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상반기 주택 경매물건 급증…부동산 위기 방증

강우찬
2023년 08월 23일 오후 8:09 업데이트: 2023년 08월 23일 오후 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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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소득 감소에 주택담보대출 상환 포기
중소기업 줄도산 겹치며 부동산 경매 증가

경제 침체가 계속되는 중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중단하고 산 집을 경매로 내놓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금융사 애널리스트들은 경매 물건이 급증하게 된 원인으로 개인(가계) 소득 감소와 더불어 최근 두드러진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줄파산을 꼽는다.

중국 부동산 전문 조사업체인 중즈(中指)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올 상반기 경매 물건 수는 30만4천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했다. 이 중 실제로 매각된 물건은 5만2천 건으로 약 17%에 그쳤다. 매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지수는 올해 초 두 달 연속 상승하며 경기 회복 기대감을 키웠으나, 6월 보합세 이후 7월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6일 주요 70대 도시 중 70%인 49개 도시에서 전월 대비 신축 주택 가격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 중즈연구원이 발표한 주택가격 보고서에서도 7월 중국 100대 도시 주택 가격은 신규와 기존 모두 하락했다.

신규 주택은 1㎡당 1만6177위안(약 296만원)으로 전월 대비 0.01%, 전년 동월 대비 0.17% 떨어졌고, 기존 주택도 1㎡당 1만5685위안(약 287만원)으로 전월 대비 0.39%, 전년 동월 대비 2.04% 떨어졌다. 기존 주택 가격은 작년 5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였다.

상반기 미분양 부동산 규모도 증가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상반기 상업용 부동산 면적은 6억4159만㎡로 작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고, 미분양 신규 주택 면적은 18% 늘었다. 반면, 상반기 신규 주택 착공 면적은 3억6340만㎡로 전년 동기 대비 24.9% 급감했다.

신규 주택 공급은 줄어드는데 미분양 주택은 늘면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는 상황이다. 이는 침체한 내수시장을 살리려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는 중국 정부 움직임과 반대된다.

중국 경제의 25~30%를 지탱하던 부동산 시장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초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가 미국 뉴욕법원에 파산 신청을 접수했다. 헝다는 2021년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중국 부동산 위기의 대명사로 떠올랐는데 결국 회생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모습이다.

이어 중국 부동산 업계 1위 비구이위안 역시 디폴트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7일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 달러(약 1조3400억원) 채권 2종에 대한 이자를 갚지 못했다.

이 회사는 올해 채권 만기가 줄줄이 기다리는 가운데 상반기 순손실만 550억 위안(약 10조원)에 달해 채권 상환 불확실성이 크다. 최대 건설사였던 헝다 디폴트에 이어 매출 최대였던 비구이위안까지 무너지면 중국발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위기와 관련된 위험 요소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신탁업계에서 가장 큰 업체의 하나인 중롱(中融)신탁은 최근 기업과 개인 고객에게 돈을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투자업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신탁자산 6293억 위안(약 115조원)을 운용하는 중롱신탁은 지난 6월부터 연달아 상환에 실패하면서, 비구이위안에서 촉발된 디폴트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회사가 중국 금융계 공룡인 중즈(中植)그룹의 핵심금융사 4개 중 한 곳이라는 점에서 증즈그룹 전체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중롱신탁은 시진핑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부동산 업계에 대한 은행권 대출을 규제하자, 이 기회를 노려 중국 부동산 업계에 새로운 자금줄로 등장한 금융사다. 중롱신탁은 파산 신청을 한 헝다에도 2016년까지 10개 이상 신탁상품을 발행해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실제로 온라인 부동산 경매 사이트에서는 수년 전보다 매우 저렴한 가격에 같은 부동산을 낙찰받은 경우가 심심찮게 포착된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경매 플랫폼에서는 광둥성 후이저우시 후이둥현 연해지구에 있는 한 아파트는 2018년 완공 전 분양 당시 평균 거래가격은 1㎡당 1만5천 위안(약 275만원)이었으나 최근 한 경매에서는 80% 떨어진 1㎡당 3천 위안(약 55만원)에 낙찰됐다.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중국 부동산 거래 주요 기업인 이쥐(易居)연구원의 옌웨진(嚴躍進) 연구총감을 인용해 경매 물건이 급증하는 주요 원인에 대해 분석했다.

옌 연구총감은 “지난 2년간의 전체적인 경제 여건(하락)의 영향으로 많은 도시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근로자와 소상공인의 수입이 감소했지만 주택담보대출 등 고정자산에 대한 지출은 변하지 않아 대출을 상환할 수 없게 된 사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한 “동시에 중소기업이 대량 도산하면서 부채 청산 등 파산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그동안 담보로 잡은 부동산이나 회사 부동산 형태로 소유했던 자산도 경매에 부쳐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종합적으로 경매 물건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