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분석] 트럼프-푸틴 손잡자…중공의 불안은 깊어졌다

미국과 러시아의 화해가 베이징에 던지는 파장

2025년 08월 20일 오전 11:55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회동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연합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회동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연합

트럼프-푸틴 정상회담과 이어 백악관에서 진행된 트럼프-젤렌스키 회담, 그리고 유럽과의 연속 협의는 전 세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알래스카에서 마주 앉은 트럼프와 푸틴의 장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국제 전략 지형의 변화를 예고하는 상징적 순간으로 받아들여졌다. 무엇보다 베이징은 이번 만남을 ‘경고 신호’로 인식하며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와 푸틴은 회담을 “매우 성공적”이라며 높이 평가했지만, 중공 관영 언론은 “진전은 있었지만 합의는 없었다”, “미스터리한 대형 쇼”라는 식으로 의미를 축소했다. 겉으로는 담담한 어조를 유지했으나, 실제로는 미·러 관계가 가까워질 경우 외교·군사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불안이 내재해 있다.

중공, 언론 축소해 불안 가리기

중국 시사 평론가 저우샤오후이(周曉輝)는 “트럼프와 푸틴이 극찬한 회담을 중국 언론이 축소한 것은 미·러 관계가 진전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며 “중공은 전쟁의 조기 종식도 바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공 외교부장은 7월 2일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과의 회동에서 “러시아가 전장에서 패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무너질 경우, 미국의 다음 목표는 중공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담긴 발언이었다.

이처럼 중공은 겉으로는 전쟁 장기화를 원치 않는 듯 행동하면서도, 실제로는 러시아의 패배가 곧 중공의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푸틴 레드라인 흔든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윗코프(전 트럼프 캠프 전략가)는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나토 5조와 유사한 안보 보장’을 허용하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CNN은 이를 두고 “모스크바의 레드라인을 우회하는 획기적 해법”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히 우크라이나 전선에 관한 합의가 아니었다. 중공 입장에서는 푸틴이 미국과 협상할 수 있다는 전례가 만들어진 것이 불안 요소다. 베이징은 “중러 무제한 협력”을 강조해 왔지만, 푸틴이 미국과 손을 잡는 순간 협력의 방향은 쉽게 흔들린다.

주쥔웨이(朱軍偉, 중공 산하 싱크탱크 ‘호라이즌 인사이트’ 연구원)는 “푸틴이 나토식 협정을 무조건 수용하지는 않겠지만, 미·러 관계가 개선되면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고, 이는 곧 중국 압박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의 송보(宋波) 연구원 역시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안보를 존중하게 되면 러시아-유럽 갈등은 완화되고, 그만큼 미국은 중국을 압박할 여력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왕원(王文, 인민대 금융연구소 교수)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단순화하면, 중공에 대한 외부 압력은 오히려 더 거세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극 협력, 중공 전략에 직격탄

푸틴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의 북극 협력을 제안했다. 이는 그동안 중공이 추진해 온 ‘극지 실크로드’ 전략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베이징은 그동안 북극 지역에서 군사·경제적 거점을 확보하려 했지만, 미·러가 손을 잡는다면 그 공간은 순식간에 좁아질 수밖에 없다.

대만 출신 경제평론가 우지아룽(吳嘉隆)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푸틴 회담은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다. 막후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그 안에는 중공 견제책도 포함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가 세컨더리 제재(3자 국가까지 포함되는 제재)로 푸틴을 압박했고, 그 대가로 일부 제재 해제가 논의됐을 수 있다”며 “이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중공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회담은 대만 문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진핑이 트럼프 집권 기간 대만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대만 방어 의지를 다시 확인하는 동시에, 중공의 군사적 모험을 억제하려는 발언이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주미 중국 대사관은 즉각 성명을 내고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베이징이 트럼프의 발언을 단순한 외교 수사로 보지 않고 실제 억지력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의 새로운 선택, 중공 고립

푸틴 대통령은 회담 직후 “북극에서의 미·러 협력은 현실적이며, 무역·에너지·항공우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이익을 교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중러 무제한 협력’이라는 기조에 균열을 드러낸 발언이었다.

대만 정치평론가 정친모(鄭欽模)는 “러시아는 서방과의 무역 없이는 경제를 회복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러시아에 최고의 창구”라고 지적했다. 미국 역시 중공을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는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중국 전문가 고든 창(Gordon Chang, 『중국의 붕괴』 저자)도 최근 방송에서 “푸틴은 러시아가 서방의 주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왔고, 가장 큰 위협은 중국공산당이라고 지적해 왔다”며 “트럼프-푸틴 접근은 중러 협력의 허상을 드러내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9월 군사 퍼레이드, 푸틴 선택 주목

전문가들은 오는 9월 3일 베이징 군사 퍼레이드에 푸틴이 참석할지 여부에 주목한다. 만약 푸틴이 불참한다면, 이는 전 세계에 중러 관계의 균열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Scott Kennedy)는 “미·중 관계의 현재 냉각기는 일시적이다. 결국 미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하면서 중국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중공의 최대 악몽, ‘러시아 없는 전선’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즉각 끝내지는 못했지만, 국제 전략 지형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점진적 화해는 유럽 위기를 완화하는 동시에 중공을 전례 없는 압박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지금 베이징의 최대 악몽은 단 하나다. 러시아가 미국과 손잡고 중공을 고립시키는 시나리오다. 중공 언론의 의도적 축소 보도와 당국자들의 불안한 발언은 그 악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의 장기 전략을 읽을 수 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관리하며 러시아와 관계를 정상화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와 중국의 연결 고리를 끊어내려 한다. 궁극적으로 중공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는 포석이 이번 회담에서 한층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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