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중국 내 최대 인권탄압 사건 알고도 외면”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한 인권 단체가 “중국이 유엔 내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인권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와 인권 단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알렸다.
인권 단체 ‘CAP 양심의 자유(CAP Freedom of Conscience, 이하 CAP)’의 크리스틴 미레 대표는 지난달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CAP는 2016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유엔에서 열리는 공식 회의와 토론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ECOSOC의 인증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미레 대표는 “2007년 이후 중국 외교관들이 ECOSOC 사무차장직을 맡았다. 이로 인해 CAP가 인증을 받는 게 어려웠다”며 “중국 측은 파룬궁 박해의 진상을 알리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CAP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AP에 대한 마지막 심사 과정에 중국 대표가 불참한 덕분에 가까스로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엔 내 중국의 영향력
미레 대표는 “유엔 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인권 단체의 활동이나 참여가 제한되고 있다”며 “유엔 인권이사회(UNHRC)에서 중국 내 인권 범죄에 대한 내용을 발표할 때마다 중국 측으로부터 방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막기 위해 친중 성향의 NGO들을 대거 동원하는 등 불공정한 수법을 쓰고 있다”며 “ECOSOC의 인가를 받은 단체로서 CAP가 활동 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때도, 중국 측이 고의로 보고서 검증을 미루거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은 이런 식으로 인권 단체의 활동과 발언을 제한함으로써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중국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유엔이 ‘중국화(Sinicized)’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중국의 인권 범죄를 폭로하는 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유엔이 제공하는 ‘표현의 공간’을 모든 인권 범죄 피해자를 위해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룬궁 박해
CAP는 지난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룬궁 박해, 강제 장기적출에 대해 국제적이며 독립적인 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이 서한에는 중국 내 강제 장기적출 범죄를 조사하는 영국의 NGO ‘중국 재판소’의 2019년 보고서가 인용됐다.
중국 재판소는 “오랜 시간 중국에서 강제 장기적출 범죄가 대규모로 자행됐으며, 중국공산당은 자국 내 파룬궁 수련자들을 ‘장기 공급원’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불가(佛家) 전통에 뿌리를 둔 영적 수련법인 파룬궁은 1992년부터 중국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중국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파룬궁 수련자의 수는 7000만 명에서 1억 명 사이로 추산됐다.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은 파룬궁의 인기를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1999년 7월 파룬궁에 대한 대규모 탄압 및 박해를 지시했다. 그로 인해 파룬궁 수련자 수십만 명이 교도소 또는 강제 수용소로 보내져 노동 착취, 고문 등을 당했다.
미 하원에서는 지난해 3월 중국공산당의 강제 장기적출을 근절하고 관계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2023 강제장기적출 금지법(Stop Forced Organ Harvesting Act of 2023)’이 통과됐다.
이후 톰 코튼(공화당·아칸소주), 크리스 쿤스(민주당·델라웨어주)를 비롯한 상원의원 10여 명이 해당 법안을 상원에 발의했다. 현재 이 법안은 상원 외교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CAP를 포함한 여러 NGO는 그해 12월 상원 외교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조속히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