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15일(현지 시각) 자의적 구금 위험이 있다며 중국 여행을 경고했다. 최근 외국 국적의 시민들이 잇따라 중국에 억류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외무부는 “중국 당국은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외국인을 구금했다”면서 “국가 안보는 광범위하게 해석되고 있고, 법을 어길 의도가 없어도 구금될 수 있다”며 여행경보 발령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영국 국민들 또한 자의적으로 구금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이 중국 여행 경고를 내리면서 ‘자의적 구금 위험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베이징 주재 영국 대사관 대변인은 “여행경보를 격상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번 여행경보는 최근의 사건들을 명확하고 사실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갱신됐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서구권 국가 시민들이 연이어 체포되는 등 중국 공산당(중공) 정부의 ‘인질 외교’에 이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호주·캐나다에서는 이미 자의적 체포 위험이 있다며 중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멍완저우(孟晩舟) 사건이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 겸 최고채무책임자(CFO)는 지난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이에 중공 정부는 같은 해 캐나다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과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를 국가안보 위협 혐의로 체포했다. 중국 당국은 당시 두 사람에게 구체적인 체포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 채 이들을 억류하다가 지난 6월 중국 검찰은 이들을 스파이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중공의 외교적·정치적 대응 성격을 잘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에는 호주 국적의 중국 관영매체 영문 뉴스 채널 CGTN 앵커 청 레이가 중국 베이징에 구금돼 논란이 됐다. 레이는 중국의 국가안보를 해치는 범죄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구금됐다.
이 사건으로 호주와 중국의 관계는 경색 국면에 접어들었다.
호주 정부는 이달 초 중국 주재 호주 특파원 2명을 긴급 철수시켰는데, 이들 특파원은 레이와 관련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경찰 조사를 받지 않으면 중국을 떠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