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해 준 女검사장과 수 차례 호화여행, 거액 보수
청문회에선 “로맨스” 해명했지만 관계 인정 후 사직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외압’ 혐의를 수사 중인 특별검사가 상사인 검사장과의 불륜 의혹으로 물의를 일으키다가 사임했다.
특별검사 네이선 웨이드는 15일(현지 시각), 검사장 패니 윌리스에게 보낸 서한에서 “특검직에서 물러나겠다”며 “민주주의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웨이드는 자신을 특별검사로 임명해 준 女검사장과 연인 관계가 됐으며, 이후 두 사람이 여러 차례 여행을 다녀왔고 여행 비용 대부분을 검사장이 지불한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연인 관계는 끝난 상태라고 했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윌리스 검사장과 웨이드 특별검사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어 수사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변호인단은 윌리스 검사장이 특별검사 임용 당시 이혼 소송 중이었던 유부남 웨이드 특별검사에게 검찰 예산에서 편성한 65만 달러(약 8억7천만원)라는 거액의 보수를 지불하고, 두 사람이 호화 여행을 다니는 등 트럼프에게 불리한 수사 결과를 내놓도록 일종의 뇌물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광범위한 선거 사기 행위가 발생했다면서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표를 찾아내라”며 압박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조지아주 최대 인구 거주지인 풀턴 카운티 지방검찰의 팰리스 검사장은 웨이드를 특별검사로 임명해 트럼프의 대선 외압 혐의를 수사하도록 해왔다.
법원 “부적절한 관계…둘 중 한 명은 배제” 명령
법원은 두 사람의 관계가 “부적절해 보인다”며 공판이 시작되기 전 두 사람 중 한 명을 사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풀턴 카운티 고등법원 스콧 맥아피 판사는 “실질적인 이해 충돌을 입증할 혐의와 증거가 법률적으로 불충분하다”면서도 이해 충돌을 우려해 윌리엄 검사장이나 웨이드 특별검사가 사건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명령했다.
또한 맥아피 판사는 두 사람이 (성적인) 관계를 맺었다는 점, 웨이드 특별검사가 공짜로 여러 차례 여행을 다녀오면서도 아무런 재정적 이득을 얻지 않았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 또한 그가 자신의 아내와 이혼 소송에서 일부 사실을 감췄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웨이드는 2021년 11월 특별검사에 임용됐다. 그는 2021년 8월 중순부터 아내와의 별거에 돌입했으며, 같은 해 11월 이혼을 요구했다.
윌리스 검사장은 웨이드와 불륜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이 2022년 초부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웨이드가 특별검사에 임용되기 전 윌리스 검사장이 머물고 있던 지역에 최소 35회 방문했으며, 두 사람이 2021년 초부터 말까지 2천 건 이상의 전화통화와 약 1만2천의 건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진술서를 제출했다.
웨이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청문회에서 윌리스 검사장이 머물고 있던 지역에 10회 정도 방문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또한 두 사람은 자신들이 “로맨틱한 관계”를 이어왔다고 시인하면서도 그로 인한 금전적 거래는 없었다고 말했다.
맥아피 판사는 “제3자가 합리적으로 볼 경우, 특별검사가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독립적이며 전문적으로 판단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며 “웨이드가 특검직을 수행하는 한 이러한 불필요한 인식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윌리스 검사장과 웨이드 특별검사는 청문회에 두 명의 증인을 내세워 자신들의 무고함을 입증하려 했으나, 맥아피 판사는 증인들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한편, 웨이드 특별검사는 윌리스 검사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이 사건을 가능한 한 빨리 진행하기 위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윌리스 검사장 측은 “조지아의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피고인들의 혐의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일에 나설 만큼 용감했던 것을 항상 기억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