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늘에서 내려온 영웅은 없다. 굴복하지 않고 나서는 평범한 사람들 뿐이다.”(世上沒有從天而降的英雄, 只有挺身而出的凡人)
지난 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 신종코로나(중공 바이러스) 방역 표창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한 말이다.
시진핑은 1시간 10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중국 공산당과 중국 사회주의 제도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후베이와 우한 지역 의료진과 주민들의 희생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이어 청년들에게 “고난과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산더미 같은 책임을 지는, 청춘의 열렬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한 다음 이 구절을 말했다.
그런데 이 장면이 CCTV를 통해 생중계되고 난 뒤, 중화권 네티즌들 사이에서 ‘어디선가 익숙한 말’이라는 반응이 나왔고, 곧 홍콩인들이 지난해 송환법 반대시위 현장에서 자주 사용했던 구호임이 확인됐다.
지금도 홍콩 곳곳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구호는 최초 발언자도 밝혀졌다. 그 주인공은 홍콩에서 방호용품 판매업체 국난오금(國難五金)를 운영하는 리정시(李政熙)씨다.
리씨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지난해 송환법 반대 운동과 함께 생겨났다.
주로 방독면, 헬멧, 무릎 보호대, 방탄 조끼 등을 판매했는데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그때그때 빈 점포를 단기 임대해 운영된 것이 특징이다.
당시에는 경찰의 최루탄, 고무탄, 콩주머니탄 등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물품을 시위대에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리씨는 고정된 점포를 내기도 했지만 물품을 모두 경찰에 몰수당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며, 이후 거리 항쟁이 줄어들고 중공 바이러스 폐렴이 기승을 부리자 올해부터 마스크와 청소용품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리씨는 홍콩 시위대를 격려하기 위해 해당 문구를 고안했으며, 이를 인쇄한 티셔츠 등을 제작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리씨는 시진핑의 연설에 자신의 문구가 인용됐다는 소식을 접하자 업체 사이트를 통해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린다”는 짤막한 소감을 밝혔다.