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시진핑, 中 수뇌부 좌담회서 개방·집단지도 강조 연설…“사실상 자아비판”

2025년 06월 16일 오후 2:40

공산당 최고 지도부, 당 원로 추모식에 전원 참석
시진핑 “독단 결정 안 돼”…통치 철학과 정반대 연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 약화설이 연이어 제기되는 가운데, 그의 공식 행보와 중국 관영 매체 보도에서도 이례적인 정황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천윈(陳雲)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천윈은 중국 공산당 8대 원로 중 한 명이다.

이 행사는 전인대 상무위원장 자오러지(趙樂際)가 주재한 가운데 시진핑을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참석했다. 시진핑은 이 자리에서 “혼란과 복잡함이 교차하는 정세 속에서 정치적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며, 모든 당원들에게 “천윈 동지를 본받을 것”을 주문했다.

천윈 추모 행사는 10년 주기로 크게 개최된다. 이날 시진핑의 연설은 당 원로를 추모하고 그의 사상을 되새기는 의례적인 내용처럼 들렸지만, 10년 전인 2015년 연설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고 에포크타임스 평론원 저우샤오후이(周曉輝)는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차이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전 연설에서 강조했던 천윈의 ‘확고한 신념’에 대한 언급을 축소했다. 둘째, 대외 개방과 당의 엄격한 통치를 강조했다. 셋째, 천윈의 ’15자 원칙’인 ‘윗사람 말만 따르지 말 것, 책만 믿지 말 것, 사실만 따를 것, (의견을) 교환하고 비교하고 반복할 것’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15자 원칙’을 포함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변화로 평가됐다. 특히 마지막 대목인 ‘의견 교환·비교·반복’은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거나 판단을 내릴 때 독단적으로 하지 말고, 여러 부서나 실무자, 전문가와 논의하라는 뜻이다.

저우샤오후이는 “이는 시진핑이 19차 당대회 이후 모든 권력을 1인 독점 체제로 몰아갔던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라며, “연설문은 시진핑의 의중에 따른 것이 아니라, 실질적 권력을 쥔 누군가에 의해 작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진핑은 그저 주어진 대본대로 읽는 역할을 맡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우샤오후이는 좌담회를 주재한 인물이 자오러지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당 고위 인사 추모 행사는 문화나 공보 분야 상무위원이 담당한다. 현재 중국 공산당 체제에서는 중앙서기처 서기를 맡고 있는 차이치(蔡奇) 상무위원이 총괄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열린 덩샤오핑(鄧小平) 탄생 120주년 좌담회는 차이치 상무위원 주재했으며, 2015년 천윈 좌담회는 당시 중앙서기처 서기였던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이 주재했다.

그런데 올해 천윈 좌담회를 맡은 자오러지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로, 검찰이나 감찰 쪽 인사다. 고인을 추모하는 행사를 주재하는 역할로는 관례나 직책상 어울리지 않는다.

저우샤오후이는 현지 정국을 주도하는 세력이 이번 행사 주재를 차이치에게 맡기지 않으려 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만큼 차이치의 위상이나 권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차이치는 시진핑의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측근 인사다.

같은 날 시사평론가 웨산(嶽山)도 “시진핑은 혼란과 복잡함을 시인한 발언을 통해 ‘수습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려 한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품고 있는 심각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웨산은 “사실상 시진핑은 정신승리를 시전한 것”이라며, “내부 혼란과 권력투쟁이 격화되고, 올여름 베이다이허 회의와 20기 4중전회를 앞두고 ‘시진핑 퇴진설’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시진핑의 고향인 산시성(陝西省)에서는 수백 명의 주민이 후진타오(胡錦濤)에게 정국 안정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은 이미 작년 4월부터 권력을 상실한 상태다. 형식상으로는 국가주석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결정권은 과거 국무원 총리 원자바오(溫家寶)와 군부 실세 장유샤(張又俠)에게 넘어갔다는 것이다.

시진핑의 측근들이 대거 낙마하거나 실종된 것도 그의 권력이 약해졌기에 발생할 수 있는 일로 풀이된다.

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하며 시진핑의 총애를 받아 초고속 승진했던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은 한동안 실종됐다가 출판직으로 강등당했다. 국방장관이었던 웨이펑허(魏鳳和), 리상푸(李尚福)를 포함해 시진핑이 직접 발탁한 로켓군 지휘부는 전원 경질됐다.

군 인사 총책임자로 시진핑의 군부 권력 기반이었던 먀오화(苗華) 중앙군사위원은 지난해 11월 낙마했고, 군사위 부주석 허웨이둥(何衛東)은 올해 초부터 행방이 묘연하다. 또한 정부 인사 행정을 관할하며 시진핑의 정권 장악을 뒷받침했던 중앙조직부장 리간제(李干傑) 역시 올해 3월 통일전선공작부장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이처럼 당과 군에서 각각 인사를 관할하던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물러나면서 시진핑의 인사 전략에 결정적인 실패가 드러난 셈이다.

평론가 쉬커(許可)는 시진핑이 이번 좌담회 연설에서 당의 통치(집단지도 체제)를 강조하고 개인의 독단을 반대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라며, “천윈의 통치 철학을 칭송한 시진핑의 연설은 자신이 추진해온 ‘1인 독재’에 대한 자아비판에 가까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최근 중국 당국은 수개월 전에 결정한 정책이 담긴 문건을 줄줄이 뒤늦게 공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지난해 9월 작성된 국유기업 개혁 문건이, 이달 9일과 10일에는 각각 올해 3월과 작년 8월 날짜의 민생 관련 개혁 문건들이 발표됐다.

이런 문건들은 작성된 당시에 시행됐더라면 성과를 기대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시기가 지나 유효하지 않은 정책들을 담고 있다. 보는 시점에 따라서는 ‘이런 좋은 정책들이 마련됐지만 공표되거나 시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대만 시사평론가 중위안(鐘原)은 “이러한 문건은 정치국 회의나 중앙개혁위원회 논의 없이 국무원과 중앙판공청에서 공개되고 있다”며, 이는 “정책을 결정하고 발표할 권한이 시진핑 정권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졌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