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와 제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중 전회)가 폐막했습니다.
중국공산당 1당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에서 향후 5년간 국정운영의 시금석이 될 전국대표대회와 1중전회는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1인 장기집권체제 강화로 귀결되었습니다.
에포크타임스코리아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및 1중전회의 결과, 의미, 파장, 시사점을 분석하는 연속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이지용 교수의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분석: 시진핑 장기집권 체제’를 게재합니다.
이지용 교수는 중국 정치 전문가로서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동(同)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 취득 후 미국 뉴욕주립대학교(SUNY)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였습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아시아·태평양연구부 교수를 거쳐 현재 계명대학교 인문국제대학 중국학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에포크미디어코리아 중국전략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분석: 시진핑 장기집권 체제
이지용
계명대학교 인문국제대학 교수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이하 20차 당대회)는 ‘시진핑(習近平) 장기집권체제 원년(元年) 선포식’이 됐다.
20차 당대회가 개최되기 전 당 대회 결과와 향후 중국 정치 방향을 놓고 수많은 분석과 시나리오가 난무했다.
시진핑이 중국공산당 총서기,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 일체 공직에서는 퇴임하지만 실권은 유지한다는 설, 시진핑과 공산주의청년단(이하 공청단)파의 권력 분점 합의설, 시진핑 3연임 성공 설까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이 제기되었었다.
결과는 시진핑이 상징적 권위와 절대적 권력을 모두 확보하면서 일인 절대지배체제의 기반을 마련하고 장기집권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왔다. 시진핑은 이를 기반으로 지난 10년간 추진해온 자신의 노선과 정책을 보다 강하게 추진할 것이다. 이는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대외관계에 이르기까지 매우 큰 영향과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중국과 다방면에서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는 한국에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중공 20차 당대회 결과와 그에 따른 중국 정치경제 변화 양상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 글은 이상과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차 당대회 결과의 정의미와 시사점을 제시한다.
중공 20차 당대회 및 20기 1중전회 경과와 주요 결과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는 2022년 10월 16일 개막해 22일 폐막했다. 5년마다 개최되는 당 대회는 향후 5년간 중국공산당을 이끌어나갈 지도부인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이하 중공중앙) 정위원 및 후보위원, 중앙기율위원회(이하 중앙기율위) 위원을 선출하고, 중국공산당(이하 중공) 헌법에 해당하는 ‘당장(黨章)’ 수정안을 통과시킨다.
당대회가 폐막한 다음 날 중공중앙 위원이 제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이하 1중전회)를 개최해 중공 권력의 핵심인 중공중앙 정치국 위원과 정치국 상무위원, 중공중앙군사위원회(이하 중앙군위) 주석단과 위원, 중공중앙 기율위 지도부, 중앙서기처 서기단 등을 결정한다. 이로써 차기 5년간 중공과 중국을 이끌어갈 지도부가 구성된다.
중공이 지도부를 구성하는 형식은 위와 같지만 실제 과정은 중공 지도부가 사전에 해당 인사들을 미리 정하고 당대회와 중전회는 사전에 짜여진 각본에 맞추어 진행하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 통상 지도부 구성은 당대회 개최 전 중공 전현직 권력자들이 여름 휴가를 보내는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일에 싸인 ‘베이다이허’ 회의 결과를 놓고 온갖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는 주된 이유이다.
이번 20차 당대회(이하 20大) 이전 ‘베이다이허’에서도 시진핑과 공청단파 간에 차기 지도부를 놓고 모종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합의 결과는 시진핑의 연임과 절대지도자 지위를 인정하는 대신에 공청단파와 권력 분점을 이룬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시진핑은 그 합의를 보란 듯이 깨고 절대권력을 장악함과 동시에 시진핑 충성파(시자쥔·習家軍, 이하 시자쥔) 독주체제를 강행했다. 20차 당대회 폐막식에서 전임 총서기 후진타오가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다 강제로 퇴장당하는 촌극이 발생한 내막이다.
후진타오가 퇴장당하는 장면에서 잠깐 노출된 회의자료를 정밀하게 클로즈업해 보니 ‘중공중앙 지도부 전체 구성명단’이었다. 사전에 합의된 명단과 달리 공청단파가 제거되고 시자쥔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했던 것이다.
