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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濠 희토류 협정 서명…공급망 동맹 강화

2025년 10월 21일 오전 6:37
2025년 10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오른쪽)를 맞이하고 있다. | Madalina Kilroy/The Epoch Times2025년 10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오른쪽)를 맞이하고 있다. | Madalina Kilroy/The Epoch Time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20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를 맞이해 첫 공식 회담을 갖고, 희토류 관련 새로운 협정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호주 총리를 맞이하며 기자들에게 “우리는 이번에 많은 일을 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각 회의실에서 앨버니지 총리와 대표단을 환영하며 “희토류 협정은 꽤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이라며 “약 1년 후면 우리는 엄청난 양의 핵심 광물과 희토류를 확보하게 될 것이며, 그 양이 너무 많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를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희토류 협정이 “4~5개월 만에 최종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정은 최근 중국이 희토류와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무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체결됐다.

회담을 하루 앞둔 10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중국이 우리를 상대로 희토류 문제로 장난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중국의 최근 조치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양국은 정부와 민간 부문의 지원을 총동원해 핵심 광물과 희토류의 채굴 및 정제에 85억 달러(약 11조8천억 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회담 중 “앞으로 6개월 안에 호주와 미국이 각각 10억 달러를 즉시 실행 가능한 프로젝트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협정에 따라 양국은 “비시장적 정책과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가 수십 년간 보조금 지급 등 각종 정책적 지원을 한 것이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지배하게 만든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원광의 60~70%, 그리고 정제 소재와 자석의 90%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번 협정이 “호주와 미국의 경제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며 “오늘은 양국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는 미국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30종의 희토류 광물을 공급할 수 있으며, 호주 정부는 올해 초 약 7억8천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핵심 광물 비축 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지난 8월 케빈 러드 주미 호주대사는 한 포럼에서 “호주는 핵심 광물과 희토류 분야에서 강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러드 대사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포럼에서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광산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호주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핵심 광물의 가공 및 정제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적·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앨버니지 총리는 양자 회담을 마친 뒤 오찬 일정을 함께하며 양국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 핵잠수함 협정 지지

앨버니지 총리는 2023년 바이든 행정부 당시 국빈으로 워싱턴을 방문했으며, 이번 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오커스(AUKUS) 협정이 논의됐다.

오커스는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출범한 미국·영국·호주의 3자 안보 동맹으로, 협정에 따라 호주는 2030년대 초까지 미국으로부터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 3척을 도입하고, 필요할 경우 2척을 추가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영국은 2030년대 중반 자국 해군을 위해 새로운 SSN-AUKUS급 잠수함을 처음으로 건조할 예정이며, 호주는 2040년대 초 자국 내에서 같은 모델의 잠수함을 생산해 호주 해군에 인도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프로젝트가 이제는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며 “앨버니지 총리와 긴밀히 협력해 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일부에서 제기된 ‘프로그램 취소설’을 일축하며 “전적으로 이 계획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도 몇 척이 추가로 건조 중”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커스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 팽창을 억제할 수 있는 억지력으로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 앞에서는 그것조차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단연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비교조차 불가능하다. 우리는 최고의 장비와 기술, 그리고 모든 면에서 최고를 갖추고 있으며, 그 누구도 감히 이에 맞설 수 없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 6월 미 국방부는 미국·영국·호주 3국 간 안보 협력체 ‘오커스(AUKUS)’ 협정을 재검토해 트럼프 대통령의 현 행정 기조와 일치하는지를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호주 내에서는 협정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됐으며, 관련 보도가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진 샤힌(뉴햄프셔주)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오커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침략을 억제하는 데 필수적인 협력 체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지지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오커스는 미국의 안보뿐 아니라, 동맹국 간 집단방위의 부담을 더 폭넓게 분담하게 하는 핵심적인 수단”이라며 “대통령의 공개적인 지지는 그러한 공조를 강화하는 중요한 신호”라고 덧붙였다.

점증하는 중국의 위협

호주는 중국을 점점 커지는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앨버니지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며,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과 향후 미·중 정상회담 계획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미국에 막대한 관세를 지불하고 있으며, 우리를 매우 존중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중국이 부담하고 있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강조했다.

현재 중국산 제품에는 5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2주 안에 한국에서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갖게 되는데, 그때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관세는 155%로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진핑 주석과 좋은 합의를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며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흥미로운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에 대해 매우 강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처럼 이용하려 했지만, 나는 관세로 맞섰고 필요하다면 항공기 같은 다른 분야에서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항공기 부품을 스스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한다”며 “사실상 우리가 그들의 비행기를 만들어 주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현재 중국은 무역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나는 중국이 그런 곤경에 빠지길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