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 문제를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불용치훼(不容置喙·말 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만 문제로 불장난을 하면 불에 타 죽을 것” 등 외교 수사(修辭)를 배제한 막말을 퍼부은 중국 외교 당국이 이번에는 일본을 향해 유사한 발언을 했다.
4월 29일, ‘아사히신문(朝日新聞)’ 등 일본 매체들은 우장하오(吳江浩) 주일본 중국대사의 “일본 민중이 불길 속으로 끌려 들어갈 것”이라는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해당 발언은 4월 28일, 도쿄(東京)의 일본기자클럽회견에서 개최한 부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우장하오 대사는 ‘대만의 유사는 곧 일본의 유사’라는 인식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중국 내정(內政) 문제를 일본 안보와 연계하는 것은 극히 유해하다.”고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우장하오 대사는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에서 어떤 외부 세력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중국이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은 바로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한 근본적인 경고이며, 양안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보장이다.”라며 중국 정부의 양안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우장하오는 “대만 독립 세력과 외부 간섭 세력이 결탁하여 대만을 중국 본토에서 갈라놓으려 한다면 이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고도 했다. 이어 “일부 국가가 ‘대만 독립’을 지지하면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중국의 국가 주권이 분열되고 영토 보전이 파괴되는 쓴맛을 삼켜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에 무슨 일이 있으면 일본에 무슨 일이 발생할 것이다.’라고 떠들어대는 것은 터무니없고 위험한 일이며, 순전히 중국 내정에 관한 일을 일본의 안전보장과 연계하는 것은 논리가 통하지 않으며 그 폐해는 끝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중국을 분열시키는 전차에 묶인다면 일본 민중은 불구덩이로 속으로 끌려들어가게 된다.”고 경고했다.
“중일 국교 정상화 이후 가장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오늘날 중일 관계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1972년 중일수교, 1978년 중일평화우호조약 체결 이후 중일 관계가 저점에 있다는 의미이다.
그는 중일관계가 나빠진 원인에 대해서 ‘미국 탓’을 하기도 했다. 우장하오는 “미국의 대중 압력과 봉쇄가 원인이다.”라며 “일본 측이 전략적 자주성을 갖고 양국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이 중국을 염두에 둔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규제를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중일 관계 발전에는 경제적 결속을 빼놓을 수 없다.”라며 견제성 발언을 했다. 그는 “중국은 일본을 라이벌로 여긴 적도, 적(敵)으로 취급할 의사도 없다.”며 일본에도 같은 태도를 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중일 간 현안 중 하나인 지난달 일본 대형 제약업체 아스텔라스 제약 직원이 스파이 혐의로 구속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해당 질문에 우장하오 대사는 “국가안보가 걸린 간첩사건이다.”라며 “증거가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반성하고 삼가야 할 것은 이들이 중국에서 간첩 활동을 하도록 지시한 일본 기관이나 개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중국의 주권과 안전이 침해되는 것이며 무고한 일본인이 구금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 내 스파이 활동에 대해 베이징은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3월, 주일본 대사로 부임한 우장하오(吳江浩)는 왕이(王毅) 중국 공상당 정치국 위원(전 외교부장), 쿵신유(孔鉉佑) 전임 대사를 잇는 중국 외교부 내 ‘재팬스쿨(일본 전문가 그룹)’으로 꼽힌다. 상하이외국어대학 일본어과 졸업 후 베이징의 중일경제우호협회(中日經濟友好協會)에 몸담았다. 이후 외교부로 소속을 옮겨 아주사에서 일했고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리펑(李鵬) 등 전직 국가지도부의 일본 방문 시 수행원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후 주일본대사관 공사참사관, 주스리랑카대사, 외교부 아주사장, 외교부 부장조리(部長助理·차관보)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