퇴임 연령이 안 된 중공 권력서열 2위이자 현 국무원 총리인 리커창과 권력서열 4위인 왕양이 퇴출되고,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이자 유망주로 알려진 후춘화가 정치국원 명단에서 배제되었다. 이들 모두 이른바 공청단파 핵심으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또한 중공 권력 최정상인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시자쥔으로 포진되었고 중공 권력 핵심인 정치국원 24명 중 시진핑을 포함한 22명이 시자쥔이었으며 중공중앙 위원과 후보위원 대다수도 시자쥔으로 채워졌다. 특히 정치국원은 기존 25명에서 24명으로 한 명 줄었는데, 이는 현 정치국원인 후춘화를 배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줄인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개혁개방 이후 각 계파 파벌이 권력을 분점하며 타협을 통한 이익 분점과 통치를 이어오던 관행이 깨지고 명실공히 시진핑 독주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개혁개방 이후, 특히 장쩌민 집권기를 거치면서 중공 지도부가 안정적으로 제도화된 것으로 평가되던 권력 운용과 이양의 규범과 규칙들, 예를 들어, 중공중앙 정치국 위원에게 적용되던 ‘7상8하(67세 이상은 연임 가능 68세 이상은 은퇴),’ ‘집단영도체제,’ ‘격대지정,’ ‘임기제한’ 등이 공식적으로 폐기되거나 완전히 형해화되었다. 중국공산당의 지난 역사는 권력 운영 규칙과 규범이 깨졌을 때 재앙적 파국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대약진 대참사, 문화혁명 대동란이 그 대표적 예이다.
주요 결과 중 또 다른 사안은 시진핑 장기집권 체제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중공중앙 정치국과 상무위원 명단을 살펴보면 5년 후인 2027년 21차 당대회(이하 21大)에서 차기 대권을 물려받을 후계자가 없다. 지금까지 중공 지도부는 차기 후계자를 미리 상무위원에 포진시켜 권력 승계를 준비시켰다. 그리고 차기 후계자 선정 권한은 ‘격대지정’ 관례에 따라 후진타오가 행사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 ‘격대지정’ 규범이 깨진 것이다.
주지할 점은 5년 후 시진핑이 권력을 이양할 계획이 있다면 이번에 차기 후계자가 상무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진핑은 이번 20大 상무위원으로 해당 후보를 올리지 않았다. 나이로 볼 때 그나마 대상이 될 수 있는 인물은 딩쉐샹이 유일하다. 하지만 딩쉐샹은 시진핑의 충실한 비서에 불과하다. 중공 최고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자격 요건이 매우 결여되어 있는 인물이다. 이는 시진핑이 장기집권을 선포한 것을 의미한다.
사실 시진핑은 이미 자의로 권력에서 내려올 수 없는 길을 걸어왔다. 1인 독재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중공 기득권인 장쩌민 상하이 파벌을 대규모로 숙청해 수많은 정적을 만들어 놓은 상태이다. 이번에는 1인 절대권력체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장쩌민 파벌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연대전선을 구축한 공청단 파벌까지도 권력에서 배제시키면서 모두를 적으로 돌려놓은 상태이다. 또한 시진핑은 주변에 절대적으로 신임할 수 있는 인물이면서 차기 권력을 장악할 만한 후보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즉, 권력에서 내려오는 순간 자신의 정치사회적 생명이 끝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동시에 그는 지난 10년간 절대권력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고 보여주었다. 시진핑이 장기집권을 시작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이유이다.
20차 당 대회 이후 중국 정치권력 전개 방향
향후 중국의 정치, 경제, 대외관계는 어떻게 진행될까?
먼저 정치적으로 중국공산당의 의사결정은 현재보다 더욱 독단적이고 경색된 방향으로 직진해 나갈 것이다. 당 지도부 전체가 시진핑 충성파로 채워진 상황에서 시진핑의 독주에 이의를 제기할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쟁적인 과잉충성이 양산될 것이다.
