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실을 보여주는 게 내 일입니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지요”
다큐멘터리 ‘국유장기’ 레이먼드 장 감독

기록으로 시작한 영화, 내면에 스며든 구원
중국 공산당 정권 아래에서 벌어진 강제 장기적출의 실상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국유장기(State Organs)’가 제5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지난 5월 30일 상영됐다.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이 작품은 수십 년간 중국 공산당이 주도해 온 장기 적출과 이를 통한 거대한 이익 구조를 정면으로 다룬다.
영화제 기간, 기자는 ‘국유장기’를 연출한 중국계 레이먼드 장(Raymond Zhang) 감독을 만나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제작 과정, 그리고 그로 인해 일어난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장 감독에게 이번 작품은 네 번째 장편이다. 그는 2016년, 실명으로 내부 고발에 나선 중국 본토의 의사 정즈(鄭治)를 처음 만났다. 그 만남을 계기로 그는 7년간 자료를 수집하고 취재하며 이 다큐멘터리를 완성해 냈다. 2023년에 초기 편집을 마칠 때까지, 장 감독은 집요하고 끈질기게 이 진실을 추적했다.
영화 제목인 ‘국유 장기’는 이 작품의 핵심을 담고 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는 장기 적출이 범죄 조직이나 일부 의료인의 일탈일 수 있지만, 중국은 다릅니다. 군과 경찰, 사법체계까지 동원돼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입니다. 국가가 직접 주도하는 범죄인 셈이지요”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내레이션이나 해설 없이 오직 증언자의 말과 화면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편집과 연출에 있어 난도가 높지만, 그만큼 관객에게 생생한 현실감과 몰입감을 준다. 실제로 영화를 본 캐나다 인권변호사 데이비드 매터스는 “숫자로만 알고 있던 잔혹한 현실이 사람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마치 내가 그 현장 안에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지난 25년 동안 중국에서 벌어진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기록하는 게 제 몫이라 생각합니다. 진실을 전한 뒤에 판단은 관객이 직접 내리는 것이지요”라고 말했다.
이 영화의 중심 인물인 의사 정즈는 과거 장기 적출에 연루됐던 의사다. 이후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하고 실명으로 이를 고발했지만, 중국을 탈출한 뒤 무려 17년 동안 신분을 숨기고 살아야 했다. 정신적 고통도 극심했다.
장 감독은 처음에는 정 의사가 인터뷰를 수락할지 확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결국 그는 카메라 앞에 섰고, 그 선택은 영화의 전환점이 되었다. 인터뷰를 마친 정 의사는 눈물을 흘리며 “나는 매일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아왔어요. 이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야 지옥에서 빛이 들어온 듯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라고 말했다.
감독 역시 이 과정을 통해 자신도 변화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군인 집안에서 자라며 어릴 적부터 공산당식 사고방식에 익숙했지만, 작업을 이어가며 그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었다. 그는 이를 “자기 생명의 구원”이라 표현했다.
“정의와 진실에 대한 믿음이 깊어질수록 신의 보호를 느꼈고, 중국 공산당과 정신적으로 멀어질수록 삶이 더 평온해졌어요. 창작자의 마음가짐이 작품의 에너지를 결정한다고 믿습니다.”
‘국유 장기’는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총 여섯 개 배급사가 배급권을 원했고, 그중 한 곳을 선택해 미국 상영을 시작했다. LA 시사회에서 만난 한 관객은 “영화를 본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잊히지 않아요. 어디를 가든 이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상영 소식이 알려지자 정부 기관, 경찰, 문화 단체 등에 폭탄 협박과 암살 위협이 쏟아졌고, 총격을 가하겠다는 협박까지 나왔다. 영화가 다룬 진실을 두려워한 중국 공산당 측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관객들은 위협에도 굴하지 않았다. 상영관에 위험이 있다는 경고에도 대부분의 관객은 자리를 지켰고, 끝까지 영화를 관람했다. 오히려 이러한 협박이 관객들의 호기심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도대체 중공은 무슨 진실을 감추려는 걸까?”라는 의문이 사람들을 거리로 이끌었다.
이후 대만에서는 “국유 장기, 진실이 대만을 지킨다”는 슬로건과 함께 시민운동이 일어났다. 언론은 더 깊이 있게 보도했고, 아이들까지 거리 시위에 동참했다. 배급사 측도 “이 영화는 진실로 대만을 지키는 힘”이라 평가했다.
장 감독은 “단 한 사람이라도 이 영화를 보고 진실을 깨달을 수 있다면, 그 한 사람이 지역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늘 인연을 따라 움직입니다. 이 영화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진실에 대한 생각과 정의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관객이 영화를 보고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그것이 제가 바라는 가장 큰 성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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