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트럼프 4년·밴스 8년…미국의 ‘위대한 12년’ 시작될 것”
2024년 10월 5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일론 머스크가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과 유세장 무대 뒤편에서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버틀러를 다시 찾은 것은 같은 해 7월 13일 암살 시도로 부상을 당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었다. | Anna Moneymaker/Getty Images 테슬라와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한 비공개 모임에서 공화당 정부에 관한 낙관적 전망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일(현지시각) 익명의 관계자 3명을 인용해 머스크가 “미국은 지금 ‘위대한 12년의 시작점’에 들어섰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4년 임기 이후 밴스 부통령이 대통령을 이어받아 두 차례 집권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가 말한 ‘위대한 12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4년 임기와, 그 뒤를 이어 JD 밴스 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돼 8년간 재임하는 시나리오를 의미한다. 이는 공화당의 향후 대선 전도에 대한 머스크의 강한 낙관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해당 모임은 지난달 22일 전 연방정부효율부(DOGE·도지) 팀원들의 재결합 행사다. 머스크는 화상으로만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임은 텍사스 중부의 소도시인 배스트럽에서 열렸다. 배스트럽은 텍사스 수도 오스틴에서 남동쪽으로 50km 떨어진 위성도시다. 인구 수만 명의 작은 도시였으나 현재는 스페이스X와 보링(Boring) 컴퍼니 등 머스크 소유 테크 기업들이 들어서면서 머스크의 산업 제국 거점으로 변모했다. 현지에서는 ‘머스크 타운’으로 불린다.
정확한 행사 장소는 보링 컴퍼니 인근의 ‘보링 보데가’였다. 식료품점을 겸한 모임 공간으로 직원과 지역 주민 편의를 의해 마련된 시설이다. 보링 컴퍼니는 지하 터널 굴착·운송 인프라 기업으로 머스크가 구상한 ‘지하 교통 혁신’을 실험하는 프로젝트 성격이 강한 회사다.
전·현직 도지 팀원과 일부 가족 등 약 150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머스크는 어둡게 처리된 비공개 장소에서 화상으로 연설을 했다.
그는 행사에 직접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 다음으로 미국 내 주요 암살 표적 가운데 하나라고 믿고 있다”며, 이번 모임이 이미 공개된 행사인 만큼 안전을 고려해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테슬라 주주 대상 콘퍼런스콜에서도 “암살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운동을 더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등 유사한 우려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날 보안 문제로 행사 기간 참가자들의 휴대전화는 모두 특수 보안 주머니에 보관됐다.
연설에서 머스크는 도지 팀원들이 워싱턴에서 근무하며 감내한 희생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더 높은 급여의 일자리를 포기하고, 정치적 반발과 살해 위협까지 감수한 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도지는 트럼프 현 정부 출범 당시 머스크가 연방정부 내에 설치한 조직으로, 비대해진 연방정부 지출과 인력을 줄이는 임무를 맡아 활동했다.
참석자들이 바비큐와 멕시코식 구이 요리 ‘파히타’를 즐기는 동안 머스크는 미국 내전 가능성, 에너지 사용량을 통해 문명 기술 발전 수준을 가늠하는 ‘카르다쇼프 지수(Kardashev Scale)’, 화성 식민지 건설 구상 등 주제를 넘나드는 즉흥적인 발언들을 이어갔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머스크는 로버트 하인라인의 1966년작 ‘달은 엄혹한 여주인(The Moon Is a Harsh Mistress)’과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The Foundation Series)’ 등 자신이 읽은 공상과학 소설도 언급했다.
또 그는 “지구에서 화성으로 미사일을 쏘더라도 날아가는 데에만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화성 정착민들이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농담을 던져 현장에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머스크가 영상으로만 등장한 점에 대해 일부 참석자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 관계자는 “배우자를 동반하고 온 사람들 가운데 특히 머스크가 직접 나타나지 않은 점에 대해 행사 전반의 기획에 실망을 표시한 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스티브 데이비스, 앤서니 암스트롱 등 머스크의 핵심 측근들도 참석했다. 일부 도지 팀원들은 워싱턴의 총무청(GSA·한국의 조달청에 해당) 건물 6층에 숙박하며 비용 절감 업무를 수행했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가 도지(DOGE)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지는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정부 효율화’의 명칭이자 시바견 사진 소재로 2013년에 인기를 끈 인터넷 밈(meme)이기도 하다. 2025.3.9 | AP/연합
트럼프와 관계 복원, 밴스와는 결속…폴리티코 “2032년까지 내다본 머스크”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발생한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 이후 머스크는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표명했다. 올해 6월 한때 두 사람의 관계는 균열을 보였으나 이후 회복됐고, 머스크는 특히 밴스 부통령과는 더욱 견고한 개인적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정치 참여에 대해 “돌이켜보면, 내가 정치에 관여할 때마다 대체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는 앞서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자문기구에 참여했다가 탈퇴한 후에도 워싱턴의 정치 논쟁은 생산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폴리티코는 이번 행사에 관해 “본질은 워싱턴에서 그의 정치적 구상에 힘을 보탰던 인물들과 다시 만나 관계를 재정비 하는 데 있었다”며 “머스크는 이미 2032년까지의 정국을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머스크는 정치 참여를 공식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지는 않았다. 다만 한동안 기업 경영에 집중하겠다며 정치와 거리를 두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밴스가 2028년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세계 최고 부호인 머스크의 지지와 정치 자금 후원은 선거 운동을 위한 강력한 기반이 될 수 있다.
밴스 부통령의 정치적 성향에 관해서는 미국 일각에서 ‘우파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경제 정책은 미국 제조업 회복과 공급망 자립, 중국 의존도 축소, 전략적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과도한 환경·금융 규제 비판 등으로 요약된다.
이 같은 기조는 전기차·배터리·우주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머스크의 사업 구조상 규제 부담 완화와 정부 지원 확대라는 직접적인 수혜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머스크의 “향후 12년간 공화당이 백악관을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은 보수 진영에 대한 정치적 신념을 넘어서, 향후 10여 년간의 정책 환경과 규제 지형을 가늠하고 이에 맞춰 사업 전략을 계산하는 그의 사업가적 시야가 반영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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