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미중, APEC 앞 ‘정면충돌 불원’ 메시지

2025년 10월 13일 오전 8:21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P·EPA/연합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P·EPA/연합

트럼프 “시진핑도 불황 원치 않아”…전략적 유연성 시사
中 “싸움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희토류 통제 고수

미국과 중국이 최근 희토류 수출 제한과 고율 관세 부과 등 경제 공세를 주고받은 직후, 서로 “정면충돌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상황 관리에 나섰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둔 이 시점, 미중이 협상 여지를 남겨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계산된 외교전으로 분석된다.

중국 상무부는 12일 자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정당하고 필요한 조치”라며 “우리는 싸움을 바라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메시지와 ‘보복할 수 있다’는 경고를 동시에 담은 발언이다.

이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진핑 주석도 자기 나라가 불황을 겪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이어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그렇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 보자”고 여지를 남겼다.

이는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대화 재개’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식 메시지로 해석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물가 상승과 소비자 부담 확대를 의식하고 있다고 본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대규모 소비 시즌을 앞두고 초고율 관세가 현실화되면, 국내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역시 희토류 통제라는 카드로 맞불을 놓았지만, 대미 수출의 급감과 기술 의존도 문제로 인해 실질적인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양국 모두 ‘끝까지 가는 충돌’의 대가를 잘 알고 있는 셈이다.

현재 관심은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로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시진핑과 만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했지만, 같은 날 “한국에서 열리는 APEC에서 아마도 회담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혀,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다시 열어두었다.

APEC까지 남은 보름여 기간 동안 양측은 외교·경제 라인을 중심으로 막판 조율에 나설 전망이다. 워싱턴과 베이징에서는 각각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허리펑 중국 부총리, 왕이 외교부장이 물밑 접촉을 진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중이 이번 APEC을 계기로 ‘공세 유예’에 합의한다면, 지난해 이후 이어진 관세전쟁의 휴전이 한시적으로 연장될 수 있다. 그러나 회담이 무산되거나 성과 없이 끝날 경우, 미중 갈등은 다시 첨단기술·무역·안보 전선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두 나라는 ‘싸움은 바라지 않지만 물러설 수도 없는’ 경계선 위에서 치밀한 계산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완화 제스처인지, 아니면 또 다른 협상 신호탄인지는 APEC 무대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