업 기반을 무리하게 구축하려다가 오히려 농업 생산력을 망가뜨린 데다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수천만 명이 굶어 죽는 대기근을 초래했다.
셰 교수는 “중국 전기차 산업은 안전, 품질, 기술도 확보하지 못한 200여 개 업체가 한꺼번에 출범하면서 결국 극단적 경쟁에 내몰렸다”며 정부 보조금만 대량으로 낭비하면서 수출길마저 막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행거리 0km 중고차’…꼼수 만연한 전기차 시장
판매 실적을 부풀려 정부 보조금을 더 많이 타내기 위한 일종의 ‘조작 판매’도 논란이다.
창청(長城)자동차의 웨이젠쥔(魏建軍) 회장은 지난 23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차에 등록만 한 뒤 바로 중고차로 전환해 유통시키는 ‘주행거리 0km 중고차’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체들이 외형상 판매 실적을 높이고, 재고와 자금 압박을 숨기기 위해 이런 방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대만 난화대 쑨 교수는 “명백한 실적 부풀리기이자 회계 조작으로, 잠재적 위험이 크다”며 중국 전기차 업계에 공공연한 악습이라고 비판했다.
단순히 판매 실적만 높이기 위한 관행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의 셰 교수는 “중국 전기차는 유럽의 안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신차를 중고차로 속여 수출하는 사례도 있다”며 “안전 검사를 회피하려는 이런 방식은 도덕적 파산이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창청자동차의 웨이젠쥔 회장은 이러한 부실이 전기차 업계 전반에 걸친 부도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자동차 산업 안에 이미 ‘헝다(恒大)’가 있다. 아직 폭탄이 터지지 않았을 뿐”이라고도 했다.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는 한때 업계 1위였으나 2조4000억 위안(약 470조원)의 부채로 2021년 사실상 파산했다.
쑨 교수는 “전기차는 부동산만큼 금융이나 지방 재정을 위협하진 않지만 보조금과 대출 의존 구조, 소비금융 남용 등을 보면 거품 붕괴의 조짐이 보인다”고 경고했다. 그는 “규제가 실패하거나 소비자 신뢰가 무너지면 도미노식 붕괴도 가능하다”고 했다.
셰 교수 역시 “중국 자동차 기업 대부분은 보조금과 부채로 버티는 구조”라며 “가격이 더 떨어지면 수익은 사라지고, 손실만 커진다. 차를 팔수록 손해가 늘어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확장 일변도의 사업 구조, 과잉 재고, 빚더미… 이 모든 게 헝다 사태와 닮았다”고 말했다.
中 당국 “독점 막고 건전한 경쟁 유도”…전문가 “공산당 체제가 정경유착 유발”
상황이 악화되자 중국 정부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국무원 산하 반독점·반부당 경쟁위원회는 지난 21일 전문가 회의를 열고 “전기차 시장의 과열 경쟁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쑨 교수는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과도한 보조금 경쟁과 허위 판매 문제를 일정 부분 개선할 수 있지만, 일부 기업에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헝다 사태에 정부가 뒤늦게 개입하면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 것처럼, 이미 정교하지 못한 정책으로 과잉생산을 초래한 정부가 정교한 대응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셰 교수는 중국 공산당 특유의 폐쇄성과 부패로 인해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국유기업과 정치 권력이 얽힌 중국 경제 구조상, 정작 독점과 불공정의 주범은 당국 자신”이라며 “진정한 반독점과 공정 경쟁을 원한다면 공산당 체제 자체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 하락으로 시장에서는 더 저렴하게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낙관론에 대해 “하지만 업체가 약속했던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품질이 낮아 결국 소비자들도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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