2022년 봄 약 두 달간의 상하이 봉쇄 사례와 같은 행태가 중국 중앙단위에서 지방 단위에 이르기까지 만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상하이 봉쇄 사건은 이번에 충성심으로 권력서열 2위로 등극한 리창 상하이 당서기가 시진핑의 ‘제로코로나’ 방침을 충성스럽게 강행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그리고 이는 상하이만이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서로 경쟁하듯이 더욱 강도 높게 전개되었다. 마치 마오쩌둥 시기에 중국 전역에서 벌어진 다양한 촌극을 방불케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향후 이러한 촌극(비극?)들이 다방면에서 발생할 것이다. 충성파 일색인 지도부로 인해 정책과 그 실행 방식을 견제하고 조정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주목할 사안은 중공 권력 엘리트 집단의 당내 단결과 결속력 문제이다.
독재체제가 유지되는 데 필수적 요건 중 하나가 바로 권력 엘리트 집단의 강한 결속력이다. 공산당 일당독재체제만이 아니라 권위주의 독재정권이 붕괴하는 데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권력 집단 내에서의 분열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시진핑 1인 지배체제가 강화되면 될수록 권력 엘리트 집단의 단결과 결속력은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이유는 자신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다지기 위해 반대 파벌을 몰아내고 충성파들로만 채워나가면 강한 불만을 가진 소외집단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집권 후 자신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이른바 ‘반부패 캠페인’ 명목으로 장쩌민 상하이 파벌을 대대적으로 숙청했다. 이 과정에서 시진핑이 연대한 세력이 공청단 파벌이었다. 그리고 현재 주로 공청단 파벌을 향한 제2의 반부패 숙청 캠페인이 예고되어 있다. 이는 당내 권력 엘리트 집단의 강한 불만과 동요를 발생시킨다.
두 번째 이유는 시진핑 충성파 내에서의 권력투쟁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시진핑 충성파 집단인 ‘시자쥔’은 여러 계파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시진핑은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시자쥔 내 여러 파벌은 차기 권력 승계를 위해 충성 경쟁에 나설 것이고 이 과정에서 계파 간 알력과 다툼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세 번째로 시진핑은 자신의 가신그룹 중에 진정으로 신뢰할 만한 인물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시진핑의 권력을 승계할 강력한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천민얼(陳敏爾) 현 충칭시 당서기도 최근 문제를 일으켜 이번 상무위원 진입이 좌절되었다. 시진핑은 주변에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향후 중공 권력 엘리트 집단의 당내 단결과 결속력이 내부로부터 멍들어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당내 결속력 저하가 반(反)시진핑 움직임으로 표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히려 중공 엘리트 권력정치의 기본 구도는 시진핑 장기집권체제를 수용하면서 시진핑 충성파 중심으로의 권력 재편이 가속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중공 엘리트 집단의 최우선 관심사는 바로 그들의 기득권 유지에 있다. 그리고 그들의 기득권이 유지되는 바탕이 바로 ‘중공생존(중국공산당 일당독재체제 유지)’이다. 이들은 ‘중공생존’이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의 기반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중공체제의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권력투쟁은 자제할 것이다.
그렇다면, 시진핑은 공고한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시진핑이 쌓아올릴 1인 지배체제는 마치 기반과 내부 구조가 매우 부실한 거대한 구조물과 같다. 외형적으로는 강고해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매우 불안정한 권력구조물이다. 그리고 그 구조물의 내구력은 앞으로 더욱더 떨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진핑에게는 과거 마오쩌둥과 덩샤오핑과 같은 정당성과 카리스마에 기반한 권위가 결여되어 있다.
시진핑에게 부여되고 있는 각종 칭호(인민영수, 당핵심, 조타수 등)들은 마오쩌둥에게 부여되던 개인숭배 용어들을 억지로 끌어다 쓰고 있을 뿐이다. 당내 엘리트들과 중국 인민들의 자발적 동의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 시진핑이 주창하고 있는 정치노선과 ‘시진핑 사상’ 또한 실천적 고난과 경험으로 다져진 것이 아닌 자화자찬과 모호한 슬로건 일색이다.
이것이 주는 함의는 매우 강고해 보이는 권력이지만 국내외적인 ‘충격’이 가해질 경우 쉽게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충격’은 현재 임계치에 이미 접어든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폭발하면서 발생할 수도 있고, 국제사회로부터의 외부 충격으로 발생할 수도 있으며, 아니면 예상치 못한 충격에 의해서도 촉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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