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논문 안 받아…장기적출 연루 위험” 국제심폐이식학회 

한동훈
2022년 10월 07일 오후 3:32 업데이트: 2022년 10월 07일 오후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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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회, 사상 첫 中 장기이식 논문 보이콧
“강제로 적출한 장기 사용했을 가능성 높다”

中 당국 “자발적으로 기증한 장기 사용” 반발
국제단체 “강제로 장기적출, 지금도 이뤄져”

국제심폐이식학회(ISHLT)가 중국 연구진의 장기이식에 관한 연구논문이나 보고서를 모두 받지 않기로 했다.

중화인민공화국(중공) 정부 체제하에서 기증자의 동의 없는 강제 장기적출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조달된 장기가 연구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심부전, 심장·폐 이식 분야 세계 최대 학회인 국제심폐이식학회는 올해 6월 말 이러한 방침을 밝혔으며 지난 8월 말 이를 공식 정책 문서로 발표했다(문서 링크). 의료 분야 국제학회에서 특정 국가 연구진 논문을 배제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학회는 성명서에서 “중공 정부가 살해된 수감자로부터 장기 및 조직의 조달을 지속적·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실질적 증거를 고려할 때, 중공에서 나온 인간 기증자의 장기, 인체 조직이나 이식에 관한 제출은 접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성명에서는 또한 중공을 포함해 다른 국가 역시 동의 없이 인간 기증자의 장기 및 조직 사용에 체계적으로 개입할 경우 같은 제재가 필요한지 매년 검토하고, 이러한 관행이 중단됐다는 독립적인 증거가 나올 때까지 제재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심폐이식학회 윤리위원회 위원이자 이스라엘 셰바 의료센터 심장이식 분야 책임자인 제이콥 라비 박사는 지난달 18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침은 사실 중국에서 나오는 이식 관련 임상연구에 대한 전면적인 학술적 보이콧”이라고 설명했다.

라비 박사는 “도리를 벗어난 이식 행위로부터 나 자신과 학회 회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장기이식은 인간이 기증한 소중한 장기를 활용해 다른 생명을 구하거나 삶의 질을 높이는 의료행위라는 점에서 자율성, 인간에 대한 존중, 순수한 선의, 공정한 배분, 법적 책임 등 엄격한 윤리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중공의 장기 적출은 범죄자가 아닌 일반 시민, 양심수 등에게 인권탄압의 한 형태로 가해진다는 점에서 장기이식 수술의 윤리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국제기구와 미국 국무부 등이 발표한 인권 관련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중공 정부가 구금 중인 파룬궁 수련자나 소수민족, 양심수, 정치범 등을 대상으로 국가적 차원의 장기 적출을 벌이고 있다. 사형집행인 동시에 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이다.

중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장기이식 수술 건수가 급증했으며, 소위 원정 장기이식이라 불리는 의료관광을 통해 매년 거액의 매출을 올리는 산업 형태로까지 성장했다. 이는 중국에서 1990년대 말 시작된 파룬궁 탄압과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파룬궁은 ‘파룬따파(法輪大法)’로도 불리며 진(眞)·선(善)·인(忍)을 원칙으로 하는 심신수양법이다. 1999년 7월 이후 파룬궁은 중국 공산당에 의해 탄압 대상으로 지정돼 지금까지 20년 이상 수백만 명의 수련자들이 감옥, 정신병원 등에 구금됐다.

2006년부터 중국의 병원에서 이식수술을 받은 외국인, 화교들 사이에서 ‘소수민족이 기증한 장기’라는 소문이 나돌았고 파룬궁 수련자들이 주된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중국 출신 의료인 ‘애니(가명)’의 증언이 나왔다.

같은 해 캐나다의 인권변호사 데이비드 메이터스와 캐나다 전 아시아태평양지역 장관 고(故) 데이비드 킬고어가 제3자로서 독립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두 사람은 40개의 증언을 수집하는 등 2년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09년 ‘블러디 하베스트(피의 수확)’라는 보고서를 출간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에서 장기적출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으며, 사후 기증이 아니라 생존한 상태에서 강제로 가해지는 범죄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보고서 공저자인 메이터스 변호사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생체 실험을 뛰어넘는 “전대미문의 사악한 박해”라고 논평했다.

이후 국제적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중공 정부는 “사형수에게서 자발적 동의로 장기를 기증받아 사용하고 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중공 정부의 해명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수치 사이의 ‘빈틈’이 지적됐다. 중국의 사형 건수는 매년 1천 건 안팎(국제 앰네스티 추산)인데, 이것으로는 한 해 수만 건이 넘는 장기이식 수술 규모를 설명할 수 없었다.

비난이 이어지자 중공 정부는 2015년 1월1일부터 사형수의 장기 사용을 금지했다. 또한 장기 기증 캠페인을 전개해 이미지 개선을 시도했다.

하지만 장기적출은 은밀하게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게 국제단체들이 조사해 내린 결론이다.

영국의 민간조사위원회인 ‘중국 법정(China Tribunal)’은 지난 2020년 3월 “재판부는 만장일치로, 중국 내 양심수에 대한 강제 장기적출이 상당 기간 진행돼 매우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음을 합리적 의심 그 이상으로 확신한다”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독립재판소 형태로 운영된 중국 법정은 또한 중공 정부가 이식용 장기 공급처에 대해 말 바꾸기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본 법정에서는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공식 통계는 조작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올해 4월에도 중국 공산당의 장기적출이 계속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 이식학회지(AJT)에 실렸다.

라비 박사와 미국 ‘공산주의희생자기념재단(VOC)’의 매튜 로버트슨 연구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 연구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중공의 군병원과 지방 병원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장 적출이 이뤄졌으며, 이 시술이 직접적인 사인이었다고 밝혔다.

국제심폐이식학회의 이번 중국 장기이식 관련 논문 배제 결정은 중공의 강제 장기적출 이슈가 제기된 이후 국제 학술단체가 제재에 나선 첫 사례다.

미국 비영리단체 ‘공산주의희생자기념재단(VOC)’의 중국문제 연구원인 에단 구트먼은 지난달 19일 에포크타임스에 국제심폐이식학회의 이번 조치를 높게 평가했다.

중공은 강제 장기적출을 부인하고 있으며 지난 수년간의 개혁을 통해 자국의 이식수술 분야 투명성을 높여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트먼은 “중공 지도부의 이식 분야 개혁 주장은 국제이식학회, 세계보건기구(WHO), 바티칸의 교황청 과학아카데미 의료 분야 지도자들에 의해 지지를 받고 있다”며 “이는 중국 공산당에 살인면허를 준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제심폐이식학회의 중국 장기이식 논문 거부로 울린 경종이 국제사회에서 반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러디 하베스트’의 공저자였던 메이터스 변호사는 에포크타임스에 “(국제심폐이식학회의 중국 장기이식 논문 거부는) 중국의 장기이식에 관한 중국 공산당의 선전이 기만임을 폭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이터스 변호사는 이번 조치가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공의 장기적출 범죄를 제지하기 위한 지렛대가 될 것이라며 전 세계의 여러 이식학회와 학술지에 같은 방침을 채택해 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