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중국 재난 구호현장서 포착된 시진핑의 전쟁 준비

남창희
2023년 08월 26일 오후 7:35 업데이트: 2023년 08월 27일 오전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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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중국은 북부지방 폭우로 100명 이상의 인명 피해와 5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그러나 구호 현장에서 예년과 달리 인민해방군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시진핑의 전쟁 준비가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 민주화 운동가인 왕쥔타오(王軍濤·66) 중국민주당 공동대표는 “물이 빠지고 수해 지역에는 엄청난 쓰레기와 토사가 남았지만, 올해 복구 작업에는 군이 거의 투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왕 대표는 “복구 작업 때만이 아니라 구조 작업 때도 그랬다”며 “이번 홍수는 베이징 인근에서 발생했지만, 중국인들은 구호 활동 현장에서 군의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민간 구조대가 활약했다. 적잖은 중국인들이 ‘군은 어디로 갔나’라며 궁금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 작업과 구호 활동이 한창이던 이달 6일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에 ‘군대는 전쟁을 준비하는 곳’이라는 제목의 사설이 실린 것에 주목했다. 해방군보는 시진핑의 입장, 그가 간부와 장병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발표하는 창구로도 쓰인다.

이 사설은 첫머리에서 “군은 전쟁을 준비하는 곳”이라며 제목을 한 차례 반복해 강조하며 “(군대는) 전투에서 승리하고 강적을 저지해야 한다”, “군사훈련과 준비를 종합적으로 강화하고 군사 투쟁을 확고히 수행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전쟁을 억제하고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방군, 재난 구호 외면하고 전쟁 준비 전념”

왕 대표는 “이는 시진핑 시대의 해방군이 어째서 재난 구호에 참여하지 않는지를 간접적으로 설명해준다”며 “현재 중국 공산당은 군의 최우선 임무를 전쟁 준비로 여기고, 재난 구호 등을 포함해 민간과 관련된 일에 전혀 개입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재난 때도 여전히 정부의 구호물자를 중간에 가로채는 일이 발생했지만, 구호물자 자체가 전반적으로 부족했고 민간에 의존하는 부분이 컸다”며 “국가 예산이 전쟁 준비를 위해 빠듯하게 설정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은 경험이 결정적인 분야다. 미군은 전쟁 경험, 특히 현대전 경험이 풍부하지만, 해방군은 그렇지 못하다”며 “해방군보 사설에서는 시진핑의 군사전략사상과 ‘전투에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방군은 육해공, 로켓군의 합동 전투 능력과 지휘 시스템, 전장 지원 등을 점검하고 사령관부터 일선 장교까지 전쟁 수행 능력을 양성하고 실전에 준하는 훈련을 하는 것만으로도 바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解放軍報)의 2023년 8월6일자 1면. 우측 상단에 ‘군대는 전쟁을 준비하는 곳(军队是要准备打仗的)’이라는 사설이 보인다. | 해방군보 화면 캡처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주필인 스산(石山)은 해방군의 구호 활동 불참을 또 다른 각도에서 해석했다.

스산은 시진핑이 해방군 장병들을 구호 활동에 투입하지 않은 것은 정권에 대한 불만 민심이 군으로 스며드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군을 민중과 떨어뜨려 놓으려는 것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번 수해 때는 베이징을 지키려 주변 지역으로 물을 방류해 피해를 키웠다며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장병들이 구호 현장에서 주민들과 접촉하다가 이런 여론에 영향을 받거나 정권에 비판적인 정서를 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군의 사기 문제, 충성심과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히 재난 구호 때 군 출신 인사들이 다수 활약했다. 이러한 전역 군인들은 현역 군인들에게 일반 시민보다 더 크고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진핑은 이미 로켓군 사령부 인사를 단행하며 군 사기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권력 안정을 해칠 만한 요인을 모두 배제하려 한다”고 밝혔다.

스산은 “공산당은 진짜 전투를 벌이기 전에는 늘 평화를 외쳤고, 싸울 의지가 없거나 상대방이 두려우면 오히려 전투를 내세웠다”며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실제 전쟁보다 오히려 권력 장악을 위한 목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군 장병들의 민심 접촉 우려했을 것”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편집장 궈쥔(郭君)은 공산당이 현재 전력을 다해 전쟁 준비 중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궈쥔은 “해방군보 사설은 전쟁 승리를 위해 인민까지 동원해야 한다는 ‘인민전쟁’ 개념을 강조하고 보급 등 종합적인 전쟁 지원 체계, 전쟁 물류 체계 구축 등을 언급하며 전쟁 준비가 군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중국 전체로 확장됐음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는 대만만 상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전면전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로 공산당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로 번질 수 있다. 미국과의 충돌은 군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 기술 심지어 정치 시스템까지 포함한다”고 분석했다.

궈쥔은 “많은 이들은 시진핑이 문화대혁명 시대로 되돌아가려 한다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이는 사상적인 측면에서의 전면전 준비라고 봐야 한다. 시진핑의 권력 집중을 공산당이라는 하나의 유기체 측면으로 본다면 전쟁 체제로의 전환이다. 목적은 문화대혁명 2.0이 아니라 전쟁 준비다”라고 밝혔다.

또한 궈진은 “마오쩌둥 역시 과거에 미국의 핵시설 비밀 공습 계획을 알게 된 후, 1966~1970년 5개년 계획의 초점을 ‘인민 생활수준 개선’에서 ‘제국주의와의 전면전 준비’로 전환한 바 있다. 지금 공산당 지도부는 마오쩌둥의 대미 전면전 준비를 경험한 세대다. 그들은 이에 익숙하다”고 지적했다.

2023년 8월 2일 중국 허베이성 줘저우시에서 자원적으로 구조활동에 참여한 민간구조대원들이 홍수로 고립됐던 주민들을 고무보트에 태워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 중국일보 화면 캡처

“시진핑, 문화대혁명 시절 아닌 전쟁 체제 원한다”

공산당은 1960년대 미국의 ‘중국 핵시설 비밀 공습 계획’ 첩보를 입수한 후, 많은 공장을 동부 연안에서 남서부 산악 지역으로 이전했다.

현재 중국의 주요 공장과 기업들도 ‘내륙개발’, 지역균형개발’ 등의 정책에 따라 서부 쪽에 건설됐거나 기반을 두고 있다. 마오쩌둥 시절 연안 지역은 전쟁이 나면 포기해야 하는 지역으로 여겨졌다.

궈쥔은 “공산당은 개혁개방으로 경제 발전을 추진하면서도 언젠가는 세계대전, 미국과의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준비해 왔다. 실은 공산당 조직 자체가 자유민주주의 세계와의 전쟁을 염두에 둔 체제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기간 지속됐던 엄밀한 도시 봉쇄는 일종의 계엄 상태였다. 어떤 의미에서 이는 전쟁 체제 부활을 고려해 중국 사회의 내구력 한계를 시험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로도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궈진은 중국 공산당 전쟁 체제의 강점으로 “목적 달성을 위해 거대한 집중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하지만 그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사회 전체의 효율 저하, 자원 대량 낭비, 인간성 파괴, 생명 존중의 결여, 시민 자유 제약 등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따라서 전쟁 체제를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렵다. 역사적으로 동구권 공산주의 국가들을 보면, 전쟁 때문에 무너진 국가는 없다. 오히려 평화 시에 경제적 어려움이나 정치적 붕괴로 종말을 맞았다”며 “중국이 전쟁 체제로 이행(移行)할 경우, 비슷한 붕괴 위기를 재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궈쥔은 “이 체제하에서는 빠르면 3~5년, 길어야 10년 정도면 한계가 올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