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푸얼차 가격 80% 폭락… 수집가들 줄도산·투신 비극

2025년 08월 27일 오후 6:38
중국의 푸얼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풍미가 깊어지고 변화하는 특성 때문에 투자 자산으로 인식됐으나 최근 경제 상황이 바뀌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 셰핑핑/에포크타임스중국의 푸얼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풍미가 깊어지고 변화하는 특성 때문에 투자 자산으로 인식됐으나 최근 경제 상황이 바뀌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 셰핑핑/에포크타임스

350g 짜리에 1억 5천만원 호가하던 제품이 2천만원대로
거래업체 90% 폐업…유통업자 “그냥 줘도 안 받아”

중국 푸얼차(普洱茶·보이차) 시장이 붕괴 위기에 빠졌다. 가격은 정점 대비 80% 이상 폭락했고, ‘푸얼차 1호 상장사’로 불리던 란창고차(瀾滄古茶)는 지난해 3억 위안대 적자를 기록했다.

수천만 위안을 투자했던 수집가들은 수억 원대 손실을 보고 절망에 빠졌으며, 일부는 도주하거나 극단적 선택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차 생산업체인 운남 다이(大益)가 생산한 ‘현원(軒轅)’ 시리즈 푸얼차는 2017년 15kg짜리 한 묶음당 7만 위안(약 136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2021년 188만 위안(약 3억6천 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올해 6월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투기 거품이 꺼지며 80% 급락한 38만 위안(약 7천만원)으로 추락했다.

푸얼차 전문 블로거 ‘천총설차’는 “다이의 대표적 최고급 제품인 ‘천우공작(千羽孔雀)’의 가격은 1병(餅)당 최고 80만 위안(약 1억 5천만원)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12만 위안(약 2천만원) 수준”이라며 “낙폭이 85%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차는 대량으로 거래될 때는 15kg 묶음으로 포장된다. 이 밖에 납작한 전병 형태로도 거래되는데 1병의 무게는 약 357g이다. 천우공작이 가장 비쌀 때는 1g에 39만 원에 거래된 셈이다.

1병당 10만~30만 위안대 프리미엄 푸얼차도 마찬가지다. ‘고산운상(高山韻像)’은 최고가 18만 위안(약 3500만원)에서 현재 2만3000위안으로 80% 폭락했다. ‘빈과록(蘋果綠)’은 15만 위안에서 1만5000위안으로 90% 급락했고, ‘금색운상(金色韻像)’은 15만 위안에서 2만5000위안으로 83% 떨어졌다.

10만 위안 이하 제품도 줄줄이 폭락했다. ‘국보공(國寶貢)’은 7만 위안에서 9500위안으로, ‘남산설인(南山雪印)’은 6만 위안에서 6000위안 미만으로, 지난해 다이이 ‘7542’ 모델은 4만4000위안에서 7200위안으로 각각 80% 이상 하락했다.

가격 폭락은 업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최대 푸얼차 거래지인 광둥성 광저우 팡춘차 시장은 사실상 붕괴했다. 광둥성 차 수집·감정협회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상점 폐업률은 30%를 넘겼고, 푸얼차 업종만 놓고 보면 90% 이상이 문을 닫았다.

‘푸얼차 1호 상장사’로 불린 란창고차는 상장 2년 만에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회사는 지난 8일 발표한 반기 실적 예고에서 올해 상반기 매출이 1억1700만~1억2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40% 가까이 감소했으며, 순손실이 2800만~3200만 위안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3개월이나 늦게 발표한 2024년 결산에서는 매출 3억6100만 위안, 순손실 3억800만 위안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소비 위축, 전자상거래 충격, 저가 브랜드 확산”을 적자 원인으로 꼽았다.

란창고차는 2023년 12월 홍콩 증시에 상장했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실적이 곤두박질치며 업계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차 전문 블로거 ‘다옌-라이자오차(大眼-來找茶)’는 거래 현장을 찾아 “팡춘은 한때 세계 최대 푸얼차 시장으로, 점포 권리금이 500만 위안에 달했다. 지금은 가게를 공짜로 줘도 받는 사람이 없다”며 “예전에는 점포를 7~8개 운영했지만 지금은 시장의 90%가 텅 비었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 광둥성 둥관에서는 차 판매점 623곳이 문을 닫았고, 개인 수집가 6만8000명이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이는 전성기의 70%에 해당한다.

개인 수집가들의 피해도 심각하다. 수집가 리(李)모씨는 2018년 집 두 채를 담보로 대출받아 푸얼차 ‘현원호’ 50병을 개당 8만 위안(약 1560만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올해 시세는 1만2000위안으로 폭락해, 손실만 340만 위안에 달한다. 그는 매달 4만 위안의 대출 이자를 감당하느라 전 재산을 탕진했고, 현재는 700만 위안 넘는 빚을 떠안았다.

리 씨는 “창고는 보관료를 독촉하고 은행은 대출 상환을 재촉한다”며 “같이 투자했던 동료들은 이미 도망가거나 목숨을 끊었다. 나만 끝까지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락의 원인을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과 공급 과잉에서 찾고 있다. 한때 둥관 지역의 민간 푸얼차 재고량은 30만t에 달해, 개당 357g짜리 병 단위로 환산하면 8억4000만 편에 이른다. 재고 가치는 1000억 위안을 넘었는데, 이는 운남성 전체 연간 차 생산액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한 블로거는 “민간 보유 푸얼차만 40만t이다. 지금 차를 생산하지 않아도 30년은 마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인사는 “팡춘 창고에 쌓인 재고만으로도 중국인이 열 대(代)는 마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푸얼차는 “3년마다 맛이 변하고, 5년마다 크게 달라진다”는 특성이 매력이었지만, 지금은 창고마다 쌓인 재고가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베이징사범대-홍콩침회대 국제학원 자오샤오펑(趙曉峰) 부원장은 “부동산 가격도 끝없이 떨어지는데, 차·와인·예술품 같은 사치품은 말할 것도 없다”며 “푸얼차 시장은 이미 한겨울에 들어섰다. 신뢰 하락이 자본 이탈을 가속화했다”고 진단했다.

광둥성의 한 차 유통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장 사장이나 부유한 상인들이 푸얼차를 쓸어 담았지만, 지금은 창고에 방치돼 헐값 경매에 나오는 상황”이라며 “어떤 차는 시장가의 3분의 1에도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때 중국에서 ‘찻잎 한 장이 금 1g’으로 불릴 만큼 금값을 자랑했던 푸얼차지만 지금은 창고에 쌓여 팔리지 않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붕괴는 거품 붕괴뿐만 아니라, 실속을 따지는 소비패턴의 변화, 정부 규제와 산업 구조적 한계가 맞물린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