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4중전회 앞두고 번지는 시진핑 퇴진설과 권력 균열의 징후

오는 10월 20일부터 나흘간 베이징에서는 중국 공산당 제20기 4중전회가 열린다. 당초 회의의 공식 의제는 2026~2030년 ‘제15차 5개년 계획’ 수립으로 알려졌지만, 정가의 시선은 전혀 다른 곳에 쏠려 있다. 회의 명분 뒤에 숨겨진 진짜 질문은 단 하나다. “시진핑이 이번 회의에서 물러날 것인가.”
그동안 시진핑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절대 권력자로 묘사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안팎에서는 “그의 권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건강 이상설, 군부 인사 실종, 내부 반발 등 ‘보이지 않는 위기’가 겹치며 4중전회가 시진핑의 통치 향방을 가를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란 관측이 잇따른다.
건강 이상설과 침묵의 시간
시진핑을 둘러싼 첫 번째 징후는 건강 문제다. 여름 이후 그가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횟수가 뚜렷하게 줄었다. 외국 정상과의 회담이나 주요 행사에도 불참하거나, 등장하더라도 짧은 인사만 남기고 퇴장했다. 이례적으로 베이징 301병원에 입원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고, 일각에서는 뇌졸중이나 심혈관계 질환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물론 중국 정부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중국 정치의 특성상 최고 지도자의 신체 상태는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된다. 시진핑의 건강설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이지만, 루머 그 자체가 중국 사회의 불안 심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인물의 ‘몸 상태’가 곧 체제의 안정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의 일정 공백은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 “건강 이상으로 인해 4중전회에서 거취를 정리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서방 언론뿐 아니라 홍콩, 대만계 분석가들 사이에서도 신중하게 언급되고 있다.
군부의 동요와 실종된 인물들
두 번째 징후는 군부다. 올해 들어 중국 군의 상층부가 유례없이 흔들리고 있다. 전임 국방부장 리상푸(李尚福)가 부패 혐의로 실각한 데 이어, 로켓군·장비발전부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심지어 일부 인사들은 자취를 감췄다.
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공군·해군 핵심 참모, 군 장성들이 공식 석상에서 사라지면서 “군 내부 쿠데타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줄곧 ‘반부패’를 명분으로 군을 관리하고 통치해 왔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한 통제는 오히려 군 내부의 반발과 피로감을 키웠다. 한 외신은 “로켓군 숙청 이후 군 내부에는 침묵이 흐르고 있다. 일부 장성들은 공개적으로 충성을 맹세하면서도 속으로는 시진핑 체제 이후를 계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은 시진핑 권력의 핵심 기둥이다. 그 기둥에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면, 이는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통치 기반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4중전회는 군 인사 재편의 장이자, 동시에 시진핑이 군 통제력을 재확인해야 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내부 균열과 노쇠한 리더십
세 번째 징후는 정치 내부의 분위기다. 2012년 집권 이후 시진핑은 ‘절대 중심’을 강조하며 권력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권력이 한 사람에게 너무 오래 쏠리면 피로와 긴장이 쌓이기 마련이다. 중앙당교를 중심으로 한 관료 집단 사이에서는 “리더십의 쇠퇴”를 신중하게 언급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코로나 봉쇄 정책과 경기 침체, 청년실업 증가 등 국민 불만이 폭발 상태까지 쌓였지만, 당 내부에서는 이를 솔직히 지적할 구조가 없다. 권력 집중이 심화되면서 하위 관료들의 보고는 점점 형식화되고, 중요한 결정이 정상적인 토론 절차를 거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온다.
더구나 경제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시진핑 개인에게 집중되면서 “지도체제 재조정”을 요구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노쇠한 리더십이 위기 관리 능력을 약화시키고, 그 결과 당내 견제 세력이 점점 결집하는 모양새다. 4중전회가 열리는 시점이 바로 이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순간으로 꼽힌다.
퇴진설의 현실성과 마지막 카드
이 모든 조짐들이 맞물리면서 이번 4중전회가 시진핑의 ‘결단의 회의’가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소식통은 “건강 문제를 명분으로 일정 부분 권력을 이양하거나, 내년 봄 전인대에서 공식 퇴임을 예고할 수도 있다”고 본다.
전격적인 발표는 어렵더라도, ‘정치적 휴식’이라는 표현으로 권력 구조의 변화를 암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반면 시진핑이 그대로 유임하되, 내부 위기 해소를 위해 대규모 인사 개편과 정책 조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경제라인과 군부, 중앙위원 일부를 교체해 ‘쇄신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실질적 권력은 그대로 유지하는 시나리오다.
과거 덩샤오핑이나 장쩌민이 정치적 후퇴를 가장하면서 실질적 영향력을 지속한 것처럼, 시진핑 역시 ‘부분 퇴진, 실질 유임’이라는 절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중국 내부는 외형적으로는 조용하지만, 그 속에서는 불안과 계산이 뒤섞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건강 이상설, 군부 균열, 내부 반발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번 회의는 그가 스스로 물러나는 최초의 장면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이 모든 루머를 일거에 잠재우고 권력 재확인을 선언한다면, 그는 다시 한번 ‘철권의 지도자’로 복귀하게 되고 중국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균열의 시간과 베이징의 선택
이번 4중전회는 단순한 정책 회의가 아니라, 시진핑의 정치 생명선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가 선택할 길은 두 가지뿐이다. 퇴임을 통한 체제 재정비이거나, 유임을 통한 위기의 봉합이다. 어느 쪽이든 중국 정치사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중국은 언제나 ‘불안 속의 안정’을 택해 왔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만약 권력의 균열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시진핑이 내릴 결단은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하다.
그가 퇴임을 선언할지, 혹은 위기를 돌파하며 권력을 지켜낼지는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다. 4중전회가 막을 내리는 날, 전 세계의 시선은 다시 한번 베이징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中 네티즌 반응, “그가 버틸수록 공산당 붕괴 빨라진다”
흥미롭게도 중국 밖에서는 시진핑의 장기 집권을 오히려 체제 붕괴의 촉매로 보는 냉소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학자 우쭈오라이(吳作來)는 10월 초 트위터에서 중국 네티즌에게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① 시진핑이 4중전회에서 물러날 것인가
② 2027년 21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사임할 것인가
③ 계속 집권할 것인가
10월 6일까지 총 1854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62.5%가 “시진핑은 21차 대회 이후에도 계속 집권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4중전회에서 물러난다고 본 응답은 24.3%, 21차 대회에서 사임할 것이라는 응답은 13.2%에 그쳤다.
우쭈오라이는 “흥미롭게도 이는 시진핑의 압도적 지지가 아니라, ‘그가 계속 집권해야 공산당이 빨리 무너질 것’이라는 역설적 바람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댓글에는 “그는 중국 공산당을 빨리 멸망하게 하는 ‘가속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재임해야 한다”, “끝까지 버텨야 공산당도 빨리 끝난다” 등 냉소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호주 언론인 린송(林松) 박사 역시 “중국의 문제는 지도자의 교체 여부가 아니라 공산당 일당 체제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며 “시진핑이 황제의 꿈을 꿀수록 체제의 붕괴가 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믿는 국민이 많다”고 분석했다.
타이완 기업 TIA의 라이룽웨이(賴榮偉) 상임이사는 “중국의 정책은 모순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이미 권위주의 체제의 균열과 붕괴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인지전(認知戰)과 선전(宣傳) 강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러한 시도가 오히려 국제 사회의 불신과 반감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쌓았습니다. 이후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을 깊이 이해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파이 대표로서, 정무·언론·홍보 전반에 걸친 통합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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