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입시험 응시자 8년 만에 첫 감소… “출생아수·학력가치 하락 반영”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 ‘가오카오'(高考) 응시자가 8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올해 고교 졸업생 중 대학 입시에 지원한 인원은 1335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7만 명 줄었다. 전문가들은 적령 인구의 자연 감소와 ‘학력 프리미엄’ 약화에 따른 취업난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 교육부는 28일, 2025년도 가오카오 응시자가 총 1335만 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의 1342만 명보다 7만 명 줄어든 수치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교육부가 매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5~2017년까지 대학 입시 지원자 수는 약 940만 명 수준이었으나 이후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꾸준히 증가했고 2022~2024년에는 각각 115만 명, 98만 명, 51만 명씩 큰 폭으로 늘었다.
중국 내 응시자 감소는 우선 인구의 감소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관영매체 ‘상관신문(上觀新聞)’은 “올해 가오카오 응시자는 주로 2006~2007년생으로, 해당 연도의 출생아 수 자체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보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해마다 1600만 명 이상이 출생했지만, 2006~2007년에는 각각 1581만 명, 1591만 명으로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또 다른 지표도 눈길을 끈다. 18세 인구 중 가오카오에 응시한 비율(재수생 제외)은 2018년 55.2%에서 2024년엔 84.9%까지 올랐으나, 올해는 83.9%로 소폭 하락했다.
대학 진학이 예전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학벌의 ‘가성비’가 떨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의 대형 취업포털 ‘즈롄자오핀(智聯招聘)’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중국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55.5%에 그쳤다. 절반 가까운 졸업생이 졸업 후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인민대학교 교육대학 우츄샹(吳秋翔) 교수는 “중국 고용시장은 오랜 시간 학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명문대 졸업장과 스펙을 과도하게 중시해 왔다”며 “하지만 고학력 청년이 음식 배달, SNS 인플루언서 등 전공과 무관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사례가 흔해지면서 논란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교육이 대중적 기본 교양이 되면서 ‘학력이 곧 사회적 지위’라는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4월 중국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미취업 대학 졸업생을 ‘최저생계보장(低保)’ 대상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취업이 어려운 노년층과 장애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데, 대졸자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중국 온라인에는 “대학 졸업장으로 최저생계보장 신청 자격을 획득할 수 있게 됐다”며 자조 섞인 반응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편, 중국 당국에 따르면 올여름 대학 졸업자들이 개혁개방 이후 최대 규모인 122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고용시장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이들의 취업난이 장기화할 경우, 사회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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