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비야디, 연료탱크 유증기 누출 논란 재점화…경쟁업체 “조사 필요”

2025년 06월 10일 오후 3:03

지리자동차 측 임원 “상압 유압탱크에 구조적 결함…다시 조사해야”
비야디 측 “고객 불만에 이미 교체 완료한 부품, 중상 모략 중단하라”

중국 대표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의 하이브리드 차량에 사용된 상압 연료탱크 구조를 둘러싸고 설계 결함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이 구조가 휘발유 증기(유증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해 외부로 유출시킬 구조적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6~7일 중국 충칭에서 열린 ‘2025년 중국 자동차 포럼’에서 지리자동차 지주사인 지리홀딩스 그룹 수석부사장 양쉐량은 “제 발 저린 도둑”이라며 비야디의 상압 연료탱크 결함 문제를 정면 거론했다.

양 부사장은 “비야디의 연료탱크 설계는 구조적 결함에 가깝다”며 “이대로 넘어간다면 업계 전체의 신뢰성과 안전 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야디의 연료탱크 설계 결함 논란은 2년 전 크게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023년 5월, 중국 완성차업체 창청자동차 측은 비야디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인 ‘친 PLUS DM-i’와 ‘쑹 PLUS DM-i’ 모델의 상압 연료탱크 구조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르면 비야디의 하이브리드 차량은 EV(전기 모드) 상태로 장시간 운행할 경우 휘발유 연소가 이뤄지지 않아 유증기 회수 장치인 카본 캐니스터 성능이 저하돼 유증기의 차량 외부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중국의 배출가스 규제 위반 소지가 있다.

상압 연료탱크는 연료에 압력을 가하지 않고 대기압 조건에서 저장하는 탱크다. 오일이나 가스 회수 장치 없이 간단한 구조로 만들 수 있어 제작 비용이 저렴하다. 그러나 휘발유가 쉽게 증발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유증기 회수 장치가 필요한데, 비야디는 연료탱크 내 증발가스를 활성탄으로 흡착해 엔진으로 환원시키는 장치인 카본 캐니스터를 사용하고 있다.

양 부사장은 “자체 분해 시험 결과, 이 구조(상압 연료탱크)에서 장성자동차가 지적한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문제를 확인했다”며 “이는 단순한 경쟁 차원이 아니라 소비자 안전과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명확한 결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의 브랜드 및 홍보 담당 리윈페이 사장(좌)과 지리자동차 지주사인 지리홀딩스 그룹 양쉐량 부사장(우)이 연일 설전을 벌이며 중국 자동차 업계의 치열한 경쟁 상황을 드러냈다. | NTD

비야디 측은 즉각 대응했다. 비야디의 브랜드 및 홍보 담당 사장 리윈페이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해당 구조는 2021~2023년 사이 일부 모델에 채택됐으나, 고객의 불만 접수에 따라 이미 고압 연료탱크로 전면 교체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이어 “2018~2023년 저장성의 유력 자동차 업체에서도 여러 하이브리드 모델에 상압 연료탱크 구조를 채택했었다”며 자신들만의 실수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구체적인 회사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저장성에 기반을 둔 지리자동차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는) 근거 없는 고발, 파벌 만들기, 악의적 중상 모략과 비방 등 여러 가지 불공정한 경쟁 행위에 대해 법적 추궁을 할 권리가 있다”고 위협적인 표현까지 덧붙였다.

이러한 예민한 반응은 비야디를 겨냥한, ‘자동차계의 헝다’라는 최근의 비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달 23일 중국 자동차 업계의 터줏대감인 웨이젠쥔 창청자동차 회장은 “중국 자동차 산업에 ‘헝다 위기’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그는 특정 기업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는 얼마 전 최대 34% 할인으로 업계의 출혈 경쟁을 촉발시킨 비야디를 ‘헝다’에 비유해 저격한 발언으로 여겨졌다. 헝다는 과도한 부채로 무너지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를 촉발시킨 부동산 분야 대기업이다.

비야디는 문제가 된 연료탱크를 교체했다고 밝혔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설계상 문제가 있는 부품을 수년간 사용했고 비공개적으로 교체했다는 점에서 기업의 책임 회피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원가 절감 경쟁이 치열한 중국 자동차 시장과 관련해 “제조 단가가 낮고 구조가 단순하다는 점에서 문제를 알고도 원가 절감을 위해 일부러 계속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당국 차원의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