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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형 승려’ 소림사 주지, 결국 체포…성추문·횡령 혐의 조사

2025년 07월 28일 오후 3:01
'승복 입은 CEO'로 불리던 소림사 주지 스융신(释永信·가운데)이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됐다. | Cancan Chu/Getty Images'승복 입은 CEO'로 불리던 소림사 주지 스융신(释永信·가운데)이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됐다. | Cancan Chu/Getty Images

소림 주지 스융신…현 중국 불교협회 부회장, 전인대 대표 역임
승복만 입었을 뿐, 사실상 中 통일전선공작부 지시 받는 정치인

소림사의 상업화를 주도해 온 주지 스융신(释永信·60)이 횡령 등 형사범죄 혐의로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허난성 덩펑시에 위치한 소림사 관리처는 27일 밤 공식 발표를 통해 “주지 스융신이 프로젝트 자금 및 사찰 자산을 유용하고, 다수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녀까지 둔 사실이 확인돼 형사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복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스융신은 지난 25일 밤 허난 신샹시 공안에 의해 연행됐다. 다수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이미 2025년 초 외국 방문을 다녀온 후 출국이 제한되고 비공개 조사를 받아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5월부터는 덩펑시와 정저우시 당국 인사들이 ‘소림사 관리처’ 명의로 소림사에 상주하며 사찰 운영 및 통제에 나섰다.

스융신은 1981년 소림사에서 출가한 뒤 1987년부터 사찰 운영에 참여했고, 1999년 주지 자리에 올랐다. 이후 약 38년간 실질적인 운영을 맡으며 소림사를 ‘불교 관광 명소’이자 수익성 높은 상업 브랜드로 변모시켰다. 그가 주도한 소림사의 연간 수입은 2억 위안(약 380억 원)에 달하며 언론에 성공 사례로 보도됐고, 그에게는 ‘승복을 입은 CEO’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는 ‘승려를 가장한 기업가’라는 비난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당국에 의해 ‘증거 불충분’으로 끝나긴 했지만, 2015년에 거액 수뢰 및 여성 문제로 소림사 내부 고발이 제기됐고, 이후에도 해외 자산, 내연녀들, 사생아 등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스융신은 위기 때마다 별탈 없이 넘어갔다. 그가 단순한 종교인이 아니라 중국불교협회 부협회장, 허난성 불교협회 회장을 맡고 있고 3차례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로 활동한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 체제에서 ‘체제 내 종교 지도자’는 사실상 특권 계급이다. 스융신이 부협회장으로 재직 중인 중국불교협회는 명목상 중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종교단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공산당 통일전선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준(準)당정 기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중국불교협회를 관할하는 국가종교사무국은 2018년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통전부) 산하 조직으로 공식 흡수됐다. 즉, 불교를 비롯한 중국의 모든 체제 내 종교 활동은 공산당, 특히 통전부의 통제를 받는다. 다시 말해, 중국의 종교협회는 종교인을 조직하고 사상을 통제하는 통치 도구이다.

스융신이 숱한 비리 의혹에도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종교계 통제라는 통전부의 목적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최근에야 그가 숙청당하게 된 것은 중국공산당의 상황이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10년 이상 지속된 비리 의혹, 왜 이제야 터졌나

이번 사건은 스융신 개인의 비리를 넘어 소림사 운영권과 자산 관할 문제로까지 크게 확산될 조짐이다. 즉, 거액의 이권이 달린 이슈라는 것이다.

경제매체 차이신은 “스융신과 지방 당국은 지난 10년간 소림사 입장료, 사찰 운영권, 소림사 상표권을 두고 마찰을 빚어 왔다”며 “특히 2023년 개장한 5성급 ‘중저우 소림 호텔’이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번 조사는 과거 민간 고발에 그쳤던 문제들이 공식 통보로 격상된 것”이라며, “사건의 본질은 스융신이 소림사 명의로 축적한 거대한 자산에 대해 당국이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내부 갈등”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시사 평론가 리린이는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과 유착했던 관료 집단이 중국 전역의 사찰이 소유한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사찰 자산을 통제하던 기득권 승려들과 이에 개입하려는 관료 집단 사이의 충돌”이라고 해석했다.

리린이는 “스융신 주지의 부패나 성추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건이다. 이전에는 스융신으로부터 상납을 받은 간부들이 이를 눈감아 줬으나, 이제는 다른 간부들이 분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림사 내부는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언론의 연락에 일부 승려들은 “상황을 잘 모른다”거나 “공식 발표를 기다리라”는 반응만 내놨다. 사찰 대표 전화는 꺼져 있거나 연결이 되지 않았고, 외부 홍보 담당자도 전화를 끊는 등 취재를 피했다. 스융신의 개인 SNS 계정은 지난 24일 오전 6시 58분을 끝으로 업데이트가 멈춘 상태다.

스융신은 경영자일 뿐만 아니라, 기후와 환경에 관심을 가진 승려로 자신을 이미지 메이킹해 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회의(COP29)에서 중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해 “기후 위기의 원인은 인간의 탐욕”이라고 연설했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몰려가 “자신의 탐욕부터 단속하라”며 소림사를 지나친 상업주의에 빠뜨린 행위를 비난했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을 비판하던 스융신은 반년 만에 자신의 탐욕으로 인한 구덩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파국을 맞게 됐다.

중국의 ‘체제 내 불교계’는 최근 몇 년 새 잇단 추문에 휘말려 왔다. 베이징 룽취안사 주지 스쉐청(釋學誠)은 성폭력 의혹으로 물러났고, 난징 쉰장사 주지 스촨쩐(釋傳真)은 고위 관료들과의 사적인 관계로 논란을 빚었다.

스융신의 구속은 진리에 대한 추구가 아니라, 공산당에 대한 충성으로 고위직에 오른 정치 승려들의 부패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는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