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태자당, 연판장 돌린다…“권력 사유화 비판하며 習 퇴진 요구”

유력 가문 서명 담아, 당 중앙에 정식 제출 계획
“원칙 어기고 권력 사유화로 오히려 체제 약화”
“덩샤오핑 ‘도광양회’ 벗어나 외교적 고립 자초”
중국 공산당이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당 원로 천윈(陳雲) 탄생 120주년 기념 좌담회를 개최한 가운데, 회의장에서 ‘정치적 시그널’이 감지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주에 거주 중인 반체제 학자 위안훙빙(袁紅冰) 전 베이징 법대 교수는 17일(현지 시각)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태자당 소속 주요 가문들이 시진핑의 퇴진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며 서명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체제 내 소식통을 통해 공산당 고위층 내부 소식을 전해 온 위안훙빙은 이날 추모회에서 태자당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단순히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었다며, 중요한 정치적 움직임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 보도 영상을 보면, 이날 행사에는 시진핑(習近平)을 포함한 당 정치국 상무위원 7인 전원이 참석했을 뿐 아니라, 천윈의 아들 천위안(陳元), 후야오방(胡耀邦)의 아들 후더핑(胡德平), 류사오치(劉少奇)의 아들 류위안(劉源), 리셴녠(李先念)의 딸 리샤오린(李小林), 시진핑의 동생 시위안핑(習遠平) 등 당 원로 2세 그룹(태자당) 인사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확실한 명분을 갖춘 공개 행사에 나란히 참석함으로써 과도한 억측을 피하면서도 시진핑에게 권력이 집중됐던 시기를 일단락 짓고, 태자당 인사들이 결집하고 있음을 대중 앞에서 보여줬다는 것이다.
위안훙빙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태자당 가문들 사이에서는 오는 제21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의 연임(4연임)을 더 이상 허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태자당이 추진 중인 연판장은 여러 가문의 서명이 들어간 ‘홍색 유전자가 당 중앙 정치국에(紅色基因致黨中央)’라는 제목의 건의서다.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중앙정치국에 제출함으로써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건의서는 시진핑 집권 이후 내정과 외교에서의 심각한 실책을 지적하고, 최고 지도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결론을 담고 있다”고 위안훙빙은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태자당에서 가장 강경하게 시진핑을 비판하는 인물은 국영기업인 중신그룹(CITIC) 전 회장이자 태자당 유력 인사인 쿵단(孔丹)이다.
쿵단은 내부 회의에서 시진핑의 실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크게 두 가지 ‘죄’를 제시했는데, 하나는 ‘핵심 요직은 반드시 우리 편이 잡아야 한다(自己人掌權)’는 전략을 위반한 일이다. 이는 생전 천윈이 강조한 전략으로, 권력을 충성도 높은 내부 인사에게만 배분해 체제와 기득권을 지키려는 취지다.
그러나 시진핑은 이를 ‘측근 챙기기’로 변질시켜 권력을 사유화함으로써 오히려 체제를 약화시켰다는 게 쿵단의 지적이다.
두 번째 죄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전략, 특히 ‘도광양회(韜光養晦·칼을 숨기고 힘을 기른다)’ 원칙을 뒤엎고 ‘늑대전사 외교’라는 대결 일변도의 노선을 밀어붙인 것이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 전반에 강한 반감을 일으켰고, 덩샤오핑이 고안했던 ‘일국양제(一國兩制)’를 통한 평화적 대만 통일 전략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다.
위안훙빙은 정보 입수 경로에 대해 “최근 중국에서 호주로 입국한 이들에게서 구술 형식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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