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쑤성 엉망진창 방역 드러나… 체온계는 고장, 방호복은 재활용

류지윤
2021년 02월 20일 오후 8:00 업데이트: 2021년 02월 21일 오전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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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불거진 중국 공산당(중공)의 코로나 방역 혼란 사태에는 중국 각지의 방역 전선에 의료 보호 물자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과 우한 적십자사 창고에는 기부물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단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전염병이 다시 일어나고 있는데 방역 소동은 아직도 잠잠해지지 않았다. 장쑤성(江蘇省)의 한 일선 의료진이 최근 그녀가 직접 겪은 소동을 폭로했다.

류펀(劉芬∙가명)씨는 장쑤성의 한 위생서비스센터에 근무하는 일선 의료진이다. 그녀는 자신들이 사용했던 전자 체온계가 지난해 전염병 발생 당시 해당 센터의 후방기관에서 구매한 불량 제품이었다고 밝혔다.

류씨는 “기본적으로 정상 온도를 측정할 수도 없었다.. 열이 나든 안 나든 어쨌든 측정돼 나온 온도는 분명 자신의 실제 체온이 아니었다. 관상용이나 다름없었을뿐더러 엄청난 인력, 물자, 재정적 낭비였다. 자신뿐만 아니라 남도 해치는 것 아니겠나? 만약 진짜로 열이 있는 환자가 있었어도 섞여 들어오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류씨는 지난해 전염병 발생 초기 당시 자신의 회사에서 간호사를 파견해 전자 체온계로 한 동네 거리의 행정 관리 요원을 대상으로 체온을 재도록 했는데 섭씨 32도가 나온 적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외래 진료 의료진은 거의 매일 체온계 고장 문제로 환자에게 욕을 먹었다고 한다. 나중에 환자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해당 센터의 외래진료 접수대는 다른 병원의 전자 체온계를 빌려와야 했는데, 그것 역시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환자의 열은 잴 수 있게 됐고 이후 자신들이 수은 체온계로 다시 한번 측정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류 씨를 비롯한 일선 의료진은 목숨 걸고 일하면서도 방호 보장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진의 방호복은 무균, 청결, 위생이 중요해 오염을 줄여야 한다고 교육받았지만, 실제로는 센터 고위 관계자가 외래 진찰대에 2교대로 의료진을 배치해 방호복을 교대로 입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사람이 입었던 방호복을 벗어 놓으면 다음 사람이 입는 거다. 아니면 오늘 입었던 방호복을 내일 다시 입든지다. 이런 방호복들은 오염돼 있어 벗으면 소독한 후 격리해서 처리해야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다시 사용) 할 수 있는 건가? 하지만 센터 측은 (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물자가 부족하다는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훈련할 때는 수칙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했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이는 우리 의사랑 간호사를 해치는 행위다. 환자에게도 안 좋다. 센터에서 왜 그러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류씨에 따르면 조달 사무실에서 방호복을 수령할 수조차 없게 된 간호사들이 반발하며 근무를 거부하자 마지못해 두 벌의 방호복을 내줬다고 한다.

지난해 1월 중공은 방역에 참여한 의료진에게 하루 200~300위안(한화 약 3만~5만원)의 임시 보조금을 지급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각 지역 의료진은 소셜 미디어에 방역 수당 지급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잇따라 올렸다. 심지어 두 달 동안 하루 16시간씩 일했는데 초과근무 수당은커녕 받은 보조금을 갚으라는 통지를 받은 의료진도 있다.

류씨는 자신이 다니는 센터에는 보조금을 받은 사람도 있고 못 받은 사람도 있고 몰래 받아 가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전화로 통지하면서 무슨 일인지도 알려주지 않은 채 무뚝뚝한 태도로 사무실로 오라고 한다는 거다.

그는 “다들 (전화를 받고) 엄청나게 놀라서 며칠씩 질질 끌다가 간다. 한 동료도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가 나중에 다녀와서는 1000위안(약 17만원)을 받았다는 거다. 무슨 돈이냐고 묻자 보조금이라고 했다. 이렇게 남몰래 슬쩍 준다고 하다니, 그냥 보조금 줄 테니 와서 받아 가라고는 못 하는 걸까? 무슨 일인지 알려주지를 않으니 사람들이 조마조마해서 가지를 못하는 건데 말이다.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라면 그냥 알려주면 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류씨는 또한 자신들이 일선에서 전염병에 맞서 싸우고 위험을 감수하며 힘들게 일하는데 받아야 할 보상금과 초과수당을 떼였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가장 마지막에서야 돈을 받은 의사, 간호사가 금액이 제일 적었다. 후방 지원팀이 우리보다 더 높게 받았다. 일은 전부 우리가 하는데 말이다. 회진이든, 봉사든, 진료든, 간호든 다 우리가 한다. 격리, 방역, 자가격리 다 우리가 도맡아 하는데 최소한의 보상인 수당마저도 우리것이 아니다.”

류씨에 따르면 센터 내 사무실 주임은 일선에 나서거나 일선에 나가 있는 의료진조차 만나본 적이 없는데도 ‘일선 방역의 대표 주자’로 뽑혔다고 했다.

센터의 다른 동료 직원이 해당 기관의 각종 비리를 고발했지만, 오히려 앙갚음당했다고도 했다. 급여가 깎였을 뿐만 아니라 일종의 포상제도인 ‘정신문명상’에서도 배제됐고, 연말 성과금과 연말평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동료가 이렇게 보복당하는 것을 목격한 다른 의료진들은 분노했지만, 감히 입을 열진 못한 채 그저 뒤에서만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일은 실무진이 다하고 공은 상급자가 가로채는, 공산주의 중국의 한 단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