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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도체·의약품 관세 곧 발표”…韓 수출에 직격탄 우려

2025년 07월 09일 오전 11:37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 연합뉴스

구리엔 50% 관세
트럼프 “한국, 방위비 100억 달러 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반도체, 의약품 등 주요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제약제품이 직접 언급되면서,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에 따라 한국 수출 기업들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반도체, 의약품, 몇몇 큰 품목들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며 “매우 큰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관세율이나 시행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구리에 대해선 50%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의약품의 경우엔 “곧 무언가를 발표할 것”이라며, “해외 제약사들이 미국으로 제조를 이전할 수 있도록 1년 내지 1년 반의 유예기간을 주고 이후엔 20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미국 내 제조 유인책에 방점을 뒀던 흐름과 유사하지만, 관세 수준과 속도에 있어 훨씬 강경한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반도체·의약품·구리는 철강·알루미늄·자동차처럼 미국의 국가 안보와 연계해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대상이다. 이 조항은 상무장관이 특정 수입품이 미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이 필요시 고율 관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이날 각료회의 이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구리에 대한 조사는 이미 완료돼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반도체와 의약품 조사도 “이달 말까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한국을 직접 언급하며 “한국은 부유한 나라”라며 “자신들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거의 공짜로 한국을 방어해 주고 있다”며 “나는 한국이 연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를 방위비로 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가 1기 재임 중이던 2020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며 꺼낸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도 “8월 1일로 예정된 상호관세 부과 시점은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 날짜는 고정된 것이며, 절대 연장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앞서 트럼프는 7일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을 8월 1일까지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번 관세 부과는 사실상 동맹국들에 대한 압박 카드로 해석된다. 향후 한국 정부와의 통상 협상에도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