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필리핀 의회, 中 스파이 의혹 女시장 체포 명령…“도주 정황”

2024년 07월 16일 오전 11:02

필리핀 국적이라던 앨리스 궈, 중국인 궈화핑 확인
청문회 출석 요구 두 차례 거부…가족들 모두 사라져

중국 공산당 스파이 의혹을 부인하던 중국인 필리핀 소도시 시장에 대해 필리핀 상원이 체포 명령을 내린 가운데, 해당 시장 일가의 도주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14일 필리핀 상원은 중국 범죄 조직과의 연루 혐의를 조사하는 청문회 출석을 거부한 앨리스 궈(중국명 궈화핑) 시장에 대해 체포를 명령했다.

하지만 15일 ABS-CB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궈화핑의 전 회계사를 제외한 그녀와 그녀의 가족 모두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주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아직 필리핀을 빠져나가진 못했고 모처에 은신해 대처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추측된다.

필리핀 시골 소도시 밤반시 시장인 궈화핑은 자금세탁, 보이스 피싱 등 사기, 인신매매, 불법 구금 등의 혐의가 적용된 범죄 조직과의 연루 혐의로 지난달 26일과 이달 10일 두 차례 청문회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모두 불참했다.

궈화핑의 변호인은 궈화핑이 “대대적인 온라인상의 괴롭힘과 모욕”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청문회에 참석할 수 없었다”며 “상태가 호전되면 출석하겠다”고 13일 해명했다.

그러나 상원은 그녀는 물론 그녀의 가족, 전 회계사를 상대로 체포 명령을 내렸다. 궈화핑에 대한 청문회를 주도한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은 “이번 체포 명령은 (궈화핑에게) 필리핀 법에 따라 책임을 묻는 첫 단계”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현재 필리핀에서는 궈화핑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필리핀 정계에 심은 스파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녀는 지난 6월 ‘신원 불명’을 이유로 시장직에서 정직됐다.

궈화핑의 중국 공산당 스파이 의혹은 지난 3월 수사당국이 밤반시에 위치한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그녀는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온라인 사기 범죄 소굴로 밝혀진 도박장의 광범위한 부지 중 절반가량이 궈화핑 소유로 확인됐다.

이후 필리핀 의회는 궈화핑의 스파이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필리핀 국적이라고 주장하던 그녀의 지문이 2003년 입국한 중국인 여성 궈화핑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필리핀 언론들은 궈화핑과 그녀가 연루된 중국계 범죄 조직이 중국 공산당의 ‘자산’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은 중국인들의 투자를 받아 운영되며, 2016년부터 필리핀에서 급증했다.

필리핀 수사당국에 따르면 도박 외에도 인신매매, 밀입국 알선, 보이스 피싱, 성매매 등 갖가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으며, 인민해방군 군복과 총 등도 발견돼 공산당 정권과 관련성이 짙어졌다.

궈화핑은 국적 논란과 관련해 언론에 “나는 중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하녀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라고 주장했으나 지문 대조 결과 거짓말로 판명되면서 “필리핀에 대한 모욕”이라며 거세게 비난하는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2세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5월 기자들에게 “아무도 그녀를 모른다. 우리는 그녀가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의 시민권 때문에 이민국에서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필리핀 중국대사관은 궈화핑의 신원에 대한 현지 언론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이 기사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