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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푸틴, 내일 새벽 정상회담…관전포인트 5가지는?

2025년 08월 15일 오후 4:48
(왼쪽) 2025년 7월 16일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 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오른쪽) 2025년 8월 7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nna Moneymaker/Getty Images, Alexei Nikolsky/POOL/AFP via Getty Images(왼쪽) 2025년 7월 16일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 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오른쪽) 2025년 8월 7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nna Moneymaker/Getty Images, Alexei Nikolsky/POOL/AFP via Getty Images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의를 목적으로 8월 15일(이하 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 이후 두 정상이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이자, 러시아군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진입하며 현재의 전쟁 국면이 시작된 이후 양국 대통령 간 첫 회담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군대는 약 3년 반 동안 직접적인 교전을 이어오고 있으나 현재의 갈등은 러시아와 서방 간 지역 영향력 주도권을 둘러싼 보다 광범위한 대립의 일부로 평가된다.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의 경제 협력 확대 협정 체결을 철회한 데 대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던 중인 2014년 2월 결국 우크라이나를 떠났다.

야누코비치가 도피한 직후인 2014년 2월 러시아군은 크림반도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했다. 이어 같은 해 3월 모스크바가 해당 영토의 합병을 공식 선언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친러 성향 분리주의 세력이 야누코비치 이후 새로 들어선 우크라이나 정부에 저항하며 분리 움직임을 본격화했고, 이는 현재의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면전에 이르는 내전의 단초가 됐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현재의 전쟁 국면 내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무기와 재정 지원을 키이우에 제공하는 한편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제재 조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뉴욕에 본부를 둔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평가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이후 현재 진행 중인 전쟁과 관련된 지역 안보 대응을 위해 총 1750억 달러(약 236조2500억원)의 직접 원조 및 재정 지원을 승인했으며 이 가운데 약 1280억 달러(약 172조 8000억원)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지원으로 집행됐다.

2024년 대선 기간과 두 번째 대통령 임기 초반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적 부담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명해 왔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지역 안보를 위한 재정적 책임을 더 많이 져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전쟁을 신속히 종결하기 위한 협상 의지도 여러 차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취임 24시간 이내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휴전 협정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협상 진전이 지지부진하다는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휴전안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 및 그 교역 파트너국을 겨냥한 새로운 제재와 경제적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경고하며 8월 8일을 시한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해당 시한이 지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대면 회담을 발표했을 뿐 제재 조치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현지시각 15일 오전 11시 30분 앵커리지 소재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참석하지 않는다.

1. 트럼프, 영토 교환 가능성 시사

러시아는 2014년부터 크림반도를 점령해 온 데 더해 루한시크 전역과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내 세 지역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러시아가 현재 점유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는 2014년 이전 기준으로 전체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에 해당한다.

2022년 3월 25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고위 국방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 내 군사 작전에 대해 브리핑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지도 이미지가 표시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의를 위해 8월 15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 Natalia Kolesnikova/AFP via Getty Images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발표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에는 일부 점령지를 교환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내의 중요한 영토 일부를 점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선을 바꿀 것이다, 전쟁선을,” 그는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상당 부분을 점령했다. 아주 핵심적인 영토도 일부 점령한 상태다. 우린 그 영토 중 일부를 우크라이나가 되찾을 수 있도록 시도할 것이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 영토 주권을 양도하는 어떤 방안에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우크라이나 헌법상 그러한 조치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이미 우크라이나 헌법에 명시돼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8월 8일 성명에서 밝혔다. “누구도 그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벗어나게 둘 수도 없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자신들의 땅을 점령자에게 선물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1일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에 불만을 드러냈다.

“젤렌스키가 ‘헌법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부분은 좀 불쾌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말했다. “전쟁을 치르고 사람들을 죽이는 데는 승인이 필요 없으면서 영토를 맞바꾸는 데는 헌법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는 어느 정도의 영토 교환이 이뤄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진행되면서 “서로에게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 젤렌스키의 조건 

젤렌스키 대통령은 8월 13일 핀란드,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캐나다, 크로아티아,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그리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룩셈부르크, 라트비아,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튀르키예 등 여러 국가 정상들과 통화를 갖고 협의했다.

“참석자들은 협상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휴전 상태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실은 밝혔다. “만약 알래스카 회담에서 러시아가 이 조치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의 ‘전쟁 경제(전쟁과 관련된 경제)’에 대한 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2025년 8월 1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럽 각국 정상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관련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 John Macdougall/POOL/AFP via Getty Images

젤렌스키 대통령실은 회담 참가국들이 “국제 국경은 무력으로 변경되어서는 안 되며, 우크라이나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안보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수년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해 왔다.

“각국 정상들은 우크라이나가 타국과 방위 협력을 하는 데 있어 어떠한 제약도 있어서는 안 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및 NATO 가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실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에 반대해 왔으며, 이를 막는 것을 전쟁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로 삼아왔다.

3. 마크롱 “NATO 밖 안보 보장 가능성 언급”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8월 13일 브레강송 요새에서 기자들과 만나 알래스카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사전 통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안보 보장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으나 해당 보장은 NATO 체제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북대서양조약 제5조는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받을 경우 나머지 모든 회원국이 공동으로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상호방위 조항을 담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NATO 차원의 안보 보장이 부여될 경우 러시아와 서방 동맹 간의, 더 크고 직접적인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4. 트럼프 “러시아에 중대한 결과 따를 것” 경고

8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알래스카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실질적인 진전이 없을 경우 러시아는 “매우 중대한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 ‘중대한 결과’가 어떤 조치를 의미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미국은 8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시한 이후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추가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지난주 인도가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계속 수입하고 있는 것을 이유로 인도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2025년 8월 7일 캘리포니아 아르티지아의 ‘리틀 인디아(Little India)’ 지역에서 한 고객이 인도산 식료품을 고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국 정부가 인도의 러시아산 화석연료 구매 지속에 대응해 50% 관세를 부과한 결정이 푸틴 대통령으로 하여금 알래스카 회담을 추진하게 만든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 Patrick T. Fallon/AFP via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주요 교역 상대국들을 겨냥한 이른바 ‘이차 관세(secondary tariffs)’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중국은 인도를 제치고 러시아산 화석연료의 최대 수입국으로 자리 잡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베이징에 대해서는 유사한 이차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4일 폭스뉴스 라디오 진행자 브라이언 킬미드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이 푸틴 대통령이 알래스카 회담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일정 부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큰 고객을 잃고, 아마 첫 번째로 큰 고객까지 잃게 될 상황이라면 그것이 어떤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5. 다음 단계 가능성

8월 14일 킬미드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성공하지 못할 확률은 25% 정도 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전쟁 종결을 위한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추가적인 협상이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건 일종의 체스 게임이다. 이번 회담은 두 번째 회담을 위한 판을 짜는 자리다”라고 말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8월 13일 여러 국제 파트너국들과의 협의 후 이번 전쟁 문제에 대한 논의는 3자 협의 체제(우크라이나–미국–러시아)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직접 회담 가능성에 대해 열린 입장을 내비쳤으나 아직은 그러한 회담을 위한 조건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반적으로 보자면 그런 논의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가능성은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을 통해 보도된 발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러한 논의가 가능하려면 일정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조건이 마련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