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임금 삭감 ‘쓰나미’…“하루 두 탕 뛰며 생계 유지”

경제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중국의 대표적 고소득 직장인 중앙 국유기업들이 잇따라 임금을 삭감하고 있다.
중앙 국유기업은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국유기업으로 엄청난 규모와 매출을 보유한 것이 특징이다. 외자기업의 사업 축소 및 철수, 민영기업의 구조조정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철밥통’ 국유기업마저 흔들리면서 가계의 소비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중앙 국유기업 직원 우(吳)모씨는 “작년에 복리후생이 줄었는데, 올해 3월 급여가 다시 5% 줄었다”며 “원래 6천 위안(약 114만원)이던 월급이 5천 위안(95만원)으로 깎였고, 각종 수당도 사라져 실제 삭감률은 20%가 넘는다”고 말했다.
우 씨는 줄어든 급여와 수당만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어 퇴근 후 우버 택시 기사로 ‘투잡’을 뛰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올해 1월 27개 국유 금융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급여를 삭감하거나 제한한 바 있다. 해당 기업들은 2월부터 연봉 상한선을 적용하고 성과급을 축소했으며, 고위급과 중간 관리자의 연봉을 절반 가까이 삭감했다.
이 밖에도 우 씨의 사례처럼 정부 지시나 언론 보도 없이 국유기업 자체적으로 실시한 급여 삭감은 훨씬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중국철도건설공사(CRCC) 내부 통지문 캡처 이미지에는 “수당 지급 중단, 성과급 50%만 지급”을 골자로 한 급여 조정 방안이 담겨 있었다. 지난해까지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 43위였던 CRCC의 성과급 삭감 소식은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국유 투자사인 중국국제금융공(CICC)의 한 사원급 직원은 “사측이 지난해 25% 급여 삭감을 단행하고도 올해 초 또 급여를 줄였다”며 “사원들은 직위에 따라 5~20%의 삭감폭이 적용돼 사는 게 더 팍팍해졌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려 하지만, 임금 감소에 따른 소비 둔화는 이러한 전환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베이징 팡산구에 거주하는 장(張)모씨는 “대형마트는 괜찮지만, 손님 발길이 끊긴 동네 가게나 중소 마트들은 죽기 살기로 할인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 가게들이 다 문 닫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산둥성 텅저우의 류(劉)모씨도 지역 음식점들이 손님을 유치하려 경쟁적으로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면서 “지역에 있던 회사들이 문을 닫으면서 외식 업계 타격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쿤산 지역의 한 수출 업계 관계자는 “수출 기업들에 주문이 크게 줄면서 외부에서 일하러 왔던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갔고, 원래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취업난이 심각하다”며 “내가 아는 한 청년은 하루 두 끼만 먹으며 아르바이트로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자료도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2025년 5월 기준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1% 하락했다. 자동차, 전자상거래, 커피 등 다양한 업종에서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고 명품 시장도 휘청이고 있다. 중산층이 소비를 줄이면서 중고 명품 시장도 출혈 경쟁에 휩싸였다. 시장조사기관 즈엔 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신품의 60~70%를 유지했던 중고 시세가 최근 90%까지 떨어졌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0% 커졌지만, 수요 정체 속에 판매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붕괴했다. 일부 부유층의 소비력에 의존하려는 신규 판매자들이 시장에 뛰어든 데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보유 중이던 명품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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