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자지구 난민 수용 두고 논쟁…민주 “입국 촉구” vs 공화 “반대”

톰 오지메크
2023년 10월 16일 오후 3:35 업데이트: 2023년 10월 16일 오후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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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단 7일 만에 가자지구 내에서 약 1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미국에서는 가자지구 난민 수용 여부로 논란이 뜨겁다.

미국 민주당 강성 진보그룹인 ‘스쿼드’ 소속 자만 보먼 하원의원은 “(미국은) 팔레스타인 난민을 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대로 미국 공화당의 톰 티파니 하원의원은 팔레스타인 여권 소지자의 미국 입국을 차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티파니 의원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우파 성향 언론 브라이트바트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티파니 의원이 발의한 ‘침략국 무입국 보장(Guaranteeing Aggressors Zero Admission) 법안’, 이른바 ‘가자(GAZA) 법’은 팔레스타인 국민들이 미국 국토안보부의 임시 입국 허가 시스템을 이용해 미국에 정착하려는 시도를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티파니 의원은 성명에서 “우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시 입국 허가 규정을 남용해 검증되지 않은 팔레스타인인을 미국 지역사회로 데려오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티파니 의원과 함께 다른 공화당 의원들도 가자지구 난민에게 미국을 개방하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나라이지만, 국경을 보호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특히 테러 위험이 높은 지역의 난민을 추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마찬가지로 공화당 소속의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역시 “가자지구 난민을 미국이 받아들여선 안 된다”며 “주변 아랍 국가들이 국경을 개방하고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가자지구 난민들의 미국 입국을 촉구한 보먼 의원 또한 입국 허용 전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먼 의원은 “가자지구 인구의 50%가 어린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환영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면서도 하마스 조직원들이 입국하는 일이 없도록 심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면 지상전을 준비 중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민간 주민들을 향해 대피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이에 약 100만 명의 가자지구 주민이 피란길에 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서둘러 대피하고 있다.|Mohammed Abed/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광범위한 공격 작전 계획”

지난 14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린 지 하루 만에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남쪽으로 향하는 ‘상당한 움직임’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또 “육해공을 통해 가자지구에 합동공격을 하는 등 광범위한 공격 작전 계획을 실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민간인을 소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하마스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이스라엘의 대피령을 무시하라며 “집을 떠나지 말라”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도로를 차단하고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민간인들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강제로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주민의 대규모 대피가 정말로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유엔은 매우 파괴적인 인도주의적 결과 없이는 이런 이동이 일어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처럼 가자지구 피란민들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면서 미국에서도 가자지구 난민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구조대원들이 하마스의 대규모 기습으로 파괴된 이스라엘 건물 앞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Violeta Santos Moura/Reuters/연합뉴스

미국 의사당에서의 논의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적 지원이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에게 도달하고, 충돌 확대를 피하기 위해 지역의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55명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대피로를 열고 무고한 민간인 피해를 줄이는 조치를 하도록 압박을 가해달라고 바이든 행정부에 촉구했다.

의원들은 공동서명한 서한을 통해 “이스라엘은 자국민을 방어하고 악의적인 공격에 대응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테러로 고통받고 있는 가자지구의 무고한 민간인 수백만 명을 고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민간인 피해를 피하기 위해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