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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 주지 스융신, 누구 비호 받았고 왜 지금 낙마했나

2025년 07월 30일 오후 2:12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소림사 주지 스융신(釋永信) | Feng Li/Getty Images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소림사 주지 스융신(釋永信) | Feng Li/Getty Images

주지 대행 시절, ‘소림사 상업화’로 장쩌민 계파에 낙점
중국불교계 스타 등극…사치스러운 사생활과 내연관계로 구설구
시진핑 집권 후에는 ‘일대일로’ 선전에도 참여

소림사 주지 스융신(釋永信, 속명 류잉청·劉應成)이 낙마했다. 10여 년 전부터 성 비위와 부패 의혹이 끊이지 않았지만 자리를 지켜오던 그가 이제 와서 조사를 받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의문이 남는다. 그를 수년간 보호해 온 권력은 누구였는지, 그는 왜 지금 낙마했는지이다.

소림사 관리처 명의로 27일 발표된 통보에 따르면, 스융신은 현재 형사 범죄 혐의로 여러 부처의 공동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프로젝트 자금 및 사찰 자산을 횡령·전용한 혐의와, 수년간 여러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등 불교 계율을 심각하게 위반한 사실이 지적되고 있다.

스융신은 현재 중국불교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지만, 중국불교협회는 7월 28일 허난성 불교협회의 발표를 인용해 스융신의 수계증을 공식 말소했다며 사실상 손절에 나섰다.

‘소림사 최고경영자(CEO)’로 불릴 만큼 상업화에 주력해 온 스융신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를 네 차례나 지낸 정치인이기도 하다. 중국 불교계의 유명 인사로 관영 매체의 조명을 받았으나, 지난 10년 이상 부패와 성추문 스캔들이 지속되며 세속에 물든 종교인을 상징하는 인물로 지목됐다.

리창춘 비호 받으며 승승장구, 중국불교협회 부회장까지

스융신은 38년간 소림사를 장악하는 사이 수차례 부패 혐의 등으로 고발당했다. 2015년에는 공갈, 소림사 재산 및 시주금 편취, 사치스러운 사생활, 여성들과의 부적절한 관계 등에 관한 내부 고발이 있었으나, 당국은 조사 후 “증거 부족”이라며 사건을 종결했다.

중국 문제 전문가 헝허(橫河)는 “스융신이 수차례 고발됐음에도 아무 일 없이 넘어간 이유는, 그의 주요한 후견인이 장쩌민(江澤民) 계열의 전 정치국 상무위원 리창춘(李長春)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창춘은 허난성 당서기로 재직하던 시절(1992~1998년) 스융신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림사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수익화를 추진하려던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허난성은 인구는 많지만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이었고, 지방정부는 관광자원을 개발해 재정을 확충하려 했다. 허난성 숭산에 위치한 소림사는 국내외에서 인지도가 높아 활용 가치가 컸다.

마침 1987년부터 주지 직무 대행을 맡고 있던 스융신 역시 소림사를 종교와 수행 공간이 아닌, 무술단을 운영하고 해외 공연을 주력으로 삼는 민영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려 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 정치권과 중앙 고위층의 연줄이 절실했기에, 스융신은 리창춘에게 접근했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 소림사는 관광지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1990년대 중후반에는 ‘국가급 문화 프로젝트’에 포함돼 중앙정부의 지원까지 받게 됐다. 스융신은 사찰 수익화에 성공한 사례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중국 불교계의 스타로 부상했다.

리창춘은 이후 중앙 정치 무대에 진출해 정치국 상무위원을 거쳐 ‘정신문명건설지도위원회’(이하 정신문명위) 주임으로 임명되며, 중국의 종교 및 이념 정책을 총괄하게 됐다. 스융신은 그와의 관계를 통해 중앙 권력과의 접점을 확보했고, 문화부 및 국가종교사무국 고위 인사들과의 유착을 공고히 해나갔다.

1999년 7월, 리창춘의 ‘보스’인 장쩌민 당시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파룬궁 탄압을 시작하자, 스융신은 종교계 인사이면서도 이를 옹호하며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억압하는 쪽에 서게 됐다. 이로써 그는 장쩌민 계열의 종교계 측근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헝허는 “스융신이 10년간 부패 스캔들에도 낙마하지 않은 것은 권력의 비호 때문이지만, 그의 소림사 상업화가 불교를 개조하려는 중국공산당의 정책과 맞아떨어진 점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공산당은 중국불교협회를 통해 모든 사찰을 통제하며 상업화를 장려해 왔다. 공산당은 계율을 거리낌 없이 위반하는 스님을 중국 불교의 새로운 스탠더드로 삼으려 한다. 종교의 본질을 말살하고 껍데기만 남기기 위해서다”라고 지적했다.

통전부 종교사무국의 변동…스융신 보호막 사라졌나

각종 스캔들에도 자리를 지켜온 스융신이 당국에 체포되며 한순간에 몰락의 길에 접어든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상부’의 변화가 원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호주 거주 반중 유튜버 인커(尹科)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의 종교 분야 실무 총책임자인 통일전선공작부 산하 국가종교사무국 전 국장 왕쭤안(王作安)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쭤안은 2009년 국가종교사무국 국장에 취임해, 2018년에는 통일전선부 부부장으로 승진하며 종교 업무를 겸직했다가 2022년 은퇴했다. 스융신은 2015년 횡령 등 혐의로 고발됐다가 당국으로부터 “증거 부족”이라는 판정을 받았는데, 이는 종교사무국의 승인하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즉, 종교사무국 전 국장에 대한 조사와 스융신의 낙마는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스융신은 중국의 종교 지도자 신분으로 시진핑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선전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중국 전문가 탕징위안(唐靖遠)은 “시진핑이 종교 분야의 ‘장기말(將棋馬·장기의 기물)’로 스융신을 활용해 왔으며, 그의 갑작스러운 낙마는 시진핑의 권력 이상(異常) 상황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