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생계도 힘든데 토지 강제 수용 확대…中 올해 농촌 항쟁 70% 급증

2025년 12월 22일 오후 3:01
지난 11월 22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시 시펑현에서 화장 의무화에 반발하는 지역 주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 NTD 화면 캡처지난 11월 22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시 시펑현에서 화장 의무화에 반발하는 지역 주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 NTD 화면 캡처

지방정부, 재정 적자에 농촌 토지 사용권 회수
일자리 사라진 도시 노동자들까지 귀향하며 지방 생계난 가중
“中 당국, 노동자 대규모 귀향 억제…지방 이변 경계 움직임”

중국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사회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내 항의·저항 사건을 추적하는 연구기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까지 발생한 농촌 항쟁 사건 수는 지난해 연간 수치보다 약 70% 증가했다.

중국 공산당 당국이 올해 들어 이례적으로 “농민공의 대규모 귀향·체류를 엄중히 경계하라”고 지방정부에 지시한 것도 농촌을 기점으로 한 민란 가능성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1월 중순 하이난성 린가오현과 광시성 푸촨현에서는 지방정부가 각각 마을 사찰과 문중 제례시설을 강제 철거하면서 주민들과 공무원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같은 달 하순에는 구이저우성 구이양시 시펑현에서 두 차례 농민 시위가 연이어 벌어졌다. 관할 지역 내 주민 사망 시 매장을 금지하고 화장을 강제한 지방정부 방침이 직접적인 발단이었다.

지방정부에서는 토지 관리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국토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마을 사찰이나 가족 묘지, 관습적으로 형성된 농촌 묘역을 축소·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지방정부가 정책 실패로 인한 재정적자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며 토지를 강제로 수용한다고 반발한다.

중국의 토지는 기본적으로 국가(정권) 소유다. 주민들은 정부로부터 사용권을 임대해 건물을 짓거나 농사를 짓는다. 그동안 이러한 토지 사용권 매각은 지방정부 재정 수익의 30~40%를 차지하는 주요 수익원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로 재정이 악화된 일부 지방에서는 주민들 공동 자산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현지에서는 화장 강요는 ‘죽은 후 흙에 묻혀야 편안하다'(入土爲安·입토위안)의 전통적 관례 관습을 훼손하고 농가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한다. 일부 시위 현장에서는 “중공(중국 공산당)이 조상 묘를 파헤치려면 먼저 시진핑 집안의 조상 묘부터 파헤쳐라”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이들 시위는 대규모로 확산되지는 않았고 대부분 현장에서 진압됐지만, 이 같은 격앙된 장면은 중국 각지 농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사건 발생 빈도 또한 빠르게 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의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 산하 연구 프로젝트 ‘차이나 디센트 모니터'(China Dissent Monitor)’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1~11월 사이에만 661건의 농촌 항쟁 사건이 기록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치보다 약 70% 증가한 규모다.

도시 지역을 포함한 올해 3분기 중국 전체 항의 사건은 1392건으로 전년 동기(2024년 3분기) 대비 45% 증가했으며, 6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나타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항의의 주체는 노동자(38%), 주택 소유주(29%), 농촌 주민(15%)이었다. 도시 노동자들의 항의 시위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가디언은 이러한 동요가 중국 경제의 구조적 둔화, 특히 저소득층 노동자들이 직면한 압박 증가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수십 년간 중국 농촌 인구는 더 나은 소득과 삶을 기대하며 도시로 이동해 왔지만, 경기 둔화와 과당 경쟁 심화로 상당수가 다시 고향과 농촌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농촌의 열악한 현실과 제한된 생존 여건은 이들의 기대를 크게 무너뜨리고 있다.

대만 중앙연구원 사회학연구소의 천즈러우 소장은 “농촌 출신의 도시 노동자 상당수는 은퇴 연령에 미치지 못한 상태에서 도시에서 경험했던 생활수준에 대한 약간의 기대와 정치적 각성을 지닌 채 귀향한다”며 “하지만 농촌에서 마주한 경제적 기회 부족으로 좌절감이 극대화하면서, 기존 농촌 주민보다 불만을 표출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고 분석했다.

현지 언론이나 소셜미디어 보도에 따르면, 농촌 항쟁의 상당수는 토지 문제와 직결돼 있다. 9월 후난성 퉁싱촌에서는 농지 강제 수용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으며, 한 더우인(중국판 틱톡) 이용자는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당국은 농지 수용을 확대하며 주민들을 생존 위기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이나 디센트 모니터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중국 반체제 동향을 관측해 온 케빈 슬레이튼은 “많은 지방정부가 이미 심각한 채무 문제에 직면해 있고, 경기 둔화는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지방정부가 재정 확보를 위해 농촌 토지 수용과 개발에 더 의존할수록 주민과의 충돌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방정부가 농촌 토지 수용을 확대하는 것은, 실제 개발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개발사업을 발표하고 토지를 수용하는 것만으로 장부상 경제 개발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발표만 하고 몇 년간 실제 사업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통계상에서는 경기 확장을 기록할 수 있다.

마을 사찰, 문중 제례시설 왜 처분 대상 됐나

마을 사찰은 공산당 당국이 관리하는 공식 사찰과 달리, 마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설립·운영하는 절이나 도교 사당을 가리킨다. 이런 마을 사찰과 문중 제례시설은 농촌 지역에서 문화적 공동체이자 종교적 수요를 일부나마 해소하는 완충 지대 역할을 해왔다. 사람들이 모이는 전통적 장례 풍속도 마찬가지다.

중국 공산당은 사회주의 이념에 따라 종교나 신앙을 타도 대상으로 삼아왔으나, 농촌 사회에 뿌리내린 민간 신앙과 공동체 기반 종교 활동에 대해서는 개인적 차원에서 통치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관리해 왔다.

전문가들은 도시에서 좌절한 노동자들이 지방으로 대거 귀향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관측했다. 지방의 마을 사찰 등은 사회적 불만을 확산하는 집단 행동의 거점이 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중공은 개인적 차원의 신앙은 방치하지만, 둘 이상의 집단이 결속하면 초기 단계부터 엄격히 개입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농민공)의 귀향과 관련한 공식 통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 11월 말, 중공 당국은 ‘농민공의 대규모 귀향 및 체류를 엄중히 방지하라’고 지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영국 언론들은 이를 두고, 농촌에서 누적되는 불만이 점점 통제하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으며, 최고 지도부 역시 사회 불안 신호를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호주에 거주하는 중국 문제 연구자 위안훙빙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 20여 년간 농민공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생계를 이어왔으나, 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농촌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농사라도 지을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농토가 부족한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위안훙빙은 “이는 삶의 마지막 기반마저 상실했다는 의미”라며 “수억 명이 농촌에 장기 체류하게 되면 대규모 유랑 인구가 형성될 수 있으며, 이는 정권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중공의 정보·치안 통치는 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으며, 광범위한 농촌 지역은 상대적으로 통제력이 취약하다”며 “올해 잇따른 민간 항쟁은 대규모 민중 봉기를 위한 에너지를 축